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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실패, 그 끝에선 사람들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프랑코포니 <단지 세상의 끝>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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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그저 함께 듣고 귀 기울이고 말하며 대화하면 된다. 그것이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소통’의 방법이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가보다. 인간의 삶을 다루는 문화(연극), 사회, 정치가 쉼 없이 ‘소통의 부재’를 말하고 있는 시대를 보면 말이다. 인간은 서로서로 관계망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현대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그 관계 속에서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만 남은 채, ‘진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라는 ‘가족’으로부터 더 깊은 상처를 받게 되는 현대사회, 쉬이 꺼내놓을 수 없는 그 부재는 다시 개인의 고독과 죽음으로 돌아온다. 우린 어쩌면 그렇게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의 끝’에서 위태로운 삶을, 아닌 척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단지 세상의 끝
단지 세상의 끝
  •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그렇게 소식이 없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지. 그 이야기들 속에서 과거는 재밌는 추억이 되기도 하고, 현재는 궁금한 얘기꺼리가 되기도 한다.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한 밝은 희망으로 확장되며 관계는 즐거워진다. 이런 관계 속 인간의 삶은 행복해 보인다. 적어도 내 삶과 상대방의 삶의 다름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자 하는 서로간의 ‘신뢰’가 동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지닌 삶은 인간이 살아가는 또 다른 힘으로 작용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현대사회에 필요한 신뢰와 존중일지도 모른다.

    여기,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그러해야만 하는, 그러한 신뢰와 존중의 마지막 공간이랄 수 있는 한 가정이 있다. 가족이 모였지만 어색하기만 하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보는 이들도 난감한, 루이네 가족이다. 늙은 어머니와 딸이 함께 살고 있는 집에 10년 전 집을 떠났던 루이가 돌아왔다. 그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어쩌면 당연히 돌아와야 할 곳으로 왔을지 모른다. 소식을 들은 동생네 가족들도 오고, 오랜만에 한 가족이 다 모인 자리,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궁금함과 신뢰, 존중은 어디에도 없다. 식구들은 무소식으로 10년을 살았던 루이에 대한 원망과 비난, 분노를 쏟아내기만 할 뿐이다. 루이는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집을 떠난다. 이제, 그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 이 이야기는 극단 프랑코포니의 <단지 세상의 끝>의 주요 서사다.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집을 나갔다 돌아온 아들의 귀환, 그를 둘러싼 다섯 명의 여인들의 서로 다른 기억을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내며 해체돼버린 가족의 일면을 다뤘던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집에 있었지>의 작가 장-뤽 라갸르스의 작품이다.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시적 언어, 독특한 구성, 특히 지문이 없는 그의 작품의 특징은 <단지 세상의 끝>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침표와 쉼표의 문장으로 나열된 시어 같은 대사, 장과 장 사이의 내용도 명확하게 전개되지 않는 모호함,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나이 외에 캐릭터에 대한 소개도 거의 없는 이 작품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막간극 형식 등을 통해 소통의 부재 아니 실패에 다다른 현대인의 모습을 현대적이고 시적인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14개국 이상의 외국어로 번역되어 매년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단지 세상의 끝>은 2009년 창단한 극단 프랑코포니의 7번째 작품이다.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를 통해 만났던 작가 장-뤽 라갸르스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사진제공 [극단 프랑코포니]

  • 단지 세상의 끝
  • 일시 : 3월22일(금)∼4월7일(일)
    화수목금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 월 쉼
    장소 :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작 : 장-뤽 라갸르스
    연출 : 까띠 라뺑
    번역/드라마트루기 : 임혜경
    출연 : 지영란, 김은석, 강일, 김혜영, 박묘경
    문의 : 1666-5795 / 02-2280-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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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단지 세상의 끝, 극단 프랑코포니, 장뤽 라갸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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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0호   2013-03-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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