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역사를 되짚는 건 이유가 있다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작은신화 <봄이 사라진 계절>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봄이 사라진 계절>은 말 그대로 100년 전 조국의 봄을 잃어버린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극이다. 하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그 역사를 통해 오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큰 줄기아래 변형과 과장, 픽션을 가미해 일제강점기의 조선과 일본, 100년 후 현재의 한국사회의 모습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우리가 인식해야 할 중요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지나간 역사를 되짚어보는 이유다.

  • 봄이 사라진 계절
이재명 의사
  • 1909년 조선. 이완용 저택의 거실. 그곳에 방문한 엄귀비는 이토 통감의 근황에 대해 이완용과 이야기를 나눈다. 마침 창경궁 식물원에 갔던 소화와 임부인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밝아지고, 만세보 주필이자 이완용의 측근인 이인직이 집에 들러 소화의 가정교사로 미국에서 공부한 청년 이재명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비 오는 늦은 밤, 집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이완용에게 낯선 청년이 찾아온다. 그가 일전에 소개받은 이재명이라는 청년임을 알고 긴장을 푸는데 이재명은 자신이 100년 후 미래에서 온 사람이며, 이완용의 집에 기거하고 그의 삶을 지켜보고 싶다고 한다. 이완용의 허락으로 소화의 가정교사로 들어온 이재명은 가끔 이완용의 집을 드나드는 송병준을 이용해 실제로 벌어질 사건의 정보를 제공하며 막아보고자 한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역사적 기록과 같이 예정된 일이 일어나고 이재명은 ‘그 변함없는 역사’ 속에서 곧 이완용을 암살하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되자 고민하게 된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100여 년 전, 이완용의 집에서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조망하고 있는 연극 <봄이 사라진 계절>은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경술국치 등 실제 역사적 사건 아래 이완용 암살시도 사건을 중심으로 픽션과 과장을 뒤섞어 현재의 한국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100년 전 일본처럼 100년 후 한국사회를 흔드는 대상이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면, 100년 전이나 후나 힘에 붙어 세력을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에 의해 좌우되는 게 같다면, 역사 속에서 개인의 선택이 환경과 힘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종의 습성과 같이 볼 수 있다면, 약 100년 전 이완용을 암살을 하려했던 이재명이 아닌, 개인의 부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록된 역사 속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개인에 대한 이해가 아닌, 현재 우리의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봄이 사라지는 계절>은 이야기를 통해 확장되는 엄중한 질문으로 보는 이들의 폐부를 찌른다. 과연 매국노란 일제강점기에나 존재했던 과거의 인물들인가? 의식을 지배하는 문화의 침투란 무엇이며, 대중이란 어떤 존재들인가? 우리 민족은 과거를 학습하지 못하는가? 하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인물을 통해 역사극이 갖는 연대기적 흐름에 묶이지 않게끔 극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이 작품은 이완용이라는 한 개인의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인물들의 관계망, 그들의 대화를 촘촘히 엮어내 100년 후 우리 사회의 일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의 자세, 혹은 그것을 누리고 있는 어떤 모습들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반문하게 한다. 이재명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흘리는 이인직의 웃음,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연극 <봄이 사라지는 계절>은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 [극단 작은신화]

  • 포스터
  • 일시 : 2월 21일∼3월3일
    평일 8시 / 토, 일, 공휴일 3시 (월요일 공연 있음)
    장소 : 설치극장 정미소
    작 : 신은수
    연출 : 신동인
    출연 : 장용철, 장성익, 송현서, 임형택, 김준태, 오현우
    박소정, 주재희
    문의 : 02-889-3561,3562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함께 나온 기사 보기

소통의 부재가 낳은 폭력성

관계로부터 소외되고 회복되는 삶

역사를 되짚는 건 이유가 있다

태그 봄이 사라진 계절, 극단 작은신화, 신은수, 신동인

목록보기

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8호   2013-02-21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