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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의 죽음을 조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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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몽상공장 <한강 다리 위에 show>

매일 40명씩 자살하는 나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나라. 그리 낯설지 않은 수식어구다. 심지어는 그 숫자에 어느새 익숙해져 버려 별다른 심각성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대한민국의 팍팍한 현실은 언젠가부터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감내해야 할 운명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통에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자살이라는 소재를 토대로 연극을 만들고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창작집단 몽상공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극단은 2012년 극단 창파에서 활동하던 연출가와 연기자가 뜻을 모아 꾸린 팀이다. 젊은 창작자들의 모임인 이 집단이 왜 하필 자살에 관한 연극을 만들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자살을 유발하는 사회

“같이 공연한 친구가 자살했던 적이 있어요. 가깝게 지냈던 고등학교 동창이 자살했던 적도 있었고요. 그때 의아했던 것은, ‘왜 죽은 친구들이 죄인처럼 취급받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자살이라는 사실을 장례식에서 감추고 쉬쉬하는데 그걸 보면서 ‘정말 그들이 죄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살에 관해 뉴스는 많이 올라오고 관심도 받는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인데 개선되는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을 이야기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연출가 변영후

창작집단 몽상공장 <한강 다리 위에 show>

극에는 6명의 광대와 2명의 목소리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6명의 광대는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각양각색의 사연을 하나씩 맡아 그들을 대신해 연기한다. 이들의 최종목표는 관객이 심사위원인 자살 오디션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목소리 역할을 맡은 배우 2명은 살아있는 자를 대변해 이 자살 오디션의 MC를 보며 광대들을 조종한다. 목소리의 종용에 따라 광대들은 마치 마리오네뜨와 같이 움직인다. 자살한 사람들을 연기하는 광대들이 마리오네뜨적인 움직임을 보이도록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기하는 배우들도 사실은 살아있는 사람이기에 자살한 사람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그 밀도 있는 내면의 풍경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에 창작집단 몽상공장은 솔직한 방법을 택한다. 자살자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단순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마리오네뜨로 기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 마리오네뜨적인 움직임이 주는 의미는 또 하나 있다. 이 인형 같은 움직임들을 통해 관객은 ‘과연 우리는 주도적으로 살고 있나’ 하는 반성적 사고까지 확장해볼 수 있다. 통상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요건이라는 게 사실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기준이 아니라 사회제도 속에서 파생되는 것들에 불과하다는 게 연출가의 생각이다. 인형과 같이 움직이는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은 사회의 각종 제도 아래에서 매일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그 자체다.

자살 오디션… 관객의 선택은?

“자살한 이들을 막연하게 동정하거나 자살에 대해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쇼의 형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만약 감정적인 드라마로 만든다면 관객은 감동만 받겠죠. 관객을 일종의 가해자로 만들고 싶었어요. 자살하는 사람이 오디션을 봐서 관객에 의해 선정이 되는 식의 구성을 가져갈 예정이에요.”- 연출가 변영후

창작집단 몽상공장 <한강 다리 위에 show>

드라마가 아닌 쇼를 택하고, 극 중 키치적인 요소를 적극 도입한 이유는 자살률이 높은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병폐를 좀 더 정확히 비유해내기 위해서다. 이들 집단은 이 극을 한바탕 미쳐 돌아가는 쇼의 형식으로 구성해내면서, 그 안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확한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럼으로써 자살이라는 것이 한국사회의 과도한 경쟁에서 낙오되고 급기야 무시돼온 사람들의 한 맺힌 마지막 반항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한다.

친절하지 않은 극이다. 때로는 관객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른다. 쇼라는 제목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엄청나게 화려한 무대장치를 곁들이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걸맞은 형식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단출한 소극장 공연이다. 이들은 공연을 보러올 개개인들에게 기쁨이나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보다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일종의 책임의식이나 부담감을 선사하는 데에 더욱 관심이 있다. 그럴 때에야 ‘한강 다리 위에 쇼’가 이제 그만 멈추도록 하는 데 이 공연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공연은 8월 마지막 주에 만나볼 수 있다.

[사진: 극단 창작집단 몽상공장 제공]

창작집단 몽상공장 <한강 다리 위에 show> 포스터

일시
8월 24일~8월 30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
장소
키 작은 소나무 소극장
공동창작·연출
변영후
안무
고경환
출연
박정근, 이경준, 서숙희, 이채, 이지용, 한동희, 이나리, 정종은
조연출
구본진
기획
이경아, 이정수
문의
010-6620-4603

태그 창작집단 몽상공장,한강 다리 위에 SHOW,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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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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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호   2015-08-0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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