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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달빛 속 옛 기억 속의 걸음나비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서울시극단 <달빛 속으로 가다>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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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달빛 속으로 가다>는 극작가 장성희가 1990년대 말에 쓴 작품으로 작가가 경험한 어떤 ‘의문사’가 모티브가 되었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절제된 호흡과 희극적 양식으로 풀어내며 1980~90년대의 한국사회에 대한 기억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습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 희곡 공모’에 선정, 공연된 이후 12년 만에 재 공연되는 작품이다.

  • 그 달빛 속 옛 기억 속의 걸음나비*

    깊은 산중에 있는 영불암. 고시공부를 하다 실성한 청년 관식과 엄보살이 기거하고 있다. 어느 날, 백중 제사 준비에 바쁜 이곳에 자살한 사나이의 시체를 지게에 지고 한 중년 남자가 내려온다. 이어 늙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산에서 발을 접질린 중년의 의사, 그를 부축하고 온 의문의 중년남자, 사업이 망해서 공공근로를 하러 온 사람 등이 모여든다. 달이 중천에 떠오르며 죽음과 관련한 각자의 사연들이 드러난다.
-극작가 장성희
  • 정체불명의 시체 한 구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이들이 모이면서 시작되는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람을 죽이거나 그것을 방조한 사람들이고, 혈육을 잃어버린 이들이다. 연극은 그들을 깊은 산속 암자에서 만나게 한다. 그리고 이념과 폭력,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사람을 죽인 과거의 모든 기억을 오늘 여기서 걷어내자고 말한다.

    2000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즈음, 김철리 연출이 밝힌 것처럼 “이전의 아픔들이 치유되고, 수많은 모순과 갈등이 봉합되는 상생의 시대가 눈앞에 열리기를 희망”했던 당시의 이야기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멤을 돌고 있는 것일까. 12년 지난 2012년의 오늘, 연극은 조금의 수정도 없이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시대를 반영한다. 아, 맞다! 지금 우리가 그렇구나, 뒤돌아보게도 하지만, 때로 그것이 너무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잔혹하기도 하다. 하지만 연극은 그런 현상을 드러내놓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어떻게든 한 걸음 걷고, 뒤쳐진 이들의 보폭을 맞추고자 한다. 때로 그것은 화해를, 조금은 더 평온해질 수 있는 삶의 또 다른 방편을 위해 서로가 맞잡는 손짓이기도 하다.

    여기 또 한편의 그런 연극이 있다. 서울시극단의 <달빛 속으로 가다>는 10년 전의 시대를 담은 이야기이고, 의문사, 분단현실, IMF 경제위기 등 1999년의 시대분위기를 반영했던 연극이지만 당시의 정치, 사회적 사건들을 애써 끄집어내 고발하거나 책망하지 않는다. 단지 부지불식간에 내몰렸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하고자 했던 연극은 죽음의 사연들을 지닌 이들을 모아 달빛의 그윽함과 평온함으로 씻기고자 할 뿐이다.

    오랜만에 서울시극단 단원들이 전원 출연, 더불어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엄보살과 노파에 배우 남기애, 김현이 가세해 작품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연극. 지금 다시 <달빛 속으로 가다>가 공연될 수 있을까? 극작가의 질문이기도 했던 그 이유를 연극을 찾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연출가의 말의 의미가 곱씹어진다.

    [사진제공] 서울시극단

  • 그 달빛 속 옛 기억 속의 걸음나비*
  • 일시 : 9월21일~10월7일 화목금 8시/ 수토일 3시
    (9월 24일(월), 29일(토, 추석연휴), 30일(일, 추석)공연 없음)
    (단, 10월 1일(월, 추석연휴)은 낮 3시 1회 공연)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작 : 장성희
    연출 : 김철리
    출연 : 이창직, 강지은, 강신구, 김신기,
    남기애, 김현, 주성환, 최나라
    문의 :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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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달빛속으로 가다, 장성희, 김철리, 서울시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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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8호   2012-09-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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