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TOP

연극인

검색하기

우리는 누구나 천덕구 씨가 된다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천덕구 씨의 일생

일흔 넷, 천덕구 씨. 타지에 나가 살아가는 딸 하나, 아들 둘 그리고 아픈 아내가 그의 가족이다. 고물상 팔도자원을 운전하며, 여전히 트럭을 몰고 고물을 사고판다. 젊어서는 사업도 벌려봤지만 번번이 망하고, 아내가 식당일 하여 겨우 모은 돈으로 고물상을 차렸다. 고물상과 연결된 집 한 채, 살림은 썰렁하다. 그마저도 아내가 암에 걸린 후로는 천덕구 씨가 돌보느라 투박하고 헐렁할 따름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낡은 트럭을 몰고 고물을 수거하러 다녀오던 날, 어디로 가야했더라? 생각이 나지 않아 길 위에서 한참 멍하니 있었노라고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요즘 자꾸 길을 잃어” 나이 먹어 생기는 괴이한 일이라고. 밤엔 생생하고, 울 때 눈물 안 나고 웃을 땐 눈물 나고, 40년 전 일은 기억해도, 어제 일은 기억 못 하고, 먼 건 보이는데 가까운 건 안보이고. 어쩜 늙어 생기는 일은 그토록 앞뒤 안 맞는 것 투성이냐며. 웃자니 서글퍼지는 것이 늙은 날인 듯, 부부는 쓰디쓴 말로도 다정히 대화한다. 자식들의 왕래는 잦지 않다. 효도는 기대도 안 하건만, 자식된 도리마저 섭섭하다. 더욱이, 아버지 생신이라며 자식 셋이 함께 강남 한정식집으로 모시겠다고 전화를 하더니만, 돌연 당일에 취소해 버린다. 큰 아들이 사업 문제라나? 그렇다면 다른 자식 둘은 뭘 하고? 풍선처럼 늙은이 마음을 부풀렸다, 이렇게 훅 꺼버릴 일인가.

부부라는 두 사람의 2인극

<천덕구씨가 사는 법>은 두 사람의 긴 대화로 이어진다. 아내와 남편의 살아온 날은 둘 사이의 마르지 않는 대화의 창고가 되어준다. 딸과 등지게 된 이야기, 몸이 아픈 막내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작은 사업을 벌인 큰 아들과 며느리 이야기. 변변찮은 찬이라도 여러 개 차려 놓으면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것처럼,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강남 한정식처럼 화려하진 못해도 제법 젓가락 갈 곳이 많다.
두 명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2인극, 부부가 꾸려온 삶이 곧 연극이다. 수많은 에피소드 속, 이들의 삶은 몇 막, 몇 장을 지나는 중일까? 지금이야 오순도순 서로를 위하고, 자기를 내어주며 살지만, 이들에게도 불같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외도와 실수, 모질게 오가던 말들, 그로인해 찾아온 불행, 그 갖은 빚을 안고 천덕구 씨는 여지껏 산다. 그 빚의 무게가 큰 탓일까? 천덕구 씨에게 자꾸 기묘한 일들이 생겨나고 이웃들도 그런 덕구 씨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덕구 씨, ‘사는 법’을 다시 생각하다

<천덕구씨가 사는 법>의 원제는 <웃어요, 덕구씨>다. 왜 덕구 씨는 웃기보다 ‘사는 법’을 말하게 됐을까? 천덕구 씨의 ‘웃음’은 허탈함의 웃음이다. ‘그럼 그렇지’. 허무하고 실망스러워 삐져 나오는 웃음. 그런 그에게 ‘웃어요’라고 하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이 건넬 법한 가벼운 위로일 뿐이다. 그러나 천덕구 씨의 기묘하고, 평범했고, 뜨거웠던 삶은 계속된다. 남은 날들은, 남아있기에 더욱 뜨거워져야 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협주하던 곡을 한 사람이 남아 연주해야 할 때, 그의 연주법이 달라져야 하듯이, 천덕구 씨의 삶은 다시 새로운 방식을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웃으라는 맘 편한 위로 대신에, 그가 ‘사는 법’을 계속 배워가기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수밖에. 천덕꾸러기 같은 인생에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천덕구 씨가 사는 법은 진행 중.

[사진: 극단 실험극장 제공]

일정
6월 8~18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월 쉼)
장소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김태수
연출
김순영
출연
오영수, 차유경, 유정기, 강인철, 김예림
문의
02-764-5262

태그 천덕구, 실험극장, 허영균

목록보기

허영균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 창작 작업과 함께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다.
byebanana26@gmail.com
제117호   2017-06-08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