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청우 <싸움꾼들>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연극을 재밌게 하는 것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다.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무대 위에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마치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은 그런 경험, 그게 연극의 재미다. 극단 청우의 신작 <싸움꾼들>이 바로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을 통해 만들어진 상상력의 무대는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궁금함을 유발하고, 결국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로 돌아오게 만든다. 어느 순간 느끼게 되는 카타르시스, 연극이 주는 가장 근본적인 재미다.

  • 싸움꾼들
  • 무전기를 통해 목적지를 전달받는 퀵 서비스 청년 27호. 여느 날처럼 무전기를 통해 주문을 받은 물건을 받기 위해 폐허가 된 집터로 간다. 하지만 퀵을 부른 사람은 찾을 수 없고, 그곳에서 집에 갇힌 엄마의 환영을 보게 된다. 엄마는 청년에게 ‘최 교수’라는 사람을 찾아가라고 말하고, 청년은 이종격투기에 중독돼 있는 최 교수를 만나게 된 후 ‘마스크’라는 허상의 인물과의 싸움에 집착하게 된다. 마스크를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한 대상이 필요했던 최 교수는 퀵 27호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며 그의 과거와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점점 현실과 허상, 조작된 기억들의 혼재 속에서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도 모르는 청년은 매일 링에 올라갈 뿐, 매일 같이 패배하기만 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관중들, 그들은 패배자의 모습으로 남겨지는 청년의 모습에서 자신을 찾으려 하며 그의 승리를 염원한다. 조작된 삶과 되찾은 기억 사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청년은 독이 오를 대로 올라 무전기를 부수고 경기에 나선다. 함성을 뚫고 링 위로 올라간 청년은 마스크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단 한번 승리를 맛보는 최고의 순간, 그의 상대는 빛 속으로 사라진다. 마스크 뒤의 최 교수, 그 뒤에서 무전기를 통해 이 모든 일을 만들어가던 대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그의 싸움은 멈춘다.
싸움꾼들
  • 싸움꾼들
  • 자신을 퀵 27호라 알고 있는 청년, 그에게는 이름이 없다. 누구로부터 시작된 삶을 사는지, 누구로부터 만들어진 삶을 좇아가는지도 알지 못한다. 퀵 서비스 기사로서의 현실과 이종격투기 선수로서의 허상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살기 위해 달리고 죽을 만큼 싸운다. 그 허상이 비워진 곳에 채워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현실 속의 나는 과연 누구인가. 자신과 ‘자신’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또 다른 자신의 모습, 조작된 이야기와 진실 사이에서 헤매는 청년의 모습을 그린 연극 <싸움꾼들>은 살아남기 위한, 그래야만 하는 현대사회의 처절한 생존방식을 보여준다.

    승자의 법칙이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승자가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인격이 말살된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하는 연극의 말 걸기는 퀵 서비스 기사와 이종격투기 선수라는 극한의 생존에 내몰려 있는 상징적인 인물을 통해 확장된다. 치열한 싸움의 공간에 놓여 있음에도 그것을 채 인식하지 못하고, 전쟁터에 내몰린 이 시대의 싸움꾼들, 연극은 그런 우리들의 일상을 묵직한 질감으로 만나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 [극단 청우]

  • 포스터
  • 일시 : 2월7일(목)∼2월17일(일)
    평일 8시 / 토 3시, 6시 / 일 3시 (2월9일∼11일 쉼)
    장소 : 설치극장 정미소
    작 : 김민정 연출 : 김광보
    출연 :
    유성주, 남수현, 문경희, 천정하,
    강승민, 최승미, 문하나
    문의 : 02-889-3561,3562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함께 나온 기사 보기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가슴으로 앓아야 했던
상처를 꺼낸 두 여자의 이야기

신인, 신작 발굴을 위한
기상프로젝트!

태그 싸움꾼들, 극단청우, 김민정, 김광보

목록보기

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7호   2013-02-07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