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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이들의 애환을 담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물결 <돈데보이>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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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삶을 떠나 다른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이 있었다. 여비조차 충분치 않은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좁디좁은 기차 화물칸의 실렸다. 조금만 버티면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꿈을 꾸며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불법이민’이라는 공포와 뜨거운 열기로 숨 막히는 시간을 감내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1987년 6월, 그렇게 19명의 멕시코 난민들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기차에 올랐다. 하지만 선로를 이탈하여 운행을 멈춘 기차 속에는 죽음의 공포와 광기만이 남았다. 결국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돌아설 수도 없었던 이들은 기차 안에서 그대로 질식사 했다. 이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명의 증언으로 시작되는 그날의 사건. 연극 <돈데보이>는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시도했던 이들의 비극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 돈데보이

    19명의 멕시코인들이 국경지대를 이루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려 한다. 중간브로커를 통해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는 기차 화물칸에 숨어들었다. 어둡고 답답하고 좁은 공간에서 열흘 동안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여행을 해야 하는 이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게임을 하며 공포를 이겨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여정이 계속될수록 희망은 불안함으로 바뀌고, 기차는 선로를 이탈, 운행을 멈춘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광기에 휩싸인 이들은 혼란과 공포에 사로잡힌 채 끝내 죽음을 당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미키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충격에 휩싸여 그 순간을 회고한다.

    멕시코 극작가 우고 살세도의 『가객들의 여행』을 원작으로 한 극단 물결의 <돈데보이>는 1987년 6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불법 이민을 시도하다 질식사한 비극적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십 년 전, 타국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의 재현이나 역사적 고증이 아니다. 사라지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는 지금, 동시대의 우리 이야기다.
돈데보이
  • 중국인 25명이 밀입국하다 질식사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연극 <해무>처럼, 이 작품 역시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인간의 희망을 이루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야만 했던 비극적 실화를 통해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다.

    극단 물결의 송현옥 연출은 “멕시코에서 날아온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풍경이 아닌, 우리 과거의 시대상, 그리고 현재에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고 피력한다. 이처럼 남아있는 자와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나라로 이주한 다양한 이민자들의 애환을 돌아보며 동시대의 아픔을 직면하게 하는 연극 <돈데보이>는 극단 물결의 신체언어와 상징성으로 무대 이미지를 극대화 시켰다.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특성은 보다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를 가능케 한다. 특히 ‘희망’(철로)이나 ‘삶의 무게’(짐)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사용되는 ‘사다리’, 구원의 희망으로 상징되며 작품의 곳곳을 감싸고 있는 음악 등 시청각적 감성을 극대화한 무대는 웃음과 슬픔, 움직임과 언어, 노래와 침묵 등 대비되는 요소들을 통해 이야기의 질감을 묵직하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 [극단 물결]

  • 돈데보이
  • 일시 : 3월14일(목) ~ 3월17일(일)
    목, 금 8시/ 토 3시, 6시/ 일 3시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원작 : 우고 살세도
    연출 : 송현옥
    출연 : 정아미, 김충근, 이주원, 송아영, 홍기준, 나현민,
    조환준, 강경래, 윤국희, 오주원, 안태영, 강지은,
    장진호, 김예샘, 김수지
    문의 : 02-2665-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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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돈데보이, 극단 물결, 우고 살세도, 송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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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9호   2013-03-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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