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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가치와 동시대의 해학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미추&극단 백수광부 <돌아온 박첨지>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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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같은 생각과 비전을 나누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 같은 목표를 지닌 어떤 일의 협업이 이전 보다 나은 성과를 가져올 때, 혹은 그런 것을 꿈꿀 때 갖는 희망이다. 그렇게 만남 자체로 기대와 설렘을 품게 하는 것들이 있다. 간혹 그 결과가 원했던 결실에 못 미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되는 만남은 평범한 것들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힘을 동반한다. 좋은 에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그런 만남이 여기 있다. 극단 미추와 극단 백수광부다. 전통극 재발견시리즈로 묶인 이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전통인형극이다. 극단의 이름만으로도 연극적 기대감을 품게 하는 이들의 만남은 오랫동안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던, 현재까지 전래된 유일한 민속인형극 <꼭두각시놀음>(공연제목: 돌아온 박첨지)이다. ‘마당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연극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극단 미추와 배우를 중심으로 무한한 연극적 가능성을 시험하는 극단 백수광부가 함께 선보이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전통극이 주는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흔치 않는 무대다.

<돌아온 박첨지>는 국내 유일의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풍자 인형극이다. 극단 미추의 손진책 연출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했고,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전수자로서 활동한 김학수가 연출을 맡았다. 2013년 전국 각지를 돌며 ‘꼭두각시놀음’을 공연한 극단 백수광부 배우는 물론 극단 미추 최유송, 고성오광대 이수자 윤현호, 연희단 The광대 선영욱 등 노련한 배우들의 앙상블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꼭두각시놀음의 체계적 전승 및 해학적 재담, 놀이의 방식의 다변화, 한국 전통인형의 방식과 특징을 현대적으로 부각하는 새로운 무대를 구현하고 있다.

극단 미추&극단 백수광부


풍자와 조롱, 유머와 놀이

꼭두각시놀음
<돌아온 박첨지>는 총 8거리로 구성돼 있다. 박첨지가 팔도강산을 유람하다가 꼭두패의 놀이판에 끼어들어, 소싯적 질펀하게 놀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물판굿과 어울리는 제1거리 박첨지 유람 거리. 파계승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피조리 거리, 박첨지가 첩을 데려와 첩에게만 살림을 후하게 나누어주자 본처인 꼭두각시가 금강산으로 중이 되러 가겠다고 퇴장하는 내용으로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모순과 서민층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꼭두각시 거리, 용도 뱀도 아닌 상상의 동물 이시미가 박첨지의 손자, 피조리, 홍백가, 초란이, 꼭두각시, 묵대사 등을 차례대로 잡아먹자, 겁 없이 이시미에게 갔다가 위험에 처하고 홍동지 덕분에 살게 되는 내용을 그린 이시미 거리. 제5거리는 매사냥 거리로 평안감사가 새로 부임해오자마자 매사냥을 하겠다며 포수와 사냥하는 매를 대령하도록 하는데, 지배계급의 횡포와 그에 대한 풍자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거리는 지배계급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조롱을 보여주는 상여거리다. 평안감사가 모친상을 당해 상여가 나가는데 상제는 오히려 좋아하며, 향두꾼으로 벌거벗은 홍동지가 불려와 상여를 메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7번째 거리는 박첨지가 나와 장례 후 명당에 절을 짓겠다고 알리면 중 2명이 나와 조립식 법당을 짓고는 다시 헐어버리는 절 짓고 허는 거리, 사물패거리를 앞세우고 각각의 인형이 등장하여 판놀음을 연행하고 전체합창을 부르면서 난장을 이루는 에필로그로 구성돼 있다.

<돌아온 박첨지>는 박첨지의 삶을 통해 가부장적, 봉건적 가족제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탈춤과 함께 우리 고전극의 한 종류이면서도 박첨지의 일대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박첨지 일가의 파탄과 구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파계승에 대한 풍자,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모순과 서민층의 생활상, 양반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조롱 등 불합리한 세상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는 이 작품은 삶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격조 높은 인형극으로 전해오고 있는 작품이다.

꼭두각시


영원한 연극의 원형

<돌아온 박첨지>는 포장으로 둘러친 무대 안에 대잡이라고 하는 인형 조종사들이 몸을 숨긴 채 인형을 포장 위로 드러내서 놀리며 사회 모순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는 희극적 갈등구조를 이루고 있다. 무대 안에서 등장인물 구실을 하는 인형들끼리 대사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무대 밖에서 반주와 더불어 산받이(대사를 주고받는 이)와 인형이 대화를 하며 극을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해학적인 내용과 복잡하지 않은 구성, 신명나는 사물놀이와 구성진 노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인형 등이 하나로 엮여있다.

꼭두각시놀음은 고대 동양 인형의 원형성을 계승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나무막대기를 이용하여 만든 막대기 인형, 천을 자루같이 혹은 장갑같이 만든 주머니 인형, 신체 부위에 줄을 매어 만든 줄 조종 인형, 몸통에 줄을 꿰어 만든 줄타기 인형 등이 고대로부터 전승되었는데, 현재 전하는 꼭두각시놀음은 그 거칠고 단순하며 소박한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형들은 막대기 인형과 줄 조종 인형의 복합방식으로 제작되어 조종되는데, 제작이 간편하고 조종이 쉬우며 비교적 인형의 기능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쉽게 볼 수 없는 전통극의 특징과 미학적 완성도를 위해 실력파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남사당놀이 인간문화재 박용태는 물론 전통문화 전문가와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극인들이 새로운 꼭두각시 캐릭터와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새롭게 제작된 인형, 무대, 의상 등 풍성한 볼거리는 물론 완성도 있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 돌아온 박첨지
  • 일시 : 12월 11일(수)∼12월29일(일)
    평일 8시/ 토 2시, 6시/일 3시/화 쉼/12월 25일 3시, 6시
    장소 : 예술공간 서울
    재구성,연출 : 김학수 인형제작 : 박용태, 손호성, 박현이
    출연 : 최유송, 유성진, 김현중, 선영욱, 심아롱, 이반석
    하동기, 조재원
    악사 : 윤현호, 민해심, 김경회, 김학수
    문의 : 02-889-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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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미추,백수광부,돌아온 박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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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37호   2013-12-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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