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진정성이 결여된 인간관계의 비극적 코미디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공연제작 마루에 <파티-그로테스크 심포니>

최윤우_연극평론가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명언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예술가로 살다가 나무가 된 극작가 윤영선(1954~2007)이다. 2007년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작품은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무대에 오른다. 따뜻한 위로가 되었던 작품, 때로는 세상에 대한 거침없는 시선을 직설적으로 담은 그의 희곡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살아있다. 공연제작 마루에가 공연하는 연극 <파티-그로테스크 심포니>도 마찬가지다. 인간관계의 폭력성을 코믹하고 신랄하게 꼬집어낸 작품으로 14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됐던 작품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윤영선 작가와 뉴욕 유학시절 함께 연극을 했던 연출가 황두진이 그를 추억하며 만든, 조금 더 특별한 무대로 꾸며진다.

  • 파티

    잔치가 있을 때 사람들은 지인들을 초대한다. 때로는 그 관계에 의해 형식적인 일들을 감당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한 형식은 초대받은 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과 오고가는 덕담을 통해 상쇄된다. 대부분의 파티가 그렇다. 그런데 여기, 이상하게 모여 시작된 집들이 파티가 있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이사 온 어느 날 예고 없이 들이닥친 이웃들에 의해 집을 강탈당한 김가형의 집이다.
    그는 새로 이사 온 전원주택 거실에서 아내와 함께 편안하고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럽게 걸려오는 전화, 이어서 들리는 벨소리…. 초대하지 않은 마을사람들이 집으로 들이닥친다. 부부는 마을사람들의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지만 이웃 간의 화합을 위해 싫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몸살을 핑계로 방문자들을 되돌려 보내려하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악의 없는 행동과 순박함을 보이는 주민들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모임의 자문위원을 맡기까지 한다. 그 사이 주민들과 동장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동장의 통제에서 벗어난 주민들은 한층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부부가 항변하지만, 결국 2층으로 쫓겨나고, 거실은 마을 사람들의 차지가 돼버린다.
파티
  • 연극 <파티-그로테스크 심포니>는 늦은 밤 새로 이사 온 교수 부부의 집을 일방적으로 방문한 동네 사람들로 인해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각기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충돌하는 모습이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펼쳐진다. 외부인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을 주민들과 자신의 전원주택을 무식한 이웃주민들에게 침범 받을까 두려워하는 교수 부부를 대비시켜 진정성이 결여된 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양산되는 소통의 부재를 생각해보게 한다.

    연극은 이웃 간의 ‘화해의 길트기’라는 것을 명목으로 친분을 강요하고, 급기야 삶의 공간을 차지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때론 위협적으로 그린다. 이들에 의해 둘러싸인 부부는 두려움과 위험을 느끼지만, 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행동은 기괴한 모습으로 변질되어간다. 연극 <파티>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 없이 표면적으로 이루어진 관계성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비극적 코미디다.

    당초 작가가 부제로 붙인 ‘그로테스크 심포니’ 특성은 이번 무대에서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즉, ‘그로테스크’의 성격을 덜어내고, ‘심포니’에 더 많은 초점을 맞췄다.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격하게 충돌하며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 역시도 저마다의 매력적인 소리가 되어 서로 어우러질 있다는 것을 부각했다. 또한 ‘게릴라극장 극작가전 시리즈’로 올라가는 이번 무대에서는 윤영선 작가가 1988년 뉴욕 유학시절 출연했던 <아멜리카 저멀리카> 공연영상을 최초로 공개, 그의 생전의 모습을 추억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출처 [공연제작 마루에]

  • 파티
  • 일시 : 4월4일(목)∼4월21일(일)
    평일 8시 / 토, 일 4시, 7시 (월 쉼)
    장소 : 게릴라극장
    작 : 윤영선
    연출 : 황두진
    출연 : 김진욱, 이미정, 장항석, 곽인호, 곽민호,
    임정선, 곽민석, 최재영, 송혜림
    문의 : 010-4581-4347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함께 나온 기사 보기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얼굴로 새긴다.

극단 ETS
<페이스>

진정성이 결여된
인간관계의 비극적 코미디

공연제작 마루에
<파티-그로테스크 심포니>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봄 작가, 겨울 무대’
2012년도 최우수 선정작
<뿔>

태그 파티-그로테스크 심포니, 마루에, 윤영선, 황두진

목록보기

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1호   2013-04-04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