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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적 기법으로 풀어낸 익명의 폭력성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백수광부 <숲 속의 잠자는 옥희>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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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숲속의 잠자는 옥희>는 악플로 얼룩진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동화 『숲 속의 잠자는 미녀』를 패러디하여 표현한 창작극이다. 익명성의 허울 좋은 그늘 아래, 확인되지 않은 사실 뒤에 숨어 무차별적인 폭력성을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면면 面面을 우화적으로 풀어냈다.

극단 백수광부
  • 숲 속의 잠자는 옥희

    <숲 속의 잠자는 옥희>는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미친극> <언니들>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 등을 선보였던 최치언 작가와 이성열 연출의 신작이다. 악플로 얼룩진 인터넷 문화의 폐해, 즉 대중에 의한 마녀사냥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자신의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현대사회의 상처를 곱씹고 있는 작품이다.

    배우 김옥희와 동명의 작가 김옥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연극은 동화 『숲 속의 잠자는 미녀』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배우 김옥희는 무명의 시절을 딛고 중견의 여배우로 한참 주목을 받고 있고, 작가 김옥희는 오랜 절필 끝에 다시 소설을 쓰려고 한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 두 사람이 언론과 네티즌들에 의해 얽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날, 배우 김옥희는 라이벌이자 친구이며 배우인 애경으로부터 ‘물레’가 들어 있는 소포를 받는다. 그리고 곧 친구 애경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으로 인해 옥희를 향한 악랄한 소문과 유언비어들이 인터넷에 유포된다. 그즈음 동명의 작가 김옥희가 출간한 소설 『숲 속의 잠자는 미녀』의 내용이 자신과 죽은 애경의 이야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론과 네티즌들은 소설에 환호하고,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을 배우 김옥희와 동일시하기 시작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연극은 주인공 옥희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잔인하고 의도적인 악플에 찔려(물레의 독침) 기나긴 잠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너무나 쉽게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보들을 재생산하며 ‘소리 없는 살인’이 일어나는 사이버 세상. 연극 <숲 속의 잠자는 옥희>는 자신이 확신했던 내면의 진실과 싸우면서 자기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는 두 명의 옥희를 통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원작에서 공주를 깨우는 이가 1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숲을 헤치고 들어온 왕자라면 연극은 현 시대의 잠자는 옥희(진실)를 깨울 왕자가 어디에 있는가를 되묻는다. 그것은 공공연하게, 어떤 이유에서, 누구에 의해서인지도 알 수 없이 불특정다수의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옥희처럼 그 모든 것을 피해 깊은 잠이 들어야 할지 모른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린벤치> <억울한 여자> <휘가로의 결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굵직한 작품들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호평을 받아 온 배우 이지하가 배우와 작가 두 인물을 오가는 1인 2역 역할로 극적 상상력을 더한다. 일러스트 영상을 사용해 현실과 동화 속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과 무대도 이 작품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 극단 백수광부

  • 숲 속의 잠자는 옥희
  • 일시 : 11월 22일~12월 2일 평일8시/ 토 3시 7시/ 일 3시/ 월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작 : 최치언
    연출 : 이성열
    출연 : 이지하, 임진순, 최지훈, 김현영, 박정민, 김준태,
    박혁민, 이태형
    문의 : 02-889-3561, 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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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숲속의 잠자는 옥희, 극단백수광부, 최치언, 이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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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1호   2012-11-0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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