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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두 번이나’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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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제목은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이다. 1990년 초연 이후 여러 번 공연이 올라가는 동안 오태석 작가 겸 연출가는 이 제목을 계속 유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민 중이란다. 2014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참가 겸 극단 목화 창단 30주년 기념으로 다시 한 번 올 가을 공연을 올릴 준비를 하면서 ‘왜 두 번이나’라는 말을 제목 앞으로 빼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지금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예술가로서 느끼는 심란함, 절박함에 대한 간절한 표현이리라.

오태석 연출가는 공연과 관련해 “사람 몸 안에는 좋은 바이러스와 나쁜 바이러스가 있는데 대체로 좋은 바이러스가 조금 승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은 선하려고 애를 쓴다”고 운을 뗀 뒤 “그런데 좋은 바이러스가 약해지면 나쁜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지배한다. 이번 공연은 그 가속도가 훨씬 크게 보여지도록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왜 두 번이나’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이미지

악질이 된 청년 정세명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는 고전 <심청전>을 모티프로 삼아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국식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현실풍자와 언어유희, 생략과 비약의 미학이라는 오태석 작품 특유의 생생한 매력이 담겨 있다.

그런데 올해 작품은 아무래도 관객 마음을 좀 더 아프고 불편하게 하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무너진 도덕성에 대해 처절하게 호소한다는 점은 전작과 같으나 이번의 경우 강도를 한껏 높인 극약 처방이 내려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요 등장인물인 정세명은 원래 삶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은, 기적과도 같은 청년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강도, 폭력, 살인, 방화, 협박, 인신매매, 투신, 사기, 착취 등 우리 사회의 갖가지 추악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정세명이라는 인물 덕분에 관객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랬던 청년 정세명이 달라진다. 이번 작품에서는 긍정적인 면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악에 받친 피해자의 모습이 부각된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용왕의 됨됨이에서 엿볼 수 있듯 어른다운 어른도 없지만, 청년다운 청년 또한 없는 무대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이나 양심이 사라진 사회, 나쁜 바이러스를 스스로 물리칠 만한 면역체계가 전혀 없는 사회. 그것이 오태석이 바라보는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왜 두 번이나’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이미지

관객이 만드는 연극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이렇게까지 전면에 드러내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작 관객을 괴롭히는 게 거장 연출가의 취미는 아닐 것이고, 반전이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관객에 대한 오태석 작가 겸 연출가의 믿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준비하는 것은 4할 정도이고, 6할은 관객이 만든다고 생각한다”던 오 연출가는 이번에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준비하면서 “지금의 공연에서는 관객의 몫이 7할 정도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연극을 완성시키는 관객의 힘에 대해 예전보다 더한 신뢰를 싣고 있는 셈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사회를 마주해야 한다는 게 이번 작품의 의도라면 의도다. <심청전> 모티프에서 짐작 가능하듯 작품에는 인제수(人祭需)라는 개념이 나온다. 작가는 25년 전 희곡 집필 당시 웬만한 일이 아니고 아주 큰 일이 벌어져야만 사람들이 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해 꽃다운 처녀들을 물에 빠뜨렸는데 대본 속 허구가 현실과 너무나 유사해져 버렸다. 올해 작품에는 세월호 사건을 빌려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피하되 현재를 진단한다는 의미만큼은 분명하게 담겨 있다.

‘왜 두 번이나’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이미지

25년 전 작품과 같은 이름이지만 심성의 결이 많이 달라진 정세명을 보며 관객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레 질문이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저 사람을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왜 저렇게 괴물처럼 되도록 만들었을까’라는 질문 말이다.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는 관객의 질문과 답 찾기가 적극적으로 수행될 때에야 비로소 완성될 작품이다.

[사진: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포스터

일시
9월 26~28일, 금 8시, 토 3시·7시, 일 4시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작·연출
오태석
출연
정진각, 송영광, 정연주, 김준범, 이승배, 정주현, 정지영, 윤민영, 이승열, 임민지, 유재연, 천승목, 조원준, 이준영 외
문의
02-3668-0100 / www.spaf.or.kr

태그 극단 목화,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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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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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호   2014-09-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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