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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동안 잊힌 이야기, 형제복지원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실험다큐극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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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3월 22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하면서 그 실상이 세상에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시절 부산에 부랑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다 잡아 들이라는 정책이 펼쳐지던 시기, 정권의 비호아래 3000여명이 넘는 거대 복지원이 되었던 그곳은 ‘복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폭행과 강간, 살인 등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된 곳이었다. 12년 동안 검찰조사 자료로 인정된 사망사건만 530여건이 드러난 곳, 하지만 곧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터졌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26년 동안이나 잊힌 사건이다. 피해자는 숨어 살고 가해자는 수천억대의 자산을 운영하며 여전히 떵떵거리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는 1984년 10월 16일, 아홉 살이던 한종선 씨가 누나와 함께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겪었던 지옥 같은 나날에 대한 고발이자,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또 다른 과정이다.

  • 유리바다

    극장의 구조가 그대로 노출된 빈 무대. 왼쪽에는 계단이 오른쪽에는 작은 리프트가 있으며 객석 왼쪽 벽면에는 분장실 내 화장실로 연결된 작은 문이, 오른쪽에는 창살이 드리워진 쪽창이 나있다. 무대 위에는 세 개의 갓등이 삼각형을 그리며 놓여있고, 중앙에는 사면에 커튼을 걷었다 칠 수 있는 육각 철제프레임 있다. 그리고 무대 오른쪽 리프트 아래에는 하얀 덮개로 가려진 들것이 방치된 듯 놓여있다.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진 먼지들(배우)이 서사자로 극을 이끌어간다. 그들의 세계에서 갓등은 바닥에 거의 닿을 듯 내려와 있어 공중을 떠도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전체조명은 커튼콜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극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시각과 경험이 형제복지원 사건 전체를 밝힐 수 없음을, 관객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응원할 때에만 밝은 빛 아래에 공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관객이 입장하면 먼지1이 화장실에서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다 문을 닫는다.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의 무대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건일지-과거와 미래

    연말 <유리바다>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작품의 창작과정을 담은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는 『살아남은 아이』(2012년, 문주)의 공저자이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과 연극하는 장지연이 만나 <유리바다>라는 제목의 희곡을 써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실험다큐극이다.

    유리바다


    타의적 폭력에 의해 어린 시절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감금되었던 사람들은 감금 해제 이후에도 사회적 메커니즘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하고 얼굴 없는 삶을, 현대사회에 특징으로 여겨지는 잉여적 존재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절대적 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시 세상에 들고 나온 한종선, 그가 새로 부여받은 역할은 ‘피해자’다. 하지만 작품은 피해자를 고정된 이미지로 바라보고 그려내지 말기를 당부한다. 형제복지원에서 자유롭게 된 그를 다시 무의식적 이미지 속에 감금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종선 씨와 함께 희곡 <유리바다>를 쓰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은 대화들을 다큐멘터리와 연극을 넘나드는 형식으로 그려냈다. 고정된 피해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이 무대 위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유리바다 포스트잇1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직접발화를 목표로 한 이 작품은 피해 당사자인 한종선 씨가 무대에 직접 출연하여 당시의 사건을 설명한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 인터뷰 영상, 무용, 연기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새로운 창작을 이뤄가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작품이다. 다른 지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어떤 형태의 결과물을 그려놓고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백지상태,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예술가들이 협업할 수 있을까, 연극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참여자들은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무대 위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험다큐극이라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유리바다 포스트잇2
유리바다
당시의 사건을 바라볼수록, 그곳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또 다른 공간에 감금된 채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볼수록 먹먹한 가슴은 분노와 슬픔으로 아파온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고, 국가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던 오랜 시간동안그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한종선 씨의 목표는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연극은 그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무대 위에 그려놓았다. ‘유리바다’를 떠돌고 있는 ‘먼지들’의 질문은 그렇게 우리에게 돌아온다.

유리바다 포스트잇3

  • 유리바다 포스터
  • 일시 : 7월4일(목)∼7월6일(토)
    목, 금 8시 / 토 3시, 7시
    장소 : 삼일로창고극장
    작/연출 : 장지연
    드라마트루기/애니메이션 그림 : 한종선
    다큐멘터리 감독 : 선호빈 애니메이션 기획 : 전규찬
    애니메이션 편집 : 노은지 비주얼 디렉터 : 김은진
    라이팅 디렉터 : 고혁준 사운드 디렉터 : 김도훈
    안무 : 최소영
    출연 : 김재화, 오의택, 박용환, 김기창, 최소영,
    한종선, 장지연, 선호빈
    문의 : 02-3673-5575 / www.mt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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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형제복지원, 변방연극제, 한종선, 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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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7호   2013-07-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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