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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한국공연예술센터 ‘봄 작가, 겨울 무대’ 2012년도 최우수 선정작 <뿔>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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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뿔>은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를 사슴농장에서 일어나는 일그러진 판타지를 통해 세심하게 그려내 ‘2012 봄작가, 겨울무대’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돼 재공연 되는 작품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서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현대사회의 일면을 날카롭게 조명한 작품으로 상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살려 초연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로 재구성됐다.

  • 뿔

    10대 후반 ‘퇴색되는 꿈’이라는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소책자에 새겨진 짧은 글의 핵심은 이랬다. “초등학생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한다.(당시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큰일을 하고 싶다는 꿈의 대명사였다) 중학생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니 과학자나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고, 고등학생은 대학이나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대학생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취직이라도 됐으면… 하고 말을 흐린다.”는 그 글은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자꾸만 작아지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십대들의 현실을 전했고, 십대였던 내게도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 앞에 이 이야기를 슬며시 엎어 놓는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청년의 때를 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장년의 때, 이제 당신의 꿈이 뭐냐고 다시 물어본다면, 과연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뿔
  • 직장에서 야유회를 가게 된 김과장, 장소는 퇴직한 대현이 운영하는 사슴농장이다. 오늘 이곳에서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고 말하는 부장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구경이 아니라며 벼르고 있다. 오늘이 일 년 동안 자란 수사슴의 뿔을 자르는 날이라는 것이다. 멋진 뿔을 달고 있는 사슴들은 오늘 자신들에게 일어날 일을 알지 못한 채 우리 안에서 김과장 일행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야유회가 무르익을수록 김과장은 성과평과 결과에 지치고, 치고 올라오는 안대리가 죽이고 싶을 만큼 밉고, 얼마 전 자살한 박차장이 맘에 남아있어 전전긍긍한다. ‘오늘 이부장 이 자식, 가만 안둘 테다’라고 생각하며 마취총을 집어 드는 찰나! 사슴의 눈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과연 그의 뿔은 사라질 것인가, 남을 것인가.

    연극 <뿔>은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주최하는 차세대공연예술가 육성 프로젝트인 ‘봄 작가, 겨울 무대’에 올랐던 네 개의 작품 중 ‘계층 간의 약육강식을 잘 드러낸 무대’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경쟁사회에 내몰린 것이 이제는 비단 어떤 특정 계층에 머물러 있지 않은 현대사회의 일면을 씁쓸하고 애잔하게 그려낸 연극은 그것이 허구적인 판타지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가슴 아픈 현실을 목도하게 한다. 그것은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뒤쳐지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자신의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현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더욱 그렇다.

    뿔이 자랄 때마다 잘리는 사슴의 비애처럼, 그렇게 개개인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도구적 존재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그린 연극 <뿔>이 보여주는 인생은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서 꿈틀대다 다시 현실 속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핍진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실직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상상으로 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 현대인들의 삶을 통해 연극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기괴스럽고 불편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대면하게 하면서 연극은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사진제공 [한국공연예술센터]

  • 뿔
  • 일시 : 4월5일(금)∼4월14일(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윌 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작 : 정소정
    연출 : 김관
    출연 : 민대식, 김구경, 강현우, 유정민, 이형미
    문의 : 02-366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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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연극 뿔, 봄작가 겨울무대, 정소정, 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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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1호   2013-04-04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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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보면서 내내 누군가와 닮았다 싶었는데, 제가 두려워하는 저의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2013-04-10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