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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출가들, 극장에서 만나다
극단 골목길 <불씨> + 여기는 당연히, 극장 <일회 공연>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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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출가들, 극장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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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주차 연극 <불씨>와 <일회 공연>

    일정상 모든 극단을 돌지는 못했다. 3주차 공연을 위해 연습에 한창인 극단 골목길의 이은준 연출가와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구자혜 연출가, 그리고 배우들이 이번에 만난 사람들이다. 두 공연 모두 재공연으로, 한 번씩은 관객의 검증 혹은 공연팀의 자기검증을 거쳤다. 모두 더 나은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기 위해 담금질을 하고 있다.

    먼저 이은준 연출가가 준비 중인 연극 <불씨>. 전태일의 삶을 다룬 공연으로, 극단 골목길이 제작해 눈길을 끈다. 이 공연에서 작가도 겸한 이은준 연출가는 “요즘 젊은 세대의 연극에서 사회적인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지는 게 아쉬웠다”며 공연을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전태일의 뜨거웠던 삶이 여전히 울림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토로도 덧붙였다. 역시나 공연의 시선은 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으로 향한다.

    과거사를 굳이 다시 연극으로 반복해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심 회의적이었던 마음이 리허설을 보고 나서 쑥 들어갔다. 이 공연, 뜨겁다. 피복공장 노동자들의 현실과 울분이 노래와 독백 등의 연극적 장치를 통해 한 덩어리의 묘한 정서로써 전해진다. 박해일, 윤제문, 고수희 등 스타 배우 탄생의 산실 역할을 한 극단 골목길의 작품인 만큼 극단 막내 배우들의 성장기를 보는 것도 극의 내용과 별개로 재미를 준다.

    젊은 연출가들, 극장에서 만나다

    제목 탓에 단 1회만 공연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고 있는 <일회 공연>은 <불씨>와 함께 묶여 5일간 관객을 만난다. 이 공연은 지난 5월 초연 당시 단 한 번도 관객을 만나지 못한 희곡들을 모아 단 하루 무대에 올려진 바 있다. 작가가 서랍 속에 묻어버린 희곡, 공연 때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삭제된 대사, 제거된 인물들만 무대에 모아놓은 진귀한 공연이다. 구자혜 연출가는 고연옥, 김민정, 백하룡, 이리, 전소영, 오세혁, 정소정, 구자혜, 윤성호, 미하엘 뮐러 등의 작가가 쓴 희곡 중 일부를 발췌해 한데 모았다.

    독회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시 같기도 한 이 ‘완전한’ 공연은 총 8편의 희곡 조각들로 이뤄진다. 그 중 정소정 작가가 쓴 <뿔>의 발췌본이 이 연극에 대한 콘셉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듯하다. <일회 공연> 속 <뿔>은 창작과정 중 분명히 존재했지만 완성된 대본에서는 삭제된 인물 연희의 대사만 전달한다. 구 연출가는 “배우들이 재현적 연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삭제된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자신이 쓴 독백 대본 <배우 L의 독백―훈제란과 자전거 도둑에 대하여>를 연기하는 배우 이리의 경우도 흥미롭다. 배우 이리는 “연습 초반에는 내가 쓴 문장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계속 의식했는데 지금은 점점 대본과 나 사이 거리가 생기고 있다”면서 “묘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이번 공연시리즈의 타이틀 ‘화학작용’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이 될 듯하다.

    젊은 연출가들, 극장에서 만나다

    민간극장과 젊은 예술가 간 화학작용 기대

    이번 프로젝트에서 공연 외에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선돌극장 측이 무료 대관으로 든든한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극장의 책무로 여겨질 법한 성격의 프로젝트에 민간극장이 손을 댔다는 면에서 흥미롭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민간극장이라 대규모 기획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탓인지 아직까지 이들은 최소한의 협업을 전제로 작업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것 말고는 딱히 이들 전체를 묶을 만한 구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공연 간 공통점을 찾아내려고 하는 관객이라면 아마 실패를 맛볼 확률이 크다. 일단은 연극 생태계의 관점에서 바라보길 추천한다. 극장과 젊은 예술가, 젊은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모호하게나마 화학작용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장기간의 협업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또 시작이 반이기도 하다. 올해 공연은 8월 말까지 계속된다.

    [사진 : 각 극단 제공]



    젊은 연출가들, 극장에서 만나다
  • 젊은 연출가들, 극장에서 만나다
  • 일시 : 7월 20일~24일 평일 8시(금 쉼) /
    일요일 7시 / 24일 4시, 8시
    장소 : 선돌극장
    연출 : 이은준, 구자혜
    출연 : 김석기, 박경구, 장윤실 외
    공동제작 : 극단 낭만유랑단, 극단 모호, 극단 자전거날다,
    창작집단 LAS, 단 골목길, 구자혜, 극단 여행자,
    극단 A.N.D Theater, 극단 문, 이연주, 극단 창세,
    극단 청년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극단 사니너머,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극단 서울괴담,
    극단 친구네옥상, 극단 연미, 극단 테아터리퀘르,
    극단 화린
    문의 : 070-8269-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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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극단 골목길, 일회 공연, 젊은 연출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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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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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호   2014-07-1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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