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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극인들의 창작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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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5세 이하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가 지난 한 해의 공연 분야 결과물을 <차세대열전 2017!>이라는 이름으로 쏟아낸다. 다소 거칠더라도 생동감 넘치고, 조금 덜 여물었더라도 한없이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연극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기회다.

지난 2016년 신설된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 신진 예술가 지원 사업들을 통합한 프로그램이다. 이전까지는 별개로 진행해온 신진 예술가를 위한 연구, 재교육, 창작 및 발표 등을 통합함으로써 분야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상호 교류하며 협력해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번 <차세대열전 2017!>의 연극 분야 참가자는 총 11명으로, 연출 부문에서 서정완, 이승우, 문재호, 손재린, 이준우, 극작 부문에서 홍지현, 김민수, 황정은, 윤미희, 양은실, 신해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첫 작품인 서정완 연출의 <모던타임즈>가 지난 20일로 마무리됐고 이후 10개 작품이 차례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무순 6년>

연출가들이 그려낸 또 하나의 세계

1월 26일부터 28일까지는 이승우 연출의 <난민의 노래>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연극 <난민의 노래>는 굿의 연극적 요소를 적용해 현 시대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연출, 극작, 출연 모두를 한 사람이 맡는 이 공연은 2016년 8월에 실제 일어난 한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가족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자신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남겨둔 채 사라진 그는 아직까지도 실종 상태다. 무대 위에는 대형수조가 놓여지는데 극이 진행되는 동안 수조 안의 물은 점차 혼탁해진다. 흘러가는 물,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소리와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굿 특유의 무대언어에 실릴 예정이다.

문재호 연출의 <인간의 가장 오래된 외부>는 2월 2일부터 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먼 훗날에는 오늘날 사람들이 겪는 불평등이 해소될는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면서 궁극적으로는 ‘지금 이 사회는 과거보다 나아졌는가’를 질문한다. 문재호 연출은 특별한 인물의 행동을 따라가거나 큰 사건을 부각시키지 않는 대신 다양한 인간군상이 각각의 공간과 관계 속에서 취하는 태도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식으로 연출한다는 계획이다. 인물들의 각 역할들을 부각시킴으로써 권력에 대한 은유를 시도하는 이 작품의 극작은 김윤영이 맡았고, 배우로 김건우, 김승현, 김평조, 곽정화, 문수아, 배현아, 황세원 등이 출연한다.

손재린 연출의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아니다>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월 9일부터 1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 작품 5개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읽어내는 배우가 개인의 삶에서 겪는 존재의 불일치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되는 식으로 진행된다. 무대에선 비선형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일상의 사물들과 오브제를 활용해 불일치의 감각을 콜라주하듯 엮어낼 계획이다. 이 작품은 공동창작으로 쓰여진 대본을 바탕으로 하며, 김원종, 박동조, 손은지, 안창현, 정지은, 홍승균이 출연한다

이준우 연출의 <무순 6년>은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연극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중국의 무순전범관리소에서 일본의 전쟁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화 프로그램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공연팀은 무순전범관리소의 당시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되 무대 위 인물들의 외양 외에 내면의 풍경, 즉 내면의 감정과 변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무순전범관리소 내의 전범들에 대한 교화 과정을 관찰하게 하는 것은 물론, 전범들과 관리소 직원들의 무의식 또한 마주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극작은 김도영이 맡았고, 김은희, 전준용, 한윤춘, 우정국, 이갑선, 한상훈, 신용진, 김도완, 윤광희, 김상보, 김영노, 김호준 등이 출연한다.

<한 밤의 사람들>

극작가의 날카로운 시선

극작은 모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쇼케이스 공연 형식으로 하루씩 진행된다. 첫 무대로는 1월 31일 홍지현 극작의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는가>가 예정돼 있다. 올해로 서른 살이 된 정신과 레지던트 정원이 겪는 일종의 뒤늦은 성장통을 그리는 작품으로, 정원과 어린 환자인 예은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이미 죽은 채 살아가는’ 상태에 대해 성찰하게끔 이끌 것으로 보인다. 예은의 고통이 더 이상 그녀만의 것이 아닌 까닭에 정원은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예은을 치료하려는 교수를 보며 갈등한다. 연출은 김정이 맡고, 황순미, 이주영, 오남영, 김정영, 이수미 등의 배우가 출연했다.

2월 2일에는 김민수 극작의 <감정의 몰락>이 공연된다. 감정 없이 태어난, 권담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 남자가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세상은 그가 감정이 텅 빈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 자신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어떤 떨림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세상을 통해 감정을 잃어가는 시대에 관한 쓸쓸한 감상을 담아내고자 한 작품이다. 연출은 윤혜진이 맡고, 이정미, 조영규, 이경미, 성수연, 박용우, 김소리가 출연한다.

황정은 극작의 <노스체(NOSCE)>는 2월 4일에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원전이 폭발된 지 약 30년 후, 사고 중심지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구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늦여름 어느 날 이 ‘구역’ 안에 재난로봇 ‘노스체’가 25년 동안이나 둘러보지 않은 땅을 점검하기 위해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은 미지의 존재인 노스체와 함께 살아가다 이내 작은 파동을 겪게 된다. 연출은 윤성호, 연기는 백현주, 신안진, 박희은, 최희진, 윤정로, 이성은이 맡는다.

윤미희 극작의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는 2월 7일 무대화된다. 3일 먼저 휴가를 나온 현태는 주영을 위해 부대 앞까지 마중을 나온다. 현태와 주영은 휴가를 나와 함께 자살하기로 약속한 사이다. 두 사람은 미용실, 타투 가게, 술집 등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지만 어디에도 그들을 쓰다듬어 줄 사람은 없다. 작품은 세상과의 관계 맺기에 번번이 실패해 마음마저 비뚤어져버렸지만 차마 세상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연출은 신재훈, 배우로는 남재국, 이도하, 문가에, 윤일식, 홍여준, 양택호가 출연한다.

양은실 극작의 <한 밤의 사람들>은 2월 9일로 예정돼 있다. 대학로에서 연출가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직업으로는 생계를 유지 할 수 없는 한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이 남자는 한 기업으로부터 노동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연극을 제작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생계를 위해 기업을 위한 연극을 한다. 남자는 그 돈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제작하지만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그 기업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꾸만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예술가의 수치심과 죄책감을 담은 이 작품의 연출은 유영봉이 맡고, 황기석, 김명, 박경주, 강인대, 길덕호가 배우로 출연한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신해연 극작의 <체액>으로, 2월 11일 관객을 만난다. 불감증에 걸린 여자가 매일 밤 다한증을 앓는 남자와 역할극 섹스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이들은 서로의 진짜 모습을 감춘 채 상대가 바라는 누군가가 되는 역할 놀이에 빠지지만 이내 섹스가 반복되면서 무수한 역할 속에 길을 잃고 만다. 한편 여자가 일하는 장소인 마트의 풍경 또한 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남녀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회전문과 채워지길 기다리는 빈 카트들 속에 길 잃은 사람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연출은 윤혜숙이 맡고, 배우로 문현정, 조의진, 곽지숙, 강혜련, 김지훈이 출연한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기간
1월 19일~2월 25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문의
02-760-4714

태그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열전 2017!,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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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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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호   2018-01-2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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