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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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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눈 날리는 풍경도 볼만큼 보았고, 매서운 칼바람에 정신도 번쩍 들었겠다, 콧물 훌쩍 훌쩍이며 뜨거운 호빵 먹기까지 했다면, 당신은 최소 ‘알찬 겨울보내기 마스터’다. 그러나 길고 긴 겨울은 아직 두 달이나 남았고… 겨울의 흰 하늘이 슬슬 지겨워지는 1월의 중순이면 찾아오는 축제가 있다. 죽지도 않고 또 온 동장군은 미워도, 매해 새 단장하고 다시 오는 아시테지 겨울 축제는 반갑기만 하다. ‘제14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 축제’는 1월 17일부터 28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이들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지며, 총 12편의 작품이 준비되었다.

<내 친구 송아지>

아이가 아니었던 어른이 있을까? 나는 ‘인간은 영원한 어린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 동의한다. 어릴 때 썼던 일기나 일화를 돌아보면, 성인이 된 지금의 나와 어린 시절의 내가 많이 다르지 않음을 종종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을 마치 떠나보낸 날처럼 여길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은 ‘작아져서 다시 입을 수 없는 옷’보다는 한 사람의 내부에 ‘차곡차곡 쌓인 나이테’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잊을 수는 있지만 지울 수는 없는 시간이 새긴 무늬.
그것을 종종 떠올려보고, 마음속으로나마 쓰다듬어 보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 참 귀한 의식인 것 같다. 잠시나마 맑아질 수 있는 시간이니까. 문제는 그런 순간을 마음대로 불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그때를 종잡을 수 없기에 그 계기가 될 순간을 자주 마주치려 노력한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간식을 먹거나, 추억의 장소를 가거나, 만화영화를 다시 보고, 서점에서 동화를 들춰보는 일처럼 말이다. 올 겨울엔 혜화동에서 그 순간을 만나길 기대한다. 아이도, 조카도 없는 내가 어린이극을 보는 이유다.

<서커스 광대학교>

시간만 허락된다면 최대한 많은 공연장을 찾고 싶지만, 열 두 편의 공연을 모두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축제 측에서 제안한 대로 ‘연령별 추천 작품’이나 ‘장르별 추천 작품’을 살펴본다.
먼저 연령별 추천작을 살펴보면, 만 24개월 이상의 유아에는 <마쯔와 신기한 돌>, <비발디의 사계, 동물의 사육제>를 제안한다. <마쯔와 신기한 돌>은 마임, 무용 등이 등장하는 움직임극이고, <비발디의 사계, 동물의 사육제>는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즐겁게 입문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림자음악극이다. 특히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인생 책인 『꽃들에게 희망을』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학년 추천작인 김정숙 연출의 창작극 <쓰레기꽃>은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하며, 뮤지컬 <할머니 엄마>는 스테디셀러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다. 맞벌이 부모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고학년에게는 신체 감각을 깨우는 체험형 공연을 추천하는데, 실제로 서커스 놀이를 배우며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서커스 광대학교>가 그것이다.

<제랄다와 거인>

형식뿐만 아니라 테마도 다양해졌다. 견고한 플롯과 주제를 갖춘 작품들도 든든하게 자리한다. 기성극단의 어린이극 연출, 창작 또한 올해 축제의 특징이다.
이윤택 연출의 <토끼와 자라>, 극단 하땅세의 <거인이야기>가 그렇다. <토끼와 자라>는 잘 알려진 ‘수궁가’를 재해석한 전래동화극으로, 독일 스펀지 인형극 예술가 플로리안 로이케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화려한 색채의 소품들이 고전을 현대로 이끈다. 극단 하땅세의 <거인이야기>는 아빠와 단둘이 보내는 하루 동안, 거인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하이브리드 가족극이다. 극단 북새통의 <씨앗 이야기>도 있다. 가야금 연주와 노래, 손 인형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음악극으로, 생명의 탄생 비밀을 이야기 한다.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의 기발한 의견을 모아 현장의 생동감을 더할 예정이다.
2013 김천가족연극제와 2014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을 수상한 <목짧은 기린 지피>도 재공연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의 가치를 전하는 가족 뮤지컬로 온 가족이 함께 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한 작품도 여럿 있다. 개막작인 인형극연구소 인스의 복합인형극 <내 친구 송아지>는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무대화한 것으로, 6·25 전쟁 다큐멘터리 영상과 인형극을 융합한 새로운 작품이다. 안데르센 상 수상작가인 토미 웅거러의 그림책 <제랄다와 거인>을 종이컵 인형극을 극단 문(門)이 공연한다. 종이컵을 오브제로 다채로운 상상을 구현해내는 작품이다.

<작은 악사>

지구 반대편에서 초대된 손님도 있다. 우즈베키스탄 동화작가 파르하지 라임 하끼모비치의 그림책 『작은 악사』는 올해의 공식 초청작. 아시아 문화원과 브러쉬씨어터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중앙아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을 4D 무대 공간의 펼쳐 보이며, 신비로운 실크로드 나라에서 전해오는 행복과 치유의 이야기를 음악과 더불어 객석에 전달한다.

열흘 동안, 열 두 편의 작품이 총 43회 공연된다. 축제를 차곡차곡 즐기다보면, 새해의 첫 달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43번의 기회 속에,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다시 만나는 순간이 있기 바란다. 그렇게 되면 ‘그 아이’에게 새해 목표를 물어보고 다짐을 받아내야겠다. 정신없이 맞이해버린 2018년의 계획도 기획도 세우지 못했으니. 어차피 진짜 시작은 3월부터니까.

[사진: (사)아시테지 한국본부 제공]

일시
1월 17~28일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아이들극장 외 대학로 일대
주최/주관
(사)아시테지 한국본부
문의
02-745-5862~3, www.assitejkorea.org

태그 다시 만난 세계, 서울 아시테지 겨울 축제, 허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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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균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 창작 작업과 함께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다.
byebanana26@gmail.com
제131호   2018-01-11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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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우
'아시테지' 사행시.... 산듯하네요! 감사합니다.

2018-01-12댓글쓰기 댓글삭제

웹진 연극in
남인우님 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 웹진 많이 사랑해주세요♡

2018-01-12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