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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부재가 낳은 폭력성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연희단거리패 <수업>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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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수업>은 이오네스코의 대표적인 부조리극이다. 2009년 3월 이오네스코 탄생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보였던 작품으로 이후 일본 타이니알리스 페스티벌, 2012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국립극장 페스티벌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지식을 갈망하는 소녀가 교수를 찾아와 수업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연극은 왜곡과 소통불능이 낳은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수업
수업
  • 수줍음 많고 지나칠 정도로 예의바르며 소심한 기색마저 보이는 교수, 그림자처럼 교수를 위해 일하는 하녀가 있는 집. 그곳에 종합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여학생이 교수를 찾아온다. 수업이 시작되고, 교수나 여학생 모두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하지만, 수업이 계속 될수록 둘 사이에는 혼선이 잦아진다. 하녀는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에게 뺄셈은 흥분하게 만드니 안 된다고 만류해보지만 교수는 이를 무시한다. 수업은 계속해서 비교언어학으로 넘어가고, 하녀는 다시 그것이 범죄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방해하지만 교수는 하녀를 제지시킨다. 잠시 후, 쏟아지는 지식들을 감당하지 못하던 여학생은 이가 아프다고 칭얼대기 시작하고, 자신의 수업에 도취돼 극도로 흥분한 교수는 아프다며 울먹이는 여학생을 공격하고 폭력성은 극에 달한다. 결국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소녀를 살해한 후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벌벌 떨고 있는 교수, 하녀는 마치 어머니처럼 침착하게 교수를 타이르고, 뒷정리를 시작한다. 잠시 후,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새로운 학생이 교수를 찾아온다. 하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는다.

    연희단거리패의 <수업>은 이오네스코의 연극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부조리극이다. ‘나는 그저 제시할 뿐’이라는 말처럼, 이오네스코의 작품들은 지금 이 시대, 어떤 모습을 갖다 놓아도 접목이 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소통의 부재, 언어의 폭력성, 세상에 대한 폭력성이 현재에도 같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수업>은 문학적 고전에 머물러 있지 않는, 동시대성을 목도하게 한다. 언어로부터 비롯되는 혼란과 단절이 폭력적 상황을 빚어내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하고 무질서한 삶의 일면을 날카롭게 비판함으로써 일방통행적인 자기주장으로부터 기인하는 강압과 폭력으로 병들어가는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희곡 그 자체로 완성되지 않는 작품”이라는 연출가 이윤택의 말처럼 <수업>은 불어로 쓰여 진 말의 속도와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자유연상을 통해 상징되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섬세한 몸짓과 광기에 사로잡힌 교수로 분한 배우 이승헌의 무게감 있는 연기와 공포에 사로잡힌 학생으로 분한 배우 박인화,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전체적인 상황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하녀 역의 김아라나 등 연희단거리패의 <수업>은 오랜만에 연극의 묵직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사진제공 [연희단거리패]

  • 포스터
  • 일시 : 2월20일∼3월9일 / 평일 8시 / 토,일 4시 (월 쉼)
    장소 : 게릴라극장
    작 : 외젠 이오네스코
    번역 : 오세곤
    연출 : 이윤택
    출연 : 이승헌, 박인화, 김아라나
    문의 : 02-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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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수업,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외젠 이오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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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8호   2013-02-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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