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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잃어버린 시대, 착하게 산다는 건?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국립극단 <사천의 착한 영혼>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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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사회주의국가 작가의 작품에 대한 공연 금지가 풀리면서 다양한 무대에서 쉼 없이 공연되고 있는 작품, 형식을 달리하고 시대를 넘나들며, 음악극으로도 봤고, 판소리극으로도 만났던 작품. 바로 브레히트의 대표적인 서사극인 <사천의 선인>이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우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선함과 악함이라는 양면성을 부각시켜 인간의 삶의 태도와 당대의 철학적 기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1943년에 초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의 삶의 가치와 태도, 동시대의 시대상을 담을 수 있는 희곡의 가치는 인간본성에 대한 자각을 넘어, 양분될 수 없는 악함과 선함,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천의 착한 영혼
  • 국립극단의 젊은 연극인 양성 프로젝트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 두 번째 무대가 공연된다. 젊은 연극인들을 교육하고 그 성과를 공연으로 이뤄내는 프로젝트로 학교에서 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의 젊은 연극인들이 느끼는 혼란과 간극을 극복하고 공연을 통해 연극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2012년 황석영의 소설을 극화해 호평을 받았던 <손님>에 이은 이번 작품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각색한 <사천의 착한 영혼>이다. 1990년 <사천의 착한 여자>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이후 많은 무대에서 공연됐던 작품이 특별히 반가운 이유는 착하게 살기 힘든 사회구조 속에 놓여 있는 현대사회의 속성 때문이다.

    사천의 착한 영혼

    착한 조미료, 착한 식당, 착한 가격, 착한 고기, 착한 영화 등 이제 ‘착하다’는 것이 특별한 이슈가 될 만큼 넘쳐나는 그 단어는 상대적으로 우리사회의 비정상적인 면면을 방증하기도 한다. 더 씁쓸한 것은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심리적 치유라는 ‘힐링’이 상품화돼버린 시대처럼, ‘착하다’라는 인간의 본성 역시 상품화되어 사고파는 물질이 돼버린 탓이다. 연극 <사천의 착한 영혼>은 그렇게 영혼을 잃어버린 채 물질화 돼버린 인간의 삶의 태도와 본성을 목도하고 있다.


    선의 의미를 묻다

    선인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세 명의 신들은 숙박을 하기 위해 애쓰지만 가는 집마다 거절당한다. 마침내 그들은 창녀인 셴테의 집에 묵게 되고, 신들은 선한 여인을 발견했다고 안심하며 착하게 살라고 돈을 주고 떠난다. 그 돈으로 셴테는 작은 담배 가게를 마련하려고 하지만, 몰려드는 빈민들의 요구 때문에 가공의 사촌 오빠 슈이타로 변장하여 위기를 피한다. 셴테는 직장이 없는 비행사 양순과 사랑에 빠져 그를 돕지만 양순의 애정 없는 계산으로 결혼이 좌절된다. 임신한 그녀는 태어날 아이를 구하려는 생각에 다시 슈이타로 변장하고 부자 이발사의 재산과 빈민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담배 공장을 차린다. 사업은 번창하지만 셴테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자 슈이타가 공장을 빼앗으려고 사촌 여동생을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고발당한다. 신들이 재판관으로 나온 법정에서 슈이타는 자신이 셴테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착하게 살아나가기가 힘들다는 그녀의 호소에 신들은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다시 승천한다.

    사천의 착한 영혼 포스트잍1

    <사천의 착한 영혼>은 브레히트의 대표적 비유극으로 유럽의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 중국을 배경으로 사용함으로써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생소화 기법을 사용한다. 작품은 이중적인 자아로 살아야만 삶을 연명할 수 있는 셴테라는 한 여인을 선인과 악인으로 분열시켜 선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사천의 착한 영혼


    해학과 상징의 무대

    <사천의 착한 영혼>은 브레히트가 미국에 머물던 시기에 새롭게 수정한 대본으로 공연된다. 셴테에게 호의를 베푸는 인물의 수가 줄었고 셴테를 이용하는 양순의 캐릭터가 보강된 희곡으로 이전에 공연됐던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인물과 구조를 갖고 있다. 대사의 템포와 극의 밀도를 높이고 현대적인 해학이 넘치는 형식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과감한 생략과 상징으로 무대를 확장시켰다. 또한 젊은 배우들의 역동적인 앙상블, 움직임과 결합된 피아노, 기타, 플루트 등 라이브 음악 등으로 관극의 즐거움을 높였다.

    사천의 착한 영혼 포스트잍2

    “모든 게 그렇게 비싼데 어떻게 착할 수 있겠어요?” 70년 전 작품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같은 의미를 지닌 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착한사람이 그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가, 영혼을 잃어버린 물질주의 시대를 반추하고 있는 <사천의 착한 영혼>은 이전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다.

    사천의 착한 영혼 포스트잍3

    [사진제공 : 국립극단]
  • 사천의 착한 영혼 포스터
  • 일시 : 6.20(목)∼7.7(일) 평일 8시 / 토,일 3시 / 월 쉼
    장소 : 국립극단 소극장 판
    원작 : 베르톨트 브레히트
    연출 : 이병훈
    출연 : 길윤이, 김다정, 김병건, 김성혁, 김시연, 박범규, 양한슬
    이강우, 이다빈, 정혜선, 최진혁, 허유미, 현슬기
    / 연출부 : 이상희
    문의 : 1688-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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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의 착한 영혼>

태그 사천의 착한 영혼, 국립극단,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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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6호   2013-06-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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