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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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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저마다의 고통을 겪는다. 그런데 비명이 새어 나오는 걸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도무지 견디기 힘든, 아픈 고통이 또 있다. 동료를 두고 혼자만 살아남은 자의 고통, 가라앉는 배 속의 아이를 건져내지 못한 부모의 고통, 지독한 왕따를 겪는 아이의 고통을 우리는 실제 삶과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목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국가나 민족 단위의 고통도 있다. 이데올로기나 체제로 인한 고통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슴을 후비는 비명이 계속 들려오는데 그 소리에 무뎌지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결국 보통의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고개를 돌린다.

연극 <비명자들2>는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작품이다. 실제세상이 그러하듯 이 공연 속 대부분의 인물들 역시 고통의 소리를 버거워한다. 무대 위, 동시대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이 극에서는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비명이 보통의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판타지적 설정인데 이 시공간에서 정부는 결국 ‘파사(사신을 보냄)’라는 해법을 생각해낸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타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비명을 내지르는 이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는 극단적 해법이다. 작품은 비명자들을 없애버린다는 극단적 설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말 이것을 원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듯하다. 그리고 고통과 비명을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나가기 시작한다.

고통에 대한 집요한 탐구

“그동안은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들을 통해서 고통을 계속 얘기했다면 이번에는 고통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동시대 자본주의 내에서 일어난 고통들을 다루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전세계적 고통을 다 아우르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하다 보니까 고통이 고통을 좀더 찾아갔다고나 할까. 고통에 관한 자료를 그 동안 굉장히 많이 봤거든요. 고통을 계속해서 파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이 고통을 크게 바라보는 구성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고통의 근원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이해성 작가 겸 연출가

<비명자들2>는 <빨간시>, <사라지다> 등과 마찬가지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극단 고래의 관심이 엿보이는 작품이지만 전작들과 달리 고통 그 자체를 더욱 깊이 파고 든다는 특징이 있다. <비명자들>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2부가 연작 중 첫 번째로 공개되는 것인데,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가 겸 연출가는 이 이야기를 5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부를 먼저 공개하게 된 이유는 이 이야기가 작가에게 먼저 스며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고통을 넘어서서 고통 그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 보니 저절로 대 연작을 계획하게 된 경우인데, 일단 <비명자들2>는 세상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고통의 풍경을 그리는데 집중한다.

작품은 전세계적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파사, 사성제, 고집멸도 등 불교철학의 용어를 빌리는가 하면 고통에 관한 성경구절도 동원하고 있다. 또 자본주의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미국과 대립하는 이라크의 현장에서부터 공산주의 국면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티베트와 중국의 현장을 다루기도 한다. 그야말로 종교나 국가의 경계 없이 산처럼 거대한 고통의 풍경이 그려지는데 <비명자들2> 하나 만으로도 이미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다. 아쉽게도 소극장 예산 정도밖에 허락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최선을 다해 무대를 꽉 채워나갈 예정이다.

공감,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

“한마디로 이 작품을 말하자면 제가 느낄 때는 하나의 진혼굿 같아요. 이 사회에서 발생한 고통에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굿이라고 볼 수 있죠. 굿이라고 해서 무겁다기보다는 고통들을 치유하는 한판 놀이처럼 그렇게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번 발생한 고통은 치유되지 않는 이상 계속 돌아다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형식으로든 그 고통을 치유해야 사회라는 유기체가 건강해지고 그 구성원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 발생한 고통을 사회구성원들이 모른 척하고, 침묵하고, 외면하면 절대 치유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발생했지만 치유되지 못한 사회적인 고통들을 저희가 이 연극을 통해 위로하기도 하고 같이 공감하기도 하면서 풀어보려고 해요.” - 이해성 작가 겸 연출가

대극장에서 고통을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이지만 무겁기만 한 연극은 아니다. 고통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게 아니라 고통을 소리나 몸짓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공감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혼굿이자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동시에 곳곳에 사회적 풍자 또한 곁들여져 있어 전반적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일단 공감의 순간이 발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연출가와 공연팀의 생각이다. 그래야 치유 또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고통에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작품의 핵심적 메시지 자체가 공연팀으로 하여금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에도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끔 유도하고 있다.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는 가운데 뒷부분에는 산길이 배치될 예정이다. 또한 영상을 투사할 천들이 뒤편에 배치되는데 전체적인 색감은 흰색 중심으로 갈 계획이다. 배우들의 소리와 몸짓, 영상으로 표현되는 강렬한 고통이 깨끗한 무대와 대비돼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게 한다는 설정이다. 사실적이지 않은 무대에서 극단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극히 현실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 소관은 아니라고 회피해왔던 세계의 온갖 고통이 돌고 돌다가 내가 발붙이고 있는 이 땅에까지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언제까지고 피할 수만은 없는 묵직한 질문을, 작품은 과감하게 던지고 있다.

[사진: 극단 고래 제공]

일시
11월 22~30일 평일 8시, 토3시7시, 일3시
장소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작/연출
이해성
출연
남명렬, 강애심, 김성일, 김동완, 조두리, 박완규 외
문의
02-2049-4700, 070-8261-2117

태그 비명자들2, 극단 고래,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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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제128호   2017-11-23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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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고통 자체를 탐구하고, 고통에 비명 지르는 이들을 다시 한번 죽임으로써 고통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묵직한 주제에 비해 극 구성은 비명자 출현-파사-고뇌 의 패턴을 계속 반복하게 되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열 명 정도의 파사대원들(죽일 수 있는 건 요한뿐인데)과 이해관계의 사람들로 큰 무대를 채운다. 이 공연은 2,3년 전에 했다면, 타인의 극심한 고통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단지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으로도 큰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시대가 그러했으니까. 고통자의 비명을 입다물라고 하는 사회에 살아서 아팠으니까. 이 극은 소극장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그 고통소리를 관객이 공감할때 더 잘 전달되리라 본다. 고통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관념적인데 그들의 이유도 영상으로 설명하고 있고, 배우들의 표정이나 고통스런 호흡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섬세하게 온전히 건너오기 어려운 공간이 대극장인 점이 아쉬웠다.

2017-11-26댓글쓰기 댓글삭제

웹진 연극in
이선민님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극단 고래에서 소극장 재연을 해주시면 참 좋을 것 같네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

2017-11-29댓글쓰기 댓글삭제

노래이코
나칫하면 유치할 수 있는 소재인데 연출, 연기, 무대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서 전혀 유치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노력한 연출의 힘, 역시 믿고 봅니다.

2017-12-09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