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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의 방식, 현재화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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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은 너무 불꽃같아서 허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모든 일들이 하나의 생애에 빼곡하게 들어차는 일이 대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뜨거웠던 삶. 그래서인지 마지막엔 새카맣게 타버려 마치 재가 되어버린 것 같은 일생. 故 공옥진의 삶이 그렇지 않은가.
이름으로나 뵙던 전설적인 예인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삶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들은 것은 몇 해 전이다. 뉴스는 판소리와 춤의 대가의 삶이 얼마나 굴곡졌는가, 그의 끝이 얼마나 남루했는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시대의 명인이 성취한 눈부신 예술은 안타까운 개인사 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의 예술은 어디로 갔을까. 소리는? 춤은? 기예는? 안타깝게도 이들은 보호도 계승도 되지 못한 채, 그와 함께 숨을 거둔 듯 싶었다.

전통의 계승에 대해 묻다.

…그랬는데, 극단 그린피그가 공옥진과 그 춤을 되살린다. 덕분에 우리는 공옥진 그리고 병신춤과 늦게나마 재회할 수 있게 되었다. 연극 <이야기의 方式, 춤의 方式 - 공옥진의 병신춤 편>은 2014년 ‘혜화동 1번지’에서 연출가 윤한솔과 그린피그가 선보였던 <이야기의 方式, 노래의 方式 - 데모버전>의 연작이다. 전작은 판소리 적벽가의 한 대목을 소재로 전통의 계승 문제를 다루며, 전통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고자 했던 작품이다. 전통이라는 자칫 지루한 장르 안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해낼 수 있다고 생각에서였다.

지금, 공옥진을 소환한 것은 공옥진과 병신춤, 1인 창무극을 통해 전통의 계승 문제를 또 한 번 다루고자 함이다. 사람들은 생전의 공옥진에게 ‘전통예술가’라는 이름을 주기에 주저했다. 전통예술에서 주류에 속하지 않았던 공옥진과 병신춤을 ‘전통 계승의 측면’에서 다시 보겠다는 그린피그의 선택은 이미 그 자체로 ‘전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담고 있다.

그의 삶은 한국 사회의 격변과 긴밀하게 호흡해왔다.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공옥진의 삶과 춤 속에는 한국사가 녹아있다. 철저한 관리와 보호 아래 전수된 전통이 아니라, 이 사회의 물줄기를 흘려보낸 춤, 역사의 맥이 흐른 춤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전통예술, 전통춤이라 불러야 할까?

현재에 놓은 불구의 전통

공옥진의 병신춤은 장애에 대한 비하라는 비판 또한 많았고, 그래서 자신도 곱사춤이라 부르길 더 원했단 기록도 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세상 사람 모두 병신입니다. 몸의 병신, 마음의 병신”이라 했다. 병신춤은 특정한 것을 그저 연기하기 위한 인식론적 재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같은 병신이라는 인식에 근원한다. 병신춤을 추는 것은 조롱의 주체가 되면서 동시에 객체가 되는 것, 따라서 조롱은 성립하지 않는다.

"(병신춤은) 불구자를 단순히 흉내 내어 모멸하기 위해서 추는 춤이 결코 아니다. 이는 춤을 출 수 없는 신체적 불구자가 추는 춤이되, 불구에서 정상으로 옮겨내는 싸움의 춤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사회적으로 병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춤이며, 불구화된 것을 불구로써 척결하여 인간의 해방을 성취하고자 하는 춤이다. 춤으로써 가장 인간적인 것이 지상에 실현되는, 지상을 미적 유토피아로 뒤바꾸는 춤인 것이다." -채희완

몸부림, 투쟁, 위로… 자신의 자신을 향한, 타인의 타인을 향한 절박한 몸짓, 공옥진은 병신춤을 통해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집단 기억으로 각인된 폭력과 상실에 투쟁하는 개인들의 몸부림을 장애의 몸짓에 의탁했다.

게임, 계승의 새로운 방식

그린피그가 선택한 이야기의 방식은 키네틱 센서를 이용하여 ‘병신춤’을 게임화하는 것이다. 병신춤을 구성하고 있는 곱사춤, 문둥이춤, 소아마비춤 등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하고, 모션 센서를 이용해서 병신춤의 동작을 포착, 이를 프로그래밍한다. 이를 통해 ‘병신춤 댄스 게임’의 개발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국사의 질곡 속에 공옥진이 춤을 만나는 과정, 그의 춤이 출발한 곳, 그의 춤이 발생한 생의 여러 순간들 모두 병신춤과 깊이 관계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창극단 시절을 거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공간사랑’에서의 공연 그 이후까지 전부. 키네틱 센서는 공옥진과 병신춤의 무엇을, 무엇까지를 읽어낼 수 있을까? 또한 전통은 게임이라는 계승 방식을 따라 현재의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게임이라는 새로운 계승 방식을 통해, 그의 춤이 현재화되길. 시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제자의 탄생을 기다린다.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일시
10월 4~14일 평일 19시30분, 주말 및 공휴일 15시(월 쉼) *10월 9일 15시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공동창작
연출
윤한솔
출연
박하늘, 원규리, 임정희, 정양아, 최지연, 황미영
문의
02-758-2150

태그 허영균,남산예술극장,그린피그,춤의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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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균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 창작 작업과 함께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다.
byebanana26@gmail.com
제148호   2018-09-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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