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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더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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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못 견디게 만드는 시대적 상황이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사회에 축적된 정치/사회적 스트레스는 여전히 연극인들의 창작 욕구를 활발하게 자극하는 중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무대를 만들고 또 관객을 만난다는 부산 출신 젊은 극단 리셋의 연극인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목구멍 속 열기가 다 가시지 않은 이들 극단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충분히 다 못 뱉어낸 말들을 하기 위해 올여름 부산에서 서울로 근거지를 옮겨 관객을 만난다.

과거는 청산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는 이들 극단의 신념은 연극 <호외>라는 결과물로 빚어질 예정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부산 소재 극장인 나다소극장에서 열린 제2회 나소 페스티벌(현 하나다 페스티벌)에서 <리-섿트>라는 제목으로 이미 한 차례 무대화됐다. 초연 때 아쉬웠던 지점들을 보완, 좀 더 극적 템포와 긴장감이 살아나는 작품으로 관객 앞에 설 예정이라는 게 극단 측 설명이다. 이야기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결말도 보다 명확하게 바꿨다.

잘못된 뉴스들, 되돌릴 수 있을까

“극단 리셋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그걸 연극으로 만드는 식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그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데 연극적 양식이나 표현방식은 어느 한 방향으로 묶여 있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얘기하고 싶다고 일단 정하면 어떤 방식으로 연극이 만들어지든 상관없어요. 주제를 먼저 정하고 표현방식은 차후에 결정하는 절충주의 방식으로 작업해요.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형식이 중요한 거죠.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요” -송근욱 연출가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작품의 원제는 <리-섿트>다. 1923년 일본에서 발생한 관동 대지진 당시 일본 군부가 계엄령 선포에도 불구하고 공황 상태에 빠진 민중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자 민중의 보수적 감정을 이용, 조선인 대학살로까지 이어지게 했던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초연 당시 극단 리셋은 시대극을 만든다는 키워드 아래 당시 피해 당사국이었던 조선, 그 가운데서도 한반도에 발을 디디고 살던 조선 언론인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뤘을까에 초점을 맞춰 픽션으로 꾸몄다. 과거사를 다룬 시대극이지만 초연 당시 한국 정부에 대한 이들의 문제의식, 즉 언론 장악력이 지나치게 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강하게 녹아들면서 자연스레 동시대를 직간접적으로 은유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극단 이름과 유사한 단어를 초연 작품의 제목으로 달았던 점이 흥미롭다. 일본 제국의 문화 통치 최전선의 역할을 자처하며 신문을 발간하던 총독부 산하 매일신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매일신보의 부장기자이면서 항일신문사의 핵심 멤버로서 이중생활을 하는 최근호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매일신보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지하에 내려와 반박기사를 쓰는 활동을 비밀리에 전개하는 이 인물을 중심으로 왜곡된 언론 환경을 다시 되돌리려는 의지를 담아 ‘reset’을 당시의 한글 발음대로 풀어 적어 제목을 붙였다. 올 여름 서울에서 다시 올라가는 공연의 제목은 <호외>로 바뀌었다. 처음의 은유적인 제목보다 인물이 게릴라식 반박기사를 계속해서 뿌리는 행위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자 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게 극단 측 설명이다.

그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희생되기도 하고 내분,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죠. <호외>는 진실을 밝히는 열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되 이들이 벌이는 토론에 초점을 좀 더 두는 연극이에요. 만약 제가 그 시대를 살면서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많이 고민됐을 것 같아요. 열사들처럼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죠. 뭔가를 강하게 밀어붙여서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송근욱 연출가

호외란 신문 호수 외에 급할 때 발행되는 부수적인 간행물이다. 극 중 주요인물들의 최종 목표는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가짜뉴스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호외신문을 발간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진실을 향한 싸움이 극에 치달으면서 마지막 대목에선 윤전기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게 된다.

연극은 이 같은 주요인물들의 이중생활을 1막과 2막으로 나누어 담는다. 1막에서는 친일 기사를 쓰는 지상의 매일신보사가 배경이 된다. 2막으로 넘어가면 같은 건물 지하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는 항일신문사가 주 무대로 바뀐다. 1막에서는 조선 언론인들이 마치 친일파처럼 여겨지지만 이후 2막에서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활동하는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고 관객은 비로소 이들의 진심을 파악하게 된다. 시대상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 의상과 무대를 택함으로써 공연팀은 이 작품이 오늘의 이야기로 확장돼 읽힐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쓸 예정이다.

결국 공연팀이 관객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 관객에게 던지고 싶은 의제는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아진다. 최근 오사카 지진 때도 ‘외국인들이 공항을 점거할 것이다, 문화재를 훼손할 것이다’ 등의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걸 목격했다는 송근욱 연출가는 왜곡된 정보가 여전히 사람들을 때때로 호도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만큼은 이번 공연을 통해 꼭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학로의 프로 연극인이 되더라도 처음 연극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극단 이름을 ‘리셋’으로 지었다는 이들의 무기는 무엇보다도 문제의식과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아닐까 싶다. 패기 어린 젊은 연극인들의 몸짓과 말이 서울의 관객들에게도 잘 받아들여 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극단 리셋 제공]

일시
7월 5~8일 평일 8시, 토4시8시, 일 6시
장소
대학로 노을소극장
작/연출
송근욱
출연
김언수, 김남우, 백현규, 황한슬, 남기형, 이제우, 이현지
문의
010-3538-4673

태그 김나볏,리셋,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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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제143호   2018-07-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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