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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할 말이 있으니, 바로 이 연극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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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의 철학자이자 평론가였던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원작으로 한다. 당시 이 소설은 말 그대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얘기함으로써 러시아 혁명의 행동지침서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작가는 한 여성이 처한 상황을 일종의 ‘사례’로 들어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 바로 그 상황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의견과 관점을 병치시킨다. 연극 <쉬또젤라찌>는 이러한 소설의 내용과 형식을 고스란히 무대에 끌어들인다. 책장을 빠져나온 인물들은 이제 이 연극 안에서, 혹은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서, 모두와 동등하게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한 명의 토론자가 된다. 극단 동의 강량원 연출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극단 동 <쉬또젤라찌(무엇을 할 것인가)>

시대를 위한, 삶을 위한 토론을 한다면

극단 동(이하 ‘동’)은 그간의 작품들에서 배우의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그런데 이 작품은 본격 ‘토론’을 표방한다. 재료로 삼은 원작 소설이 수많은 시선들의 교호작용 속에 이야기를 끌고나가니 그도 그럴 법하다. ‘동’만의 연기 메소드를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한 모임, 월요연기연구실에서 무려 1년 반 동안 고민했던 작품이 지난 해 말 워크숍을 거쳐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이런 표현을 해도 된다면, ‘동’은 몸으로 사유하는 연극을 표방하지 않나. 토론은 명백히 이성을 동원해야 하는 것인데,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우리는 연기 연구 자체가 세상에 대한 우리의 태도나 입장을 내놓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가난하고 급박한 시대에 과연 그것이 관객들과 만나는 올곧은 방법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9세기의 러시아는 어쩐지 좀 멀게 느껴진다. 실제로 작품은, 자신을 부잣집 남자와 결혼시키려는 어머니로부터 도망치는,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우린 어떤 연극을 하면서 이 시대를 건너야 할지 얘기했다. 그러다가 청년 시절 적어두었던 메모들,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법한 수첩들을 꺼내보았다. 거기 ‘무엇을 할 것인가’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함께 읽으면서 연구해보니 이것이 이미 지나간 시대의 화두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 도덕, 이기심, 공동체, 본성, 책임 등과 같은 지극히 본질적인 질문들이 쏟아져서 결국 스스로의 생각을 점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무늬가 달라졌다고 괜찮아진 건 아니지 않나. 어쩌면 그래서 진짜 논쟁이 안 되는 게 아닐까. 연극은 질문한다. 어떤 것이 당신이 원하는 삶인지, 잘 산다는 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몹시 정직한 주제들을 던져놓고 말 그대로 한 판 토론을 벌인다.

극단 동 <쉬또젤라찌(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 배우와 관객, 그리고 연극이 있다

그렇다면 기존에 추구하던 연기 연구와 시대를 반영한 과제를 얘기하는 것이 잘 맞물렸는가, 혹은 어떻게 어긋났는가. 우리 같은 경우 늘 무대에서 ‘진짜’를 해보고 싶어 하는데,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런 척하는 연기가 아니라 그걸 끝까지 밀고 가보는 것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 이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진짜 내 것이 될 때까지 공부했다.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현재의 우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 과정에서 이들은 브레히트의 학습극을 표방하게 된다. 그것은 공연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을 통해 자신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궤적을 전제한다. 어떤 결과물을 낳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한 공부를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로 그 주제들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이 작품이다. 공연을 한다기보다 우리의 공부가 관객들과 만나는 과정이라 얘기하고 싶다.
그런데 이 작품을 소설로 읽게 되면, 잠시 책을 덮고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무언가 나만의 내밀한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소설이 아닌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방식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극장 공간 자체를 하나의 아고라로 만들고 싶었다. 배우들이 관객들과 같은 선상에 앉아서 얘기를 하니까 활자로 있던 것들이 실제로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배우들이 그것을 연기하지 않고 온전하게 자기의 것으로 말할 수 있다면 그에 따라 관객들도 자신만의 의견을 구성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공연에는 배우들을 위한 별도의 무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극장에 들어서면 새하얗고 거대한 큐브가 관객들을 맞이하는데, 연극의 무대(?) 혹은 객석(?)은 그 큐브 안에 마련되어 있다. 가운데를 텅 비워둔 채로 의자가 둘러져 있어 그곳을 무대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배우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곳은 관객들이 앉아 있는 바로 거기 어딘가이다.

극단 동 <쉬또젤라찌(무엇을 할 것인가)>

<쉬또젤라찌>의 1막에서는 당대 러시아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배우들이 등장해 그 사회를 증언한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여성의 현실적 지위 혹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도 같은 것들이 이슈로 떠오른다. 그리고 2막은 공동체와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스케치한다. 여기서 이들은 지금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제스처로서 1막의 고전적인 의상을 벗어던진다. 마침내 3막. 이제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위한 토론이 시작된다. 연출가 강량원은 이 작품을 통해 무엇보다 이 시대 청년들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에게 연극이란 것은 늘 어떤 식의 ‘재련’을 의미했다. 하지만 <쉬또젤라찌>는 관객들이 연극의 ‘말’을 들어야 하는 공연이고, 그를 통해 각자의 가치관을 구축해가야 하는 공연이다. 그대에게 하고 싶은 얘기, 혹은 그대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이 연극인 것이다.

[사진: 극단 동 제공]

극단 동 <쉬또젤라찌(무엇을 할 것인가)> 포스터

일시
3월 20일~3월 29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 월 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원작
체르니셰프스키 소설 『무엇을 할 건인가』
각색·연출
강량원
출연
김문희, 유은숙, 김정아, 김석주, 장재화, 김문정, 이래경, 이정임, 신소영, 이은미, 이재호, 윤민웅, 김광표, 임주현
문의
02-766-6925

태그 극단 동,쉬또젤라찌,무엇을 할 것인가,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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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64호   2015-03-19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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