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TOP

연극인

검색하기

만들기와 만나기, 그 방식과 과정에 대한 시도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2017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ADAM프로젝트는 ‘Asia Discovers Asia Meeting for Contemporary Performance’를 그 표어로 삼는 국제 공연예술 회의 및 네트워크이다. 이를 적절한 한글 문장으로 번역해내는 데에는 실패하였지만, 필자는 ‘ADAM’으로 축약되는 위 표어가 정보와 더불어 프로그램의 취지 또한 잘 담고 있다고 보는데, 우선 ‘Asia Discovers Asia’라는 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간의 자체적인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동시대 퍼포먼스 또는 공연예술 ‘작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공연예술 회의’, 즉 ‘Meeting for Contemporary Performance’의 모색에도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고 본다(이 점에 대해서는 글의 후반부인 “연회(年會) - ADAM Annual Meeting” 소제목을 통해 다시 논의하고자 한다).
예술가실험실(藝術家實驗室) - ADAM Artist Lab
2019년 7월 22일부터 8월 18일까지, 약 한 달에 걸쳐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이번 ADAM3는 ‘ADAM Artist Lab(2019.07.22-08.14)’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그 과정에서의 발견을 공유하는 ‘Annual Meeting(2019.08.15-18)’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올 2019년의 전체 네트워크를 관통하는 주제는 ‘Performing (with/in) Communities’로, 현지 언어로는 ‘社群(與)藝術’ 즉, ‘커뮤니티(와)예술’이라 표현되기도 하였다. 공모를 거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0개국에서 총 12명의 아티스트들이 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서의 활동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타이베이에 머물며 4주에 걸친 공동 리서치와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커뮤니티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레지던시의 첫 주 프로그램은 ‘마주침(Encounter)’이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큐레이터 그룹이 사전에 섭외한 모든 커뮤니티를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고 기초적인 정보를 교류하는 주간이었다. 해당 커뮤니티들은 참여 아티스트들이 공모 신청 과정에서 밝힌 각자의 관심 주제를 토대로 섭외되었는데, 레지던시에 선정된 12명의 참여 아티스트들로부터 취합된 키워드들이 ― 주거, 공공의 공간, 사회운동, 이주노동, 이주민, 원주민(소수 민족), 성소수자 등 ― 관련 단체 및 공간의 유무, 섭외 가능 여부 등의 현실과 맞물리며 특정한 커뮤니티와의 만남으로 성사되는 식이었다.

따라서 첫 주에 걸쳐 답사하였던 커뮤니티들로는 홈리스 자선조직협회 ‘Homeless Taiwan(芒草心)’, 2014년 대만 입법원을 점령하였던 해바라기 운동 이후 대만과 홍콩의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Halfway Cafe’, 도구와 기술 공유를 실천하며 대안적 경제를 지향하는 마을공동체 ‘Tool Repair House(小白屋)’, 원주민 드랙퀸 퍼포머 ‘Feilibing Ice Queen’, ‘Xizhou(溪洲)’ 원주민 부락, ‘Tongguang(同光)’ LGBT 교회, 타이베이 기차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도네시아 이주민 모임, 동남아시아 전문서점 ‘Brilliant Time’, 필리핀 이주민들의 ‘Little Manila’ 상권 등이 있었으며, 일정은 답사와 더불어 중간중간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하거나 약식의 강연이 마련되기도 하는 식이었다.

한 주 안에 소화하기엔 물리적으로 버거운 일정이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각 삶과 사안들이 지니는 무게로 인해 말 그대로 ‘소화’가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지하철로 도시 곳곳을 오고 다니는 이동의 과정에서, 또 여러 배경에 걸친 삶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한 정체성과 커뮤니티를 마주하고 탐구하기보다는 여러 사안이 중첩되거나 교차하는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작업을 진행하게 될 타이베이라는 도시의 사회·문화·정치적인 맥락과 더불어 각 커뮤니티를, 또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한 주간의 기초적인 답사 이후 둘째 주부터는 12명의 참여 아티스트들이 보다 적은 인원의 그룹들로 나뉘어 하나의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추거나 여러 커뮤니티를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통합하여 리서치를 심화하는 ‘탐색(Exploring)’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이어 셋째 주에는 커뮤니티와 ‘관계 맺기(Involving)’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 2주간의 과정은 답사와 더불어 토론의 연속이기도 하였는데,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어가 자신의 모어가 아니었기에 합의에 도달하기에 앞서 ‘소통 그 자체’를 위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었고, 소통을 위한 매체로 언어가 아닌 다른 매체가 사용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것은 노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방식은 각자의 생각이나 키워드들을 포스트잇으로 적어 한 데 붙이고, 그 포스트잇들끼리의 관계만으로 키워드들을 재배치하여 키워드 그룹을 만드는 것이었다). 모두가 익숙지 않은 환경과 관계에서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각자에게 익숙했던 기존의 방식과 언어로는 종종 길을 잃기도 하였지만, 이는 그저 비효율적인 시간 활용이나 작업의 중단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관점과 사유 방식의 확장이나 전환으로 다가오기도 하였고, 각기 다른 것들이 묘하게 접붙여져 하나의 새로운 것으로 도출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물론, 익숙지 않은 작업환경에서의 길어봤자 3주 정도인 짧은 리서치만으로 어떤 결과, 즉 ‘발표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참여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큐레이터와 퍼실리테이터들은 발표를 위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보다 과정 가운데에서의 ‘발견’에 집중하고 이를 심화시킬 수 있도록 질문하며 협력하였고, 그 발견들이 다른 구성원들의 것과 어떻게 맞닿을 수 있는지, 더불어 어떤 질문들이 비롯될 수 있으며 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무엇이어야 할지 함께 토론하곤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두가 영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 된 것처럼 한 번은 ‘working with/in community’라는 올해의 주제로 with/in/for/about 등이 각기 어떻게 다르며 작업과 관계 맺기의 과정에서 어떤 ‘전치사’가 적절할지를 한참 토론하였던 적이 있기도 하다. 리서치 기반의 work-in-process 작업방식을 경험하며 진행과 쌓아감의 감각보다는, 부단히 끊기며 머무르는 감각을 자주 느꼈던 것 같고,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의 선 곳과 주변의 맥락을 살피며 다시금 목표를 설정해보는 훈련을 짧게나마 경험하였던 것 같다(창작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는 ‘과정 공유’에 국한되지 않는, 작업방식 전반에서의 큰 얻음이기도 하다).
연회(年會) - ADAM Annual Meeting
리서치 과정에 대한 발표는 프로그램의 마지막 주인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이는 ADAM의 주최 기관인 Taipei Performing Arts Center의 Taipei Arts Festival 기간 중이기도 하였다. 페스티벌의 공연이 저녁 시간대의 극장 공간에서 상연되는 식이라면, ADAM의 공유와 회의는 오후 시간대의 연습실과 세미나실, 그리고 야외 공간 등 각 그룹과 발표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식이었다. 나흘간의 회의 프로그램에 사전 등록한 공연예술계 종사자와 관계자들은 낮에는 회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페스티벌의 공연을 관람하며 타이베이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듯 보였다. 올해 레지던시 참가자들의 발표는 전시, 퍼포먼스, PPT 프리젠테이션, 퍼레이드 등 여러 형태로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필자가 느낀 바에 의하면 이에 따른 ‘회의(Meeting)’ 혹은 ‘관객과의 대화’는 초반부의 다소 평가적인 분위기에서 점점 관객 자신의 구체적인 감각과 소회 등이 오가기도 하고, 어떨 땐 구체적인 저자와 도서가 언급되기도 하는 등, 발표 장소와 더불어 행사장소 곳곳에서 피드백과 대화가 이루어져 갔으며, 나흘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발표자와 관객이 함께 어떤 ‘만남’의 상태를 만들어가는 듯 보였다.

또 이 나흘간의 회의 기간에 걸친 과정 발표는 2019년의 ADAM3 참여 아티스트들만 진행하였던 것이 아니라 2018년 ADAM2 참여 아티스트들의 후속 리서치 및 퍼포먼스 발표와 병행되었으며, 2017년 첫해의 ADAM에서 발표된 한 프로젝트는 2019년 Taipei Arts Festival에서 공연의 형식으로 상연되고 있기도 하였다. 더불어 전년도에 참여하였던 아티스트들 중 일부는 협력 큐레이터와 퍼실리테이터, 또는 회의 과정의 관찰자로 초청되어 리서치 기반의 작업과 work-in-process의 과정 및 방식에 대해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는 등, 참여 아티스트들은 한 번의 리서치와 한 번의 작업 경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동시대의 공연예술 혹은 퍼포먼스는 어떠한 방식으로 탐구되고 제작될 수 있는지, 또 어떠한 관객과 어떤 방식으로 만날 수 있을지, 네트워크를 통해 담론을 교류하고 그 담론 형성의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지원받고 제공받았다.

연회(年會)의 클로징 파티 이전 마지막 세션은 올해 일정에 참여하였던 모든 구성원, 즉 큐레이터와 퍼실리테이터, ADAM Artist Lab의 아티스트들, 그리고 회의에 참여하였던 모든 관객이 모여 전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동시대 공연예술 및 퍼포먼스는 시장(Market)의 언어와 어떻게 공존 또는 병존하거나 대립할 수 있을지, 그 가운데 회의(Meeting)라는 네트워크와 플랫폼은 어떤 담론을 생산하거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각국의 지원제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과정과 그것의 공유방식은 어떤 관계 맺기를 통해 가능할지, 또 지속가능성이란 거창한 단어는 무엇인지 등등. 물론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도 않았고 하나의 거대한 합의가 도출되지도 않았지만, 어떤 의제에 대한 관점과 고민을 서로 공유하는 회의의 시간은 생각의 전환이든, 경험 그 자체로든 남아 각자의 자리에서의 또 다른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 2019년의 경우 3-4월에 걸쳐 공모가 진행되었으며 신청과 관련하여 국적과 장르에 대한 제한은 두지 않는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중문/영문) 참조.
    ADAM 공식 홈페이지 http://adam.tpac-taipei.org
[사진: ⓒ2019 TPAC. All rights reserved]

태그 ADAM, 亞當計劃

목록보기

송이원

송이원 연출가
‘丙 소사이어티’에서 글 쓰고 연출하는 사람.
eewons@gmail.com
제167호   2019-09-05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