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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인의 특별한 관계 맺기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실험극장 <배웅>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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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캐릭터 구축이 불필요하고, 스펙터클한 사건이 없어도 된다. 특별한 형식적 변화나 과도한 장치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뭘 하지 않아도 되는 연극이 있다.
연극 <배웅>이 그렇다. 제목만으로도 오랜 지인을 만난 것처럼 기분 좋은 느낌을 갖게 하는 이 작품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74세의 두 노인이 만남과 우정, 이별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관계맺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 배웅

    무대가 밝아지면 순철이 딸과 통화를 하고 있다. 딸에게는 생일을 맞아 동해로 유람을 왔노라고 말하지만, 그가 서 있는 곳은 병원이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딸을 출가시킨 후 홀로 살아오던 순철이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간 곳이기도 하다. 잠시 후, 오랜 기간 입원환자로 있던 봉팔이 들어온다. 언제부터 입원을 했는지, 언제 퇴원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봉팔에게 병원은 제 집 안방보다 편한 공간이다. 낮선 환경이 조심스러운 순철과 달리 봉필은 거침없고 익숙한 행동으로 순철에게 말을 건넨다. 순철은 그런 봉팔이 불편하다. 그렇게 74세의 두 노인이 한 방에서 만났다. 30여 년 간 국어교사로 일했던 순철과 외양어선 선장이었던 봉팔은 서로 다른 성격 탓에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이내 서로에 대한 입장과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마지막을 함께 의지하는 친구가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연극 <배웅>은 가족 간의 관계, 노인소외의 문제, 인스턴트 같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두 노인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애잔하게 그려가고 있는 작품이다.

    배우가 정서를 만든다

    연극을 배우예술이라고 한다. 무대 위에 실존하는 배우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는 것이 연극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배우가 서느냐에 따라 똑같은 작품이라도 전혀 다른 무대가 된다. 연극 <배웅>은 어떤 작품보다 그러한 연극적 특성이 오롯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애써 무엇을 하지 않아도 이 분들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정서와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민복기 연출의 말처럼, <배웅>은 팔봉 역의 배우 오영수와 순철 역의 배우 이영석의 출연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배웅 포스트잇1

    배웅 포스트잇2
배웅
  • '관계'의 의미

    연극 <배웅>은 캐릭터나 사건이 작품의 주요 요소가 아니다. 이 작품의 재미와 감동은 한 마디 한 마디 건네는 봉팔과 순철의 대화, 그들이 보여주는 묵직한 농담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들여다보는 데 있다. 딸과 순철, 아들과 팔봉의 대화에서 엿보게 되는 우리 사회의 해체된 가정의 모습과 두 노인의 시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은 물론, 혼자 밥 먹는 것이 가장 싫다고 떼를 쓰며 이제 우리 친구가 된 거냐고 묻는, 순철의 이야기 등 연극은 보는 내내 눈과 귀를 집중시키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바로 내 옆에서 언제라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두 노인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삶 속에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가를 역설하고 있는 작품이다.


    배웅 포스트잇3


    연극 <배웅>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정서다. 연극은 특별할 것 없는 한 병실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과 갈 곳 없는 한 노인의 만남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그리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나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펼쳐내는 이야기가 콕콕 짚어내는 것은 우리 가슴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연극은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사회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살고 있는지, 무의미한 행위 속에서 조금 더 깊어질 수 있는 관계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럼으로써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사진제공 : 극단 실험극장]
  • 배웅 포스터
  • 일시 : 6.19(수)∼7.7(일)
    화~금 8시 / 토 3시,7시 / 일 3시
    장소 : 설치극장 정미소
    작 : 강석호
    연출 : 민복기
    출연 : 오영수, 이영석, 강동수, 송유현, 오경선
    문의 : 02-889-3561,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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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극단 실험극장, 배웅, 오영수, 민복기,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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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5호   2013-06-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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