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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할 수밖에 없었던 진실은 무엇인가?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드림플레이 <알리바이 연대기>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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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드림플레이의 <알리바이 연대기>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재엽의 개인사가 중심구조로 전개된다. 개인의 이야기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상황과 정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보편성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뭉뚱그려진 어떤 큰 사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삶의 면면에서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하나의 에피소드에 머물러버릴 수 있는, 어떤 한 사람의 개인사가 있다. 연출가 김재엽은 왜 애써 그 이야기를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자 했을까.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에 대한 궁금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 연극은 인간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굳이 인간의 본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연극무대가 다루는 이야기가 그렇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러하며, 그것이 이루어지는 장소 또한 인간의 삶을 떼어놓고서는 성립되지 않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연극의 형식에 따라 때로는 관조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깊게 감정이입이 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고, 현실과는 사뭇 다른 환상의 공간에 상상력을 더해보기도 한다. 연극은 그렇게 그것을 하는 이들과 보는 이들 간에 동시대적인 정서적 교감을 통해 완성된다. 그리고 지금, 연극은 이전보다 더 깊숙이 우리의 삶을 넘나들고 있다. 극화되지 않은 실제의 경험들이 무대에 펼쳐지는가 하면, 연극적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그대로 전하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어 가공되지 않은 진실을 펼쳐놓기도 한다. 날것의 생생함은 배우와 관객에게 나눠진 환상의 경계,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그럼으로써 연극은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동시대의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일상을 함께 공유한다. 그렇게 연극은 이제 어떤 답을 제시하는 과정을 벗어버리고, 질문의 시작부터 그것의 답을 찾아가는 방법까지 같은 시선에서 출발하고 있다.
<알리바이 연대기> 연출가 김재엽
<알리바이 연대기>
연출가 김재엽
  • 극단 드림플레이의 <알리바이 연대기>도 그렇다.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재엽의 개인사-가 작품의 중심구조로 전개된다. 개인의 이야기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상황과 정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보편성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뭉뚱그려진 어떤 큰 사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삶의 면면에서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하나의 에피소드에 머물러버릴 수 있는 어떤 한 사람의 개인사가 있다. 연출가 김재엽은 왜 애써 그 이야기를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자 했을까.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에 대한 궁금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들켜야 허물어지는 숨겨진 진실

    한국전쟁 당시 육군포병학교 장교로 용감히 싸우셨던 아버지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막내아들의 훈련소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큰아버지도 전쟁 유공자이고 사촌형님들과 형님들 모두 장교로 훌륭하게 국방의 의무를 마쳤는데, 아버지는 왜 막내아들의 훈련소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을까? 아버지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막내아들이 아버지의 일생을 추적했다. 해방 이후 격동의 세월을 보낸 아버지에게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 것인가?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인 김재엽의 아버지, 두 아들의 개인사와 가족사에 근거하고 있는 작품이다. 1막은 1930년 출생한 김태용이라는 실제 인물의 연대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고국 땅으로 돌아와 1995년 정년까지 대구 중앙고에서 수학선생으로 재직했던 김태용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회상으로 2막은 아버지 세대를 포함한 아들 세대인 형 김재진과 동생 김재엽의 연대기로서 1980-2013년까지를 다루며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연극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과오를 알리바이를 설계하여 은폐해버리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던 시대, 무엇보다 공권력이 개인의 권리를 억압하기 일쑤였던 한국 현대사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알리바이의 연대기’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삶에 대해 들여다본다. 과연 그것을 개인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 과거를 꺼내 지금 우리 시대의 현재를 직시할 수는 없을까 하는. <알리바이 연대기>는 그러한 알리바이로 점철된 연대기에 대한 과오를 자각하고 성찰하고 고백하기 위해 반드시 허물어야 하는 벽에 대한 이야기이자 올바른 공공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
  • 알리바이 연대기

    개인의 역사 속에 숨어있는 한국근현대사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던 것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새롭게 부각되기를 원하는 작품의 의도는 명확하다. 개인의 경험이 국가와 국민 전체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왔는가를 짚어보는 것. 한국의 현대사를 이끌었던 권력자들이 끊임없이 무죄를 증명하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그것을 은폐해온 그릇된 역사 속에서 개인들 알리바이를 설계하여 감추고 은폐해 버리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어왔던, 드러내놓지 못했던 진실의 이면을 공론의 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연극이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연대기로 보편성을 획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개인의 삶의 궤적과 나란히 공존하는 한국 현대사를 따라가고 있는 <알리바이 연대기>는 한 개인의 사적인 연대기를 바탕으로 그 사이를 파고드는 역사의 한 순간을 정밀하게 조명해보는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아버지와 형과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서사적 공간으로 확장된 무대는 동시에 작가이자 연출가 본인이 자신의 삶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투영된다. 그곳에는 개인의 역사가 한 국가의 역사와 겹쳐지는 순간과 거짓된 알리바이의 작성자들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잊힌 개인들의 형상이 있다. 그들의 정직한 알리바이가 새롭게 쓰여야 할 공간, 최고의 정치권력이 한 개인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되었는가를 자문하게 되는 공간에서 연극은 사적인 시공간을 넘어, 공적인 시공간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삶의 연대기를, 내가 감추고 있는 알리바이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 알리바이연대기 포스터
  • 일시 : 9월3일(화)∼9월15일(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 월 쉼
    장소 : 국립극단 소극장 판
    작,연출 : 김재엽
    출연 : 남명렬, 지춘성, 정원조, 이종무, 전국향, 유준원,
    유병훈, 백운철
    문의 : 02-745-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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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연대기>

태그 알리바이 연대기, 드림플레이, 김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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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30호   2013-08-1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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