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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의 술꾼들을 위한 노래
토모즈 팩토리 <사물의 안타까움성>

김슬기_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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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의 술꾼들을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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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장이 만드는 연극적 놀이

    토모즈 팩토리(Tomo’s Factory)는 한예종 연극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일본 연출가 쯔카구치 토모를 중심으로 한 연극 집단이다. 단체 이름에 ‘공장’을 쓴 배경에 대해 질문하니, 공장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연극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장 연극에 질적인 책임을 지고자 토모는 스스로를 연출가가 아닌, 공장장이라 부른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그는 배우의 신체에서 나오는 리듬과 템포가 음악적 앙상블을 이루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에게 배우들의 표현은 말이 아닌 몸의 언어로 접수된다. (물론 그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언어이기에 말에서는 핵심만을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집어내려고 한다. 때문에 토모의 공연에서는 ‘연극적 놀이’로서의 이미지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류 최고의 술꾼들을 위한 노래

    별 볼 일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

    연극원 낭독 공연 이후 지난 5월 대학로에서 처음 공연되었던 이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 디미트리 베르휠스트는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담아 이 소설을 써내려갔으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씨니컬하기 짝이 없는 애정 또한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고로 이 자전적 소설의 화자를 버려두고서는 연극의 감성 자체가 전달될 수 없다는 얘기다. 과연 각색된 대본은 디미트리의 독백과 개별 삽화들을 분리시키면서도 서로 충돌하거나 미끄러지지 않게 유지하면서 소설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러니 낭독을 위한 무대 형식의 일환으로 활용했던 책상과 의자들은 본 공연에서도 자연스럽게 무대에 남아 그 역할을 이어간다. 인물에게 고정된 자리를 정해줌으로써 작가 디미트리와 베르휠스트 가족의 막내아들은 하나이자 두 개의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듯 단출한 세트는 이 연극의 인물 군상들을 꽤나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기다란 책상에 일렬로 앉아 쉬지 않고 술을 마셔대는 배우들이 그 나름의 독특한 캐릭터로 줄줄이 전시되어 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 풍경이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을 닮은 듯 싶기도 해 어딘가 친근하다고 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이 공연의 백미는 단연 배우들이다. 이제 막 맹렬하게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젊은 배우들은 그야말로 인류 최고의 술꾼이 되기 위해 무대를 평정한다. 숨 고를 틈도 없이 마시고 비워대는 통에 객석까지 얼큰한 취기가 전해질 무렵, 그들의 삶은 전혀! 별 볼 일 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 물론 무대에서 들이붓는 맥주는 모두 무알콜이다. 심지어 배우 중에는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이도 있다고) 주정뱅이 아버지와 삼촌들, 그리고 이 가족을 가능케 한 숨은 공로자 할머니까지, 이들의 앙상블은 유쾌하고 불콰한 난장의 끝을 보여준다. 단언컨대, 나이든 인물을 연기하는 젊은 배우들이 이토록 잘 맞는 옷을 걸치고 있는 작품은 보기 드물 것이다.

    인류 최고의 술꾼들을 위한 노래

    미칠 듯한 안타까움성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잠시 제목에 대한 이해를 도울 요량으로 잡설 한 가지. 얼마 전 삼촌의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병실에 들어서니, 홀로 누워계신 삼촌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어른들이 당신들의 옛 기억을 한창 소환 중이었다. 그 시절 청춘들의 이야기에 한동안 모두들 자지러졌고, 얼마 후 어딘지 모르게 눅진눅진한 그 웃음 뒤로 쓸쓸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꼬맹이 조카 녀석들이 깔깔거리며 뛰어 들어오자 급격한 반전. 아무도 애쓰지 않았는데 미칠 듯이 사랑스러운 활기가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바로 그때, 문득, 엄청나게 진부한 생각이 들어버리고 말았던 것. 이래서(?) 저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대대손손 인간들이 살아나가는구나, 라고?!
    소설 『사물의 안타까움성』을 보면 정확히 이런 구절이 나온다. “카페테리아는 항문과 요도가 헐렁해진 노인들과 방문객들로 바글거렸으며, 방문객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로 정신없이 시끄러웠다. 사람들이 양로원에 올 때 꼭 아이들을 동반하는 이유는 아마도 나이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노인들에게 인생이 마치 영원한 계주처럼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 주려함일 것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모든 인간이 필사적으로 붙들고 결코 놓지 않는, 애석한 사물들의 이 미칠 듯한 안타까움성이여.” 흠. 참으로 작가다운 통찰력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 미칠 듯한 안타까움성을 위하여 그저, 건배를!

    인류 최고의 술꾼들을 위한 노래

    인류 최고의 술꾼들을 위한 노래
  • 인류 최고의 술꾼들을 위한 노래
  • 일시 : 7월 10일~7월 20일 평일 8시(월 공연 있음)
    / 토 3시, 7시/ 일 3시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작 : D.베르휠스트
    연출 : 쯔카구치 토모
    출연 : 전운종, 윤정로, 송철호, 고영민, 장율, 김수아, 박선영, 김보경
    문의 : 070-827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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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토모즈 팩토리, 술꾼,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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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47호   2014-07-0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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