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젊어진 베세토 페스티벌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아시아공연예술축제 <2015 베세토 페스티벌>< ALONE >

베세토 페스티벌이 창설된 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베이징과 서울, 도쿄 등 아시아 3국의 수도 명을 지칭하는 이 페스티벌은 공연을 즐겨 보는 관객들에게는 어느새 익숙한 이름이 됐다. 하지만 그간 축제로서의 존재감은 다소 미약했던 게 사실이다. 이 축제는 3개국에서 해마다 번갈아 열린다. 한국에서만 이 축제를 접하는 관객들은 아무래도 3년에 한번 열리는 축제에 대해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축제에 참가하는 공연의 매력도가 다른 축제에 비해 더 크다고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그간 베세토 연극제(베세토 페스티벌)을 통해 소개된 작품 중 많은 경우가 관객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3국의 문화교류 현황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문화 콘텐츠와 비교할 때 아직까지는 공연 분야에서 3국간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일본의 경우, 90년대 후반부터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일본문화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개방되면서 연극공연의 교류가 꾸준히 진행됐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이제 시작인 단계다.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 간의 활발한 공연 교류를 위해서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상황은 긍정적이다. 한류 등 대중문화 교류의 확산이 순수예술계에도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베세토 페스티벌의 경우 이 같은 흐름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젊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국 베세토 위원회는 지난 2012년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현재 양정웅 연출가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재엽, 윤한솔, 성기웅 연출가가 함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예술가들이 축제 프로그래밍을 맡음으로써 동시대 감수성에 좀 더 근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일본 베세토 위원회 또한 돗토리현 버드시어터 연출가 나카시마 마코토가 새롭게 위원장을 맡으며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아시아공연예술축제 <2015 베세토 페스티벌><상자 속의 여인 >

올해 베세토 페스티벌 엿보기

세대교체 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 베세토 페스티벌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된다. 축제는 크게 공식초청작, 시티 오브 아시아, 부대행사, 컨퍼런스 등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공식초청작으로는 한국의 양손프로젝트 <한중일 단편선-한 개의 사람>, 무브먼트 당당의 <불행>, 일본의 노이즘 <상자 속의 여인>, 홍콩의 홍콩화극단 < ALONE >, 중국의 황잉 스튜디오 <황량일몽>(이상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중국 항주월극원의 <바다에서 온 여인>(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4일부터 24일까지 차례로 펼쳐진다.

새 위원회는 이번 축제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해외공연을 소개하는 축제가 많아지면서 중국 작품과 일본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더 이상 축제의 대표적 정체성으로 삼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직접 현지에 나가 공연을 보는 횟수를 늘리는 등 큐레이팅에 좀 더 공을 들이게 됐다. 특별히 이번에 홍콩이 한중일 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포함돼 ‘시티 오브 아시아’라는 제목 아래 소개된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홍콩의 홍콩화극단은 2015년 홍콩 드라마 어워즈에서 < Attempts on her life >로 연출상, < The Sound of Evolution >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팀으로, 이번 베세토 공연을 통해 홍콩 공연계의 현재를 엿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15개 이상의 개별적 이야기가 무대에서 펼쳐지게 할 생각인데 그 각각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세세하게 공유하지는 않을 예정이에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서사를 보는 사람이 직접 만들어내게 될 것 같아요.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호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상태로 나열하려고 합니다. 큰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이 세계가 쓰레기더미라는 거예요. 시야를 좁혔다가 넓혔다가 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중입니다. - 김민정 연출가

국내 작품 중에는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오가는 단체 무브먼트 당당의 <불행>이 공연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은 공간을 이동해 머무르고자 하는 곳을 스스로 선택해가며 관람하게 된다. 무대 곳곳에서는 무브먼트 당당이 만들어낸, 서로 연관성 없는 사건들이 나열될 예정이다. ‘불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는 김민정 연출가는 “지금 현재 우리가 개인이든 사회든 행복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이번 작품은 지금 시대와 사회를 약간 극단적으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2의 도약 여부 주목돼

아시아공연예술축제 <2015 베세토 페스티벌><한중일 단편선-한 개의 사람>
(c) 양승호

한중일 워크숍 프로그램 ‘베세토 아시아 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국의 이경성, 중국의 자오추안, 노리유키 기구치 등 평소 자신의 공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성향의 연출가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간 서울역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작업을 구상한 이들은 공간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을 남산예술센터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컨퍼런스는 ‘대중문화와 연극’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될 이 컨퍼런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베세토 페스티벌 중 <달나라 연속극> 공연 후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주제에 대한 힌트를 얻어 준비됐다고 한다. 당시 중국 관객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의 화려한 삶 밖에 보지 못했는데 연극 <달나라 연속극> 속 서민들의 생활을 보니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최 측은 각국의 대중문화를 좀 더 알아야 연극 예술을 하는 데 있어 좀 더 공감 가는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컨퍼런스를 마련했다. 사회는 연극평론가 조만수 충북대 교수가 맡을 예정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처럼 일본이나 중국이나 아직까지는 대다수 한국인에게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은 나라들로 다가온다. 각국의 현실을 반영한 다양한 공연작품들을 통해 베세토 페스티벌이 명실상부한 아시아공연예술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쇄신을 단행한 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베세토 페스티벌이 어느 정도 그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코르코르디움제공 제공]

아시아공연예술축제 <2015 베세토 페스티벌> 포스터

일시
9월 4일~9월 24일
장소
남산예술센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 각 공연 별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besetofestival.com)에서
확인바랍니다.

태그 아시아공연예술축제,2015 베세토 페스티벌,김나볏

목록보기

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제75호   2015-09-03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