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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극단 성북동비둘기 <메디아 온 미디어>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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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각색하는 연극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검증받은 희곡이기에 그만큼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처럼 독특한 자기세계와 철학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무분별한 해체라는 비판아래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연출가 김현탁은 고전을 이 시대의 동시대성으로 어떻게 가져와야 하는가를 주목하게 했다. 전작 <산불> <세일즈맨의 죽음> <햄릿> 등 연극계의 대표적인 고전들이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로 재구성됐기 때문이다. <메디아 온 미디어> 역시 고대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인 비극을 현대사회의 비극성으로 가열하게 담아내 오늘날의 이야기로 현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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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포스터
공연 포스터
  • <메디아>(메데이아)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중 한 사람인 에우리피데스 작품이다. 남편에게서 배신당하자 자기 자식을 죽임으로써 남편에게 복수한 격정적인 인물 ‘메디아’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 고전 작품으로, 그리스 비극에서 가장 잔인한 악녀로 손꼽이기도 한다. 인물이 지닌 파격성과 격정, 충격성 때문에 수많은 예술장르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메디아 온 미디어>는 이러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디아>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부모와 가족을 배신하고 남편 이아손을 따라 왔지만 이아손이 크레온 왕의 딸, 글로체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메디아의 존재감을 업신여기자 복수를 감행한다는 원작의 이야기를 현대의 가장 대표적인 미디어인 TV채널로 표현했다.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수많은 채널 속에서 리얼 토크쇼 형식으로 표현되는 이아손과 메디아의 설전과 격투, 고전막장멜로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크레온의 메디아 추방 장면, 패션쇼 채널을 보는듯한 글로체의 죽음 장면, 유모의 한탄스러운 보고는 시사다큐 형식으로, 아이게우스의 구원 장면은 성인 채널의 환락으로 나타난다.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순식간에 흘러가는 장면들과 강렬한 소리들,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자극적 이미지들은 반성 없는 웃음과 흥미를 유발한다. 그 속에서 진행되는 살인에 대해 무감각해지도록 만든다. 익명성 속에 몸을 감춘 코러스들처럼 죄책감과 슬픔도 없이 그 모든 것을 방조하게 만들며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이렇듯 연극 <메디아 온 미디어>는 메디아(미디어)와 매스미디어의 이중의미를 모티브로 고전 <메디아>의 신화를 매스미디어의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문제,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비극적 결과를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원작의 서사를 유지하며 메디아가 범죄자에 이르는 과정에 미디어의 역할뿐만 아니라 적절히 적극적이고 적당히 방조한 우리들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한다. 이 작품은 미디어와 뗄 수 없는 사회에서 올바르게 공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하고 있다.

    <메디아 온 미디어>는 2009년 초연된 작품으로 2011년 PAF(비평가그룹) 연출상을 수상했다. 고전을 재구성한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생략과 압축, 실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예술적 완성도를 획득하며 평단과 관객에게 주목받았던 수작. 에우리피데스가 그린 메디아의 광기와 욕망을 미디어의 그것과 대비시켜 현대 미디어 문화의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사진제공] 극단 성북동비둘기

  • 공연 포스터
  • 일시 : 8월1일~8월12일 평일 8시 / 토 3시, 6시 / 일 3시 / 월쉼
    장소 : 대학로 게릴라극장
    원작 : 에우리피데스
    재구성, 연출 : 김현탁
    출연 : 김미옥, 염순식, 최수빈, 홍기용,
    이진성, 연해성, 정혜영, 박경남
    문의 : 02-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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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아 온 미디어>

태그 극단 성북동비둘기, 김현탁, 에우리피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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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5호   2012-08-0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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