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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으로 횡단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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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장전2018'의 주제는 ‘분단’이다.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을 기점으로 속단할 수는 없으나 평화의 희망이 한반도를 감도는 가운데, ‘평화’나 ‘통일’이 아닌 ‘분단’이라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짚는다. 2016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된 페스티벌답다. 사실 ‘분단’이라는 키워드가 정해지고 페스티벌 참가작 모집이 끝난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기에 주제를 바라보는 방향 또한 달라졌지만, 분단이라는 현실적 조건은 변함이 없다. 2016년 ‘검열각하’, 2017년 ‘국가본색’에 이어 ‘분단’의 키워드로 한국 현대사의 대립과 갈등의 기원 탐색이 시작된다. 총 열 한 팀의 참가작 가운데 극단 난희의 <냉면>, 극단 행 X 프로젝트 럼버잭의 <프로젝트 에이전트>를 소개한다.

왜 ‘우리’가 싸우는가?
극단 난희 <냉면>

<냉면>은 극단 난희의 창단 작품으로, 극단 대표이기도 한 극작가 김명화의 신작이다. 작가는 이미 전작인 <침향>에 분단에 대한 고민을 녹여낸 바 있다. <냉면>은 <침향>의 다른 버전, 이른바 ‘침향외전’이라 할 수 있다. <냉면>에는 전작인 <침향>과 작가의 분신 같은 주인공 ‘난희’가 등장한다. 마치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듯,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을 갖춘 이 작품에는 극단 난희의 탄생 과정이 그려져 있는 듯하다.

2008년 6월 공연되었던 <침향>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을 피해 지리산으로 도망간 주인공 강수가 56년 만에 고향을 찾는 이야기이다. 김명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데올로기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겪었던 씻기지 않는 아픔을 절제된 필체로 그려냈다. <침향> 이후 10년이 흘렀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일상이 되고 있는 오늘, 극단 난희가 이 낯설고 갑작스런 변화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냉면>에 담았다.

극 중 작가 '난희'는 최근의 한반도를 둘러싼 종전, 평화 무드에 자연스레 이모를 떠올린다. 그녀는 10년 전 <침향>이라는 작품에서 월북한 남편을 둔, 굴곡진 삶을 살다 간 이모 애숙의 이야기를 그린 적이 있다. '도둑같이 찾아온' 해방정국의 기쁨이 전쟁의 포성 속으로 빠르게 사그라들고,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삶을 살던 민초들은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당했던 슬픈 역사. 2018년 달라진 세상에서 그녀는 다시 이모를 떠올리며, 우리의 서글픈 지난 역사를 반추한다.

DMZ 방문, 강연 등 페스티벌 측에서 진행한 워크숍 외에도 단원들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냉면>을 만들어가며, 작가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보이지 않던 ‘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 모두가 통일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와 먼 이야기라 느끼는 사람도 있고, 통일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입장과 생각의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 안에 미래의 빛깔이 있다. <냉면>은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두고,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하는 잔인함을 들춰 보인다. 이성이 아닌 감각과 정서가 분단의 벽을 더 빨리 뛰어넘으리라 믿으며, <냉면>에는 ‘침향외전’이라는 아니 ‘침향외전’에는 <냉면>이라는 본 제목이 붙었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극단 행 X 프로젝트 럼버잭 <프로젝트 에이전트>

극단 행과 청년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럼버잭이 함께 준비한 작품은 <프로젝트 에이전트>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의심을 통해 답하고자 하는 작품으로 네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주요 이야기는 국정원 요원과 대학생인 그의 여동생이 주인공인 ‘프로젝트 에이전트’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이다 보니 공개된 자료가 별로 없어 작가 양지모의 상상으로 많은 부분을 채워 넣었다. 작가는 스스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관객의 신뢰를 기대하고 있다. 네 번째 에피소드인 ‘프로젝트 에이전트’에 앞선 세 가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밀요원 민혁에게 내려진 특별임무에 대한 에피소드. 두 번째, 탈북자 지련이 정보요원 영준에게 조사를 받는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 세 번째는 댓글 알바 이야기다. 네 가지 에피소드는 서로 교묘하게 얽혀 이어진다.

프로젝트 럼버잭의 대표이기도 한 양지모 작가에게 권리장전은 연극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 페스티벌이다. ‘대놓고’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연극제라는 점에서 양지모 작가가 생각하는 의미가 크다. <프로젝트 에이전트>는 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앞에 두고, 마냥 가볍게 다가갈 수도 무겁게 이끌어 갈 수도 없다는 딜레마가 있었다. 그것은 관객의 다양한 생각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정치 예술’의 암묵적 약속 때문일지도 모른다.

휴전 상황에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내재된 공포감이, 한편으로는 그것을 외면하는 무심함이 있다. 작가와 팀원들은 그 간극을 깨닫고, 작품을 준비하며 분단에 대한 세미나를 해왔다. 그를 통해 전에 알지 못했던 휴전 상황과 대북정책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깊이 고민하게 됐다. 이 과정과 결실이 네 편의 에피소드에 녹아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의 믿음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가 믿거나 의심하는 것을 뒤집어 생각해보게 한다. 믿음과 진실이 연관되어 있는지, 믿음과 의심이 자의적이거나 타의적인 선택이 아닌지 말이다. 그 뒤집힌 질문 속에서 우리의 현실이 보다 정확히 그려지길 바라며.

일시
7.11~9.23 매주 수~일 8시(월화 공연 없음)
장소
연우소극장
문의
010-7122-6945

태그 허영균,냉면,프로젝트,x,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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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균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 창작 작업과 함께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다.
byebanana26@gmail.com
제144호   2018-07-19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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