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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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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돈키호테』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함께 서양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소설, 세계 문학사상 최초로 소설 속의 ‘인간’을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1, 2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된 세르반테스의 원작 소설을 실제로 다 읽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돈키호테라고 하면 풍차를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는 방랑가의 이미지 정도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소설을 읽어보고 싶지만 만만치 않은 분량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면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만든 연극 <너, 돈끼호떼>를 먼저 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제목에서 슬쩍 암시하듯 이 연극의 내용은 돈키호테를 바라보는 종자 산초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현실주의자의 눈을 통해 이상주의자를 바라본다는 설정 덕분에 관객은 아마도 한결 편한 마음으로 돈키호테를 마주할 수 있으리라.

혹시라도 1,500페이지가 넘는 소설 『돈키호테』 1, 2권의 모든 내용과 장면을 보여준다는, 이 극단의 허황된 목표에 미리부터 기죽을 필요는 없다. 전체 줄거리 중 핵심적인 내용만 다루는 대신, 소설의 압축에 따른 빈 부분을 재치 있는 연극적 설정으로 대체한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관객을 만나기 위한 전략만큼은 무모한 돈키호테보다는 영리한 세르반테스에 가깝게 세웠다

내 안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산초의 모노드라마

이 연극은 일인극이다. 한 명의 배우가 극 중 돈키호테와 산초, 로시난테, 세르반테스 등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한다. 이번 공연의 배우는 양승한인데, 심지어 그는 이 무리한 도전을 자청해 기획했다고 한다. 친구 중 한 명이 멕시코에 있는 돈키호테 박물관을 보고 돌아와 그에게 작품에 대한 영감을 주었고, 이후 양 배우는 연출가에게 작품제작을 의뢰했다. 낮도깨비 같던, 당시 양승한 배우의 제안을 떠올리며 유수미 연출가는 “이 사람 자체가 돈끼호테”라고 소개했다.

총대를 멘 책임감 때문일까. 공연을 올리고자 책을 여러 번 읽었다는 양승한 배우는 “1권은 미친 늙은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2권까지 읽어보니 왜 문학가들이 이 책을 첫손에 꼽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공연대본 각색은 김나연, 유현, 유수미 등 세 명이 공동으로 맡았다. 주제적인 면에서 관련이 있는 8개 핵심 장면이 이번 연극을 구성한다. 이들은 책 내용의 전반을 고루 다루려고 힘썼다. 가령 작품에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1권 외에 2권에서 나오는, 산초가 섬을 통치하는 내용도 등장한다. 각색과정과 관련해 유수미 연출은 “환상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이중성, 삼중성이 이 소설의 훌륭한 부분인데 그 부분을 살리려 힘썼다”고 전했다.

내 안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내 안의 돈키호테를 불러내는 연극

이번 공연의 목표는 약 400년 전 등장한 돈키호테의 혼을 불러내는 게 아닐까 싶다. 무대에는 기둥 6개가 세워질 예정이다. 묘비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기둥들 각각에는 장미꽃과 책, 산초의 모자 등 돈키호테의 모험을 상징하는 물건들이 얹혀진다. 또 무대 뒤편에는 돈키호테와 관련된 내용의 액자들이 걸린다. 흡사 돈키호테 박물관 같은 분위기 속에서, 관객은 산초를 매개체로 삼아 되살아난 돈키호테의 혼을 마주하게 된다.

극단은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자 1인 배우의 걸쭉한 입담과 마임, 성대모사, 마술, 인형극, 아크로바틱 외에 소리와 빛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로써 관객은 돈키호테가 봤던 환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폴리아티스트의 등장이 흥미롭다. 페트병, 나무토막, 스프링, 양철통 등 각양각색의 폐품들은 무대 위에서 폴리아티스트 김범린의 손을 거쳐 다양한 라이브 효과음을 낼 예정이다. 또한, 김범린은 극 중 내용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극 전반에 생기와 리듬감을 더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유수미 연출가는 이 극의 총체적인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삶 속에서 돈키호테를 찾아내길 기대하고 있다. 유 연출가는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가치, 정의, 선 같은 것들을 추구하면 못 살게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듯하다”면서 “이상주의자 돈키호테보다 보통 사람인 산초에 다들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은 산초가 돈키호테가 되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극은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돈키호테는 그저 미친 늙은이가 아니라 알면서도 스스로 미치는 사람이다. 대화 중 유 연출가는 “배우를 그 인물인 것으로 믿는다는 점에서 관객은 돈끼호테랑 똑같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상상을 절실히 믿고 상상력을 위해서 목숨까지 던지는, 돈키호테와 닮은 이 연극인들은 또 다른 돈키호테를 객석에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내 안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사진: 한강아트컴퍼니 제공]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 Tribes 포스터

일시
11월 20일~12월 7일, 평일 8시, 주말 4시, 월 쉼
장소
스타시티 예술극장 SM
원작
미겔 데 세르반떼쓰
김나연, 유현
각색·연출
유수미
출연
양승한
폴리사운드
김범린
문의
02-3676-3676, 02-3676-3678

태그 종이로 만든 배,연극술사 수작,너 돈끼호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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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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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호   2014-11-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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