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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베세오’는 탱고를 추는 남녀가 눈짓으로 서로에게 춤을 신청하는 것을 이른다. 그렇게 시선이 부딪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가슴을 맞댄 채 춤을 추게 된다. 온전하게 상대를 느끼면서 하나의 호흡을 만들어 가는 춤이 탱고다. 이 작품은 탱고를 배우면서 직접 보고 느꼈던 것들을 공연화한 거다. 몇 년 전, 하기로 했던 공연이 취소되면서 그 기간 동안 연극 아닌 다른 것들을 접해보고 싶어졌다. 연극은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지만 그 안에서 상처받고 속상할 때도 많았으니까. 지치고 힘들 때 가서 춤을 추고 나면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했지만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서진은, 탱고가 치유의 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깝고도 뜨거운 이 춤은 지독한 사랑과 욕망, 갈등과 화해를 부추긴다. 그래서 이 연극의 무대는 바로 그 춤의 한가운데 밀롱가이면서, 우리 모두의 창백한 가슴 속이다.

극단 백수광부 <까베세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밀롱가는 탱고를 추는 공간을 뜻하는 동시에 춤을 추는 그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원래 이름 대신 닉네임을 쓰면서 일상의 자기 정체(正體, 停滯)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탱고는 기본 동작이 정해져 있는 춤이지만, 남자가 리드하고 여자가 따라가는 즉흥적인 춤이라 그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 있다. 덕분에 춤을 추는 동안에는 잠시 다른 생각들에서 벗어나게 된다.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헤어 나오기 힘든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춤을 추면서 나를 비우고,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기실 직접 탱고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그 감각을 오롯이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작품은 탱고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충분히 관객들의 귀와 눈을 현혹시킨다. 격정적이고도 감미로운 음악과 무대를 휘감는 춤의 그림자들을 따라, 그렇게 우리는 잠시나마 극장 밖 자신을 내려놓고 탱고의 세상을 만난다.

이렇게 당신을 안으려고

극단 백수광부 <까베세오>

극은 탱고를 통해 밀롱가에 모인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조심스레 풀어놓는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진심의 농도와 상관없이 서로의 마음들이 포개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마치 춤을 추는 두 사람의 다리가 쉼 없이 서로를 타고 넘는 것처럼 연극은 연애와 섹스, 사랑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들을 객석에 던진다. 배우들은 파트너를 바꿔가며 뜨겁게 춤을 추고, 어찌할 수 없는 자신만의 사연을 늘어놓고는 한바탕 싸움을 한다. 그리고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가 흘러나오면, 무대 뒤쪽에는 이 시대의 아픔을 담아낸 영상이 투사된다. 리베르는 스페인어로 자유를 뜻한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한쪽에선 기아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부가 흘러넘친다. 서로가 그런 상처들을 보듬고 자기 가슴을 좀 내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영상에는 그런 이미지들과 더불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서로 안고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나와 함께 춤추시겠어요?

이 작품의 무대에는 배우들 외에도 탱고를 추는 평범한 중년의 남녀가 등장한다. 어차피 이것이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그것은 특정한 세대에서만 혹은 특별한 관계에서만 공감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처음 쓸 때부터 폭넓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했다. 여건상 젊은 배우들과 공연하게 됐지만, 실제로 밀롱가에서 탱고를 추는 분들을 모셔서 무대에서 춤도 출 수 있게 하고 얘기도 나누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특히 탱고는 춤의 특성상 나이가 들어서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춤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관객들 역시 공연 중 배우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그들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사연이 모두 막을 내리면 무대에 나와, 같이 극장에 온 사람과 혹은 생전 처음 본 옆 자리 사람과 가슴을 맞댄 채 탱고를 추며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극단 백수광부 <까베세오>

<까베세오>는 극단 백수광부가 준비한 세 번째 젊은 연출가전의 첫 작품이다. 2008년 <고래>, <경남 창녕군 길곡면>, 2013년 <니나>, <비상사태>에 이어 올해는 <까베세오>와 <두 사람을 위한 만찬>이 무대에 오른다. <까베세오>는 지난 해 나흘간의 특별공연을 갖고 이제 정식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극중 탱고를 추는 커플을 보면서 밀롱가의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아직 사랑 중인가 보네” “난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데” “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 그리고 “3분간의 섹스” 어쩌면 탱고는 그런 춤인가 보다. 서로를 꼭 안고 하나임을 혹은 각자임을,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춤. 공연을 위해 오랜 기간 탱고에 매진한 배우들의 아름다운 무대가 이제 시작되려 한다.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극단 백수광부 <까베세오> 포스터

일시
6월 4일~6월 14일 평일 8시, 주말 4시, 월 공연 있음
장소
예술공간SM
작·연출
서진
출연
이해진, 송명기, 정훈, 이반석, 김경회, 민해심, 박하영, 문법준, 양윤혁
특별출연
브라이언&에바, 미국춤&저스트, 니키아, 반디, 루시아
문의
02-889-3561~2

태그 극단 백수광부,까베세오,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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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69호   2015-06-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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