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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되지 않은 삶, 그래서 ‘가치’가 생긴다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그룹 동·시대 <원더풀 초밥>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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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마음과 생각은 청명해진다. 비록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지만, 초심을 지켜내고자 하는 굳건한 결심이 흔들리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눈치 볼 필요 없는 열정이 묻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마음가짐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2013년 서초구에 자리를 잡은 소극장 ‘씨어터 송’의 좋은 에너지가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너도나도 대학로에 터를 잡는 지금 연극계 환경에서 한 발짝 숨을 가다듬은 듯한 도전은 이제 한 걸음 더 깊은 흔적을 내기 시작했다. 장기 흥행하는 말랑말랑한 로맨스도 아니고, 스타군단이 출연하는 화려한 뮤지컬도 없다. 그렇다. 강남 한 복판, 120석 규모의 이 작은 소극장에서 준비되고 공연되는 작품은 비루한 세상에서 핍진해져가는 인간의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바로 나의 이야기다. 그룹 動시대의 <원더풀 초밥>은 개관작 <듀스>에 이은 강남의 소극장 역사를 이어갈 또 따른 문제작이다.

  • 연극 <원더풀 초밥>은 2001년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인간의 삶을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초밥에 비유한 이 작품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어느 초밥집을 배경으로 무엇과도 비견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삶과 그 가치에 대해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원더풀 초밥


    삶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가치

    파장 무렵의 ‘원더풀 초밥’. 오늘도 하루 종일 파리만 날렸다. 요리사 겸 주인 신기손은 자신의 시원찮은 초밥 실력에 잔뜩 풀이 죽었다. 이제 막 문을 닫으려는 이 초밥집으로 5명의 손님이 찾아든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는 정체불명의 신비한 소녀 '떠돌이 따라'. 집을 뛰쳐나와 본드와 부탄가스를 흡입하며 헤매다 어디서 짱돌 맞고 가게로 뛰어 들어 온 비행청년 '고릴라이마'. 죽이는 몸매와 얼굴을 지닌 화려한 고급콜걸 '비너스 No.5'. 매번 이 초밥집에 찾아와 구걸하는 걸인노파 '쓰레기통할매' 그리고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사는 사랑중독자 '진순애'다.

    이들은 한밤 내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신기손의 초밥을 맛보면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환상 속에서 이들은 그들의 잃어버린 꿈과 냉정한 현실, 그리고 자기인식의 행복감을 맛본다. 이들의 환상과 더불어 신기손의 초밥은 서서히 그가 열망하는 ‘원더풀 초밥’만의 진실한 맛을 얻는다. 새벽녘, 그들만의 조촐한 파티에서 깨어나 그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손님들이 다 나간 텅 빈 가게에 남은 신기손은 접시에 마지막 남은 초밥을 본다. 주위를 둘러본 후 초밥을 맛보는 그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진다.


    원더풀 초밥

    최근 현실에 맞게 재창작된 연극 <원더풀 초밥>은 최소한의 장치로 무대를 채운다. 빈 공간, 빈 무대가 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1인 다역의 폭넓은 연기와 불필요한 소품과 의상을 제거한 연극은 역동적인 전개로 작품의 리듬감을 높이고 있다. 각 인물의 상황과 변화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극적 장치도 주목할 만하다.


    원더풀 초밥


    맛없는 삶은 없다, 가치 없는 삶은 없다!

    <원더풀초밥>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는 삶에 대한 가치다. 연극은 ‘초밥’이라는 음식을 매개로 한 이 작품은 인간 개개인의 삶의 소중함을 들여다보게 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식욕’처럼, 어떻게 살까? 무엇 때문에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들이 반복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과 만난다. 점점 상품화되어가는 인간의 가치, 경쟁구도 속에서 관계망을 잃어버린 삶, 무엇이 중요한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현실, 연극은 그러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삶에 대해 질문한다.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주 단순한 질문조차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연극 <원더풀 초밥>은 아주 근본적인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더풀 초밥

  • 원더풀 초밥
  • 일시 : 10월29일(화)∼11월17(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 월 쉼
    장소 : 씨어터 송(서초역 2번 출구)
    극작 : 강은경 연출 : 오유경
    출연 : 김현웅, 이미라, 송인성, 이혜진, 김현진, 정성진
    문의 : 070-8843-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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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34호   2013-10-2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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