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이것이 현실이다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남산예술센터 <남산희곡페스티벌, 다섯 번째>[낭독공연] 남산희곡페스티벌, 네 번째 <꼬드득>

그러니까, 이 세 편의 희곡은 모두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새된 진술이라 할만하다. 희곡의 인물들은 돈과 성공, 죽음을 향해 질주한다. 우리는 실로 스무 편의 절망의 희곡과 한 편의 절망의 연극이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 ‘남산희곡페스티벌’에서 낭독되는 세 작품은 2015 남산예술센터 ‘초고를 부탁해’ 선정작인 구혜미의 <게으름뱅이의 천국>과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인 고정민의 <초상, 화(畵)>, 그리고 중견작가 김명화의 신작 <봄>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흔한 비극들을 희곡의 대사로 길어 올린다. 무대의 수사를 걷어내고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극장을 울리는 벼려진 말들. 우리 시대 작가들이 바라본 현실의 무자비함이 이러하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고 있다.

창작희곡, 어디까지 왔니

‘남산희곡페스티벌’은 국내 작가들의 창작극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희곡낭독공연 프로그램이자, 창작 희곡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고자 하는 열린 논의의 장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해에 이어 극작가 이강백 선생의 마스터 클래스 ‘희곡 창작의 단계별 글쓰기’를 비롯해,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신작 희곡 세 편을 낭독공연으로 소개한다. 이어서 페스티벌 마지막 날에는 ‘공공극장과 드라마터그’라는 주제로 포럼을 마련해 남산예술센터는 물론 우리 연극계 전반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보다 다변화된 창작의 방법론을 고민하고자 한다.

어지러운 세상을 향한 유쾌한 글쓰기
구혜미 작 <게으름뱅이의 천국>

<게으름뱅이의 천국>은 작가 구혜미가 브뢰헬의 그림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 사회를 대입해본 작품이다. 작가는 사소하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경유해 연극만이 할 수 있는 형식적 실험을 시도한다. 조형적인 재미를 살리기 위해 뫼비우스의 띠를 구조화했고, 대사를 이중구조로 쓴다든지 장면을 겹쳐지게 함으로써 현실을 풍자해보고자 했다. 실은 내 의도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희곡상으로 온전히 드러나는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작품을 더 섬세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연출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본을 쓰면서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긴 했지만,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이번 낭독공연을 통해 함께 얘기하고 싶다. 우선은, 낭독을 위해 일부 지문들을 완전히 희곡 바깥으로 가지고 나와 관객들한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다시 썼는데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입체적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이 작품은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연출가 적극이 무대화한다. 활자로 형상화된 희곡의 특별함이 ‘낭독’이라는 제한된 조건하에 관객들을 만나게 될 방식이 궁금하다.

남산예술센터 <남산희곡페스티벌, 다섯 번째>[낭독공연] 남산희곡페스티벌, 세 번째 <뺑뺑뺑>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지 않은지
고정민 작 <초상, 화(畵)>, 김명화 작 <봄>

2014년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초상, 화(畵)>는 가장을 잃은 어느 가족이 장례식장에서 ‘시전’하는 애도의 방식 혹은 절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 망자를 보내며 남아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은 삶과 죽음의 불가해한 근원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돈에 압도당한다. 죽음이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다. 이 작품은 그 불로불사하는 돈의 위세에 짓밟힌 가여운 인물들에게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시의 말(語)을 부여함으로써,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초상을 비틀어 보여준다.
한편 극작가 김명화가 내놓은 3년 만의 신작 <봄>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무상심하게 펼쳐 보인다. 이야기는 화려함 뒤의 비루함이나 성스러운 것 이면의 속된 것을 비추기보다는 내내 비루하고 속된 것만을 쫓아 시대를 고발한다. 현실성 있는 인물과 그들의 사연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드라마, 그리고 중견 극작가의 내공을 실감케 하는 연극적 작품 운용이 돋보이는 희곡이다. 흔들거리는 우리의 좌표를 적나라하게 확인시키는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이번 희곡페스티벌에서 낭독되는 세 작품은 모두 작가만의 독특한 유머가 빛을 발하는 희곡들이다. 그 유머에는 세상을 살뜰히 살핀 작가의 애정이 담겨있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근성이 스며있다. 그래서인지, 정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이 그렇게나 출구 없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영영 이대로 웃음을 통해서조차 극복할 수 없는 낭떠러지에 서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자꾸만 되묻게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이런 희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남산예술센터 <남산희곡페스티벌, 다섯 번째>[마스터클래스] 남산희곡페스티벌, 네 번째_이강백 작가

공연 일정
일시 프로그램명 제작진
8월 24일(월) 오후 3시 마스터 클래스2 ‘희곡 창작의 단계별 글쓰기’ 이강백 작가
8월 25일(화) 오후 8시 낭독공연1 <게으름뱅이의 천국> 작 구혜미 / 연출 적극
8월 26일(수) 오후 8시 낭독공연2 <초상, 화(畵)> 작 고정민 / 연출 부새롬
8월 27일(목) 오후 8시 낭독공연3 <봄> 작 김명화 / 연출 최용훈
8월 28일(금) 오후 3시 제4회 남산연극포럼 ‘공공극장과 드라마터그’ 한국연극평론가협회 공동주최

* 마스터 클래스는 8월 24일 3시에, 남산연극포럼은 8월 28일 3시에 각각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남산예술센터 <남산희곡페스티벌, 다섯 번째> 포스터

일시
8월 24일~8월 28일
장소
남산예술센터
문의
02-758-2150

태그 남산예술센터,남산희곡페스티벌,김슬기

목록보기

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74호   2015-08-20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