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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마주본다면 ? 화학작용4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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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작용은 2014년 서로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창작자들이 만나 함께 작업을 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제법 호기로운 기획을 내걸고 시작된 페스티벌이었다. 넓으면 넓고 좁으면 좁다고 할 수 있는 연극계에서 함께 작업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또래 창작자들이 만나 말 그대로 새로운 '케미'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화학작용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들이 공연을 만드는 방식은 여느 페스티벌하고는 달랐다. 20명에 달하는 연출가들이 모여 제비뽑기를 통해 두 팀씩 짝을 이루고 한 회차의 공연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창작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은 이 척박한 연극계를 버텨낼 수 있는 연대의 경험을 선사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극장. 그것이 화학작용만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2017년 3회까지 이어진 페스티벌은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져 버렸다. 새로운 창작자를 만날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났다는 득도 있었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진행되는 두 개의 공연이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서로 다른 두 팀의 만남이 별다른 '화학작용' 없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은 페스티벌의 정체성에도 직결되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사실 이런 자각은 페스티벌 내부에서 이미 시작된 바, 올해 새롭게 출범한 화학작용4의 집행부는 '진정한 화학작용'을 가장 큰 과제로 설정하고 새로운 페스티벌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없애기, 공유하기, 발견하기
올해 페스티벌의 방향에 관해 묻는 필자의 질문에 이들은 가장 먼저 "공연을 포기했다"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들은 공연을 제외한, 공연 만들기의 과정을 화학작용이라고 칭한다.대부분의 페스티벌이 공연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첫마디는 상당히 의외였다. 하지만 '화학작용'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서로의 생각과 작업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공연에 방점이 찍힐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다들 다른 사람의 작업에 관심을 갖고 함께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막상 공연 날짜가 정해지고 시간이 촉박해지면 원래의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여기에 시상 같은 제도가 더해지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에 불이 붙는다. 다른 사람의 작업을 지켜봐 주기보다는 '누가 더 잘하나'의 향연의 펼쳐지고 그 순간 화학작용은 증발해버리고 만다.
사무국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다. 화학작용은 결과보다 과정의 공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공연 대신 바로 그 '과정의 공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다.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화학작용이 아니겠는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공연 팀은 형식, 일정, 주제 등에 구속됨 없이 자유롭게 작업을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이들 스스로가 명명한 '안티 프로포절(Anti-Proposal)'을 작성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지만 정작 공연을 만드는 방식이나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가령 페스티벌의 경우 참여할 팀을 모으고 지원금을 받아서 분배하고 모임을 통한 사전 조율 단계를 거쳐 공연, 그리고 평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새로운 페스티벌이 생겨나도 주제나 문제의식에 있어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늘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쯤 되면 의심해 봐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중요하다고 '착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달라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안티 프로포절'은 이렇게 우리가 공연/페스티벌에 있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제거하는 일종의 실험이다.
각 팀은 '배우 없이 연극하기', '가부장 없이 연극하기', '열정, 착취 없이 연극하기'와 같이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했던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한 과정들을 밟아 나간다. 이것을 동료들과 자신들의 언어로 공유하는 것은 곧 새로운 창작 환경을 만들고 새로운 창작 방법론을 발견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신뢰, 가장 큰 원천
올해 페스티벌은 공공연희, 극단 배우들, 극단 Y, 프로젝트 하자, 丙 소사이어티, 콜렉티브 뒹굴, 총 6개의 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들만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나름의 팀 색깔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화학작용4가 추구하는 창작방법론 실험에 특화되어 있는 팀들이다. 이들은 약 두 달 동안 각자의 창작 실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들을 하고 그 결과물을 공연이 아닌, 제작 보고회와 같은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지원금이나 극단 재정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시기에 공연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 페스티벌에서 관객의 자리는 어디일까. 내가 관객이라면 공연이 없는 페스티벌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이에 화학작용 집행부가 들려준 답은 의미심장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실질적인 관객들과 마주했다는 점이다. 연극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관객은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해왔다. 하지만 미투를 기점으로 우리는 능동적인 관객들을 목도했고 그들이 우리가 속해 있는 장을 구성하는 매우 능동적인 주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도 결국 소비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극은 소비재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실질적인 관객들은 '능동적'인 소비자들이다. 본인들이 향유하고 있는 연극이 어떠해야 하는지, 연극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가 분명하다. 잘 만든 연극도 중요하지만 이 연극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라왔는지 역시 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화학작용은 바로 이런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본인들이 제출한 '안티 프로포절'을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관객들과 공유하고 일련의 과정 역시 관객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관객은 이들의 실험이 어떻게 설계되고 진행되는지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페스티벌 이후에 있을 공연을 통해 그 실험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연'을 매개로 관객과 만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 방식과 대상은 전통적인 방식의 페스티벌과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이들이 '공연을 포기했다'라는 과감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것도, 페스티벌을 창작 방법론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과감하게 변경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변화하는 관객의 취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이자, 이제 새롭게 만나는 '능동적인 관객'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화학작용4'는 젊은 창작자들과 능동적인 관객이 모여 새로운 창작 방법론을 구축해나간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화학작용이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관객을 소외시키는 자기들만의 실험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의 공유이자 역동적인 소통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보자.

*[화학작용4] 축제 참여팀들의 모습과 실험 과정을 SNS 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게시글과 여러 가지 영상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eb.facebook.com/chemical.action/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4.chemicalaction/

[사진 제공: 화학작용4]

태그 김태희, 화학작용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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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김태희

한국연극사를 공부하고 있고 연극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shykth@hanmail.net 

제156호   2019-03-2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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