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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꿈과 현실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명작옥수수밭 <트라우마 수리공>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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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수리공>은 2012 아르코 공연예술 희곡작가 인큐베이팅을 거쳐 34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타인의 꿈에 들어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우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독특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통해 ‘힐링’의 가치와 그를 둘러싼 사회제도의 모순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곱씹고 있는 작품이다.

  •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급격하게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 현상이 있다. 바로 ‘힐링’이다. 매스미디어를 필두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음식 등 인간의 삶과 관계되어 있는 모든 곳에서 비상한 관심을 이끌어냈던 힐링은 현대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수단처럼 힘을 얻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대화법, 일상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시선, 무의식 속에 내재된 상처를 만나게 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힐링은 자연스럽게 핍진해진 시대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언어가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힐링을 강요하는 시대 속 무언의 압박감 때문이기도 하고, 수없이 쏟아지는 관련 상품에 치여 주객이 전도돼 버린 탓이기도 하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힐링이 목적이 아닌, 상품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며 본래적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적 치유의 영역 역시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하고 있는가? 그 현상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연극 <트라우마 수리공>이 목도하고 있는 우리의 시대상이다.




    힐링의 가치, 자본의 속성을 말한다
  • 현실과 꿈의 공간이 뒤섞인 무대, 여기 과거의 상처로 세상을 두려워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 머리 위에 선풍기 프로펠러 같은 것을 쓰고 있는 ‘우제’다. 우제는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승우의 꿈속으로 들어가 가장 즐거웠던 기억 속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이후, 8년간의 고립된 생활을 한 우제, 그는 우연치 않게 승우의 조카 꽃님이를 자신의 방에서 재우게 되고, 그의 꿈을 통해 망루에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꽃님이를 위로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제는 자신의 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만약 연극 <트라우마 수리공>의 서사가 여기서 끝났다면, 연극은 ‘트라우마 수리공’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꿈의 영역을 빌어 내적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이면을 그린 작품이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은 그런 우제의 바람도, 우제라는 ‘치유의 꿈’을 통해 삶을 위로 받고 싶었던 인간의 마지막 희망조차 철저하게 파괴되는 불편하고 공포스러운 현실을 만나게 한다. 어느 날, 우제의 능력을 간파한 사업가는 우제의 꿈을 대량생산 하자고 한다. 우제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우제의 꿈은 획일화된 상품으로 전락하고, 치유의 기능을 상실한다. 그것조차 돈이 있어야만 가능해졌다. 돈 없는 사람들은 원하는 꿈을 꿀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모르는 꿈을 저장하는 기계가 돼버린 우제. 그렇게 그가 사라진 자리에 그를 대치할 또 다른 ‘트라우마 수리공’을 뽑는 오디션이 열리고 있다. 그 모습은 꽤 위협적이고, 불편하다. 그것은 허황된 상상력이 아니어서 더욱 더 폐부를 찔러오는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이다.

    연극 <트라우마 수리공>은 ‘힐링’이 필요한 현실, 그 너머에 있는 인간 소외의 근본적인 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구조를 들여다보게 하는 가슴 아픈 서사는 세상을 편력하는 자본주의적 관점에 대한 직설적인 저항이다.

  • 누구의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트라우마 수리공>의 기저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즉, 우리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본의 속성에 기인하고 있는 사회구조가 의도적으로 트라우마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누구의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하는 것들이다.

    연극은 우제를 통해 현실과 꿈의 세계를 넘나든다. 그리고 우제가 꿈꾸는 가치가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대립하고 있는지, 그 싸움에서 물리적으로 무너졌을 때 재생산되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바라보게 한다. 매미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부는 것을 느끼던 따뜻했던 기억은 아련한 추억이 되고 바람(희망)이 되었을 뿐, 현실은 그 추억조차 기억하는 것을 용납하고 있지 않은 우제의 세상이 있다. 문제는 그것이 비단 공상과학을 빌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 자신의 꿈을 꾸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연극 <트라우마 수리공>은 그 세상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삶의 태도가 어떠한가를 되묻고 있다.


    [사진제공 : 극단 명작옥수수밭]

  • 트라우마 수리공
  • 일시 : 5월 9일(금)∼5월 16일(일)
    평일 8시, 토일 3시 7시, 일 3시, 월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작 : 이여진 연출 : 최원종
    출연 : 이정미, 승의열, 김동현, 정선철, 백선우, 유재돈,
    김정란, 전소영, 김설빈, 박윤서, 박인지, 이소아,
    배보경, 김은정, 노연주,
    문의 : 02-764-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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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명작옥수수밭, 트라우마 수리공, 최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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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3호   2013-05-0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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