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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연극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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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삼일로창고극장 무대에서 그랜드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질 예정이다. 캐나다 출신의 괴짜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글렌 굴드의 음악세계를 압축적으로 뽑아낸 연극 <아리아 다 카포>를 통해서다. 노기용 배우의 1인극으로 펼쳐질 이번 무대에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의 피아노 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글렌 굴드의 창작세계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예술과 인생에 대한 상념에 잠겨볼 만한, 가을에 무척 어울리는 연극이라는 점이 반갑다.

이번 공연의 제목 <아리아 다 카포>는 ABA의 3부 구성으로 된 아리아 형식을 의미한다. 곡의 첫머리로 돌아가 다시 되풀이되는 이 음악 형식은 마치 글렌 굴드의 인생을 상징하는 듯하다. 걸출한 피아니스트이지만 유명 연주자로서의 삶에 싫증을 느끼고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스튜디오 음반 녹음에 열중하다 자신을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던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 녹음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아티스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던 글렌 굴드. 그의 삶에 영감을 받은 윤혜숙 연출가가 노기용 배우, 이상욱 음악감독, 김재영 영상감독과 함께 단촐하면서도 깊이 있는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예술과 인생에 대한 실마리를 쫓다

“음악인의 삶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은데 연극으로는 하지 않잖아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무대에선 편집을 할 수 없고 또 연주를 할 수 있는 배우도 많지 않다는 한계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장면을 상상해봤을 때 너무 좋을 거 같았어요. 별다른 세트가 들어서지 않은 작은 극장에 피아노가 한 대 있고, 배우가 직접 연주를 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글들이 계속 나오고... 그런 시간을 관객들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팀을 꾸려 작업을 하게 됐어요.” -윤혜숙 연출가

윤혜숙 연출가는 지난해 겨울 제주도로 여행갈 때 챙겨 갔던 글렌 굴드와 관련한 책이 이 공연의 모티프가 됐다고 말했다. 우연히 책을 넘기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공연장면들이 떠오르는 낯선 경험을 했고, 결국 피아노 연주를 할 줄 아는 노기용 배우를 찾게 됐다. ‘글렌 굴드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에 대한 공연을 만들다보면 나도 어떤 실마리를 얻게 되지 않을까, 그가 꿈꿨던 세계에 어느 정도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젊은 예술가의 호기심 혹은 도전의식이 이번 공연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글렌 굴드는 사실 책이나 영상으로 이미 많이 소비된 피아니스트다. 그의 유명세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공연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점을 향해 묵묵히 수행하듯 달려 나가는 중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글렌 굴드는 때로는 피아노, 때로는 청중까지 거슬려했던 까다로운 인물이다. 으레 음악의 필수적 요소로 여겨지는 것들까지 과감하게 걷어내면서 찾고자했던 것,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 무엇일지에 대해 창작팀은 골몰히 연구 중이다. 대본에서 시작해 공연으로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늘 부딪히곤 했던 현실과 이상 사이 괴리감에 대한 연극인들의 고민이 글렌 굴드를 만나면서 어디까지 해결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꼭 한 번 도달하고 싶은 그곳을 생각하다

“음악을 듣고 흘러나오는 글을 보면서 관객들이 자유롭게 생각 속에서 거니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게 제일 바라는 지점이에요. 어느 곳에 굉장히 가고 싶어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서 거기로 가려고 했지만 사실은 가지 못한 어떤 한 사람의 쓸쓸함도 같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남긴 유산들을 통해 우리 인생의 어떤 부분들이 풍요로워지는 것들을 느끼시면 좋겠어요.” -윤혜숙 연출가

이 연극이 특히 반가운 것은 모처럼 예술 자체, 예술 창작의 과정 자체에 대한 탐구에 집중하려는 예술가의 마음이 두드러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무대에서 흘러나올 영상 자체도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는 방식 대신 옛날 방식의 TV 모니터 세대를 통해 보완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두고 씨름하는 글렌 굴드의 모습이 무대 중앙을 차지한다면, 의자 세 개 위에 놓인 자그마한 TV 모니터들은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늘 무대를 탈출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글렌 굴드의 인생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영상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음반 녹음 외에도 다큐멘터리 등 TV 매체에 익숙했던 글렌 굴드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담아내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위대한 예술가의 궤적을 쫓는, 쉽지 않아 보이는 공연제작 여정에서 음악적으로 탄탄한 기초를 다져나가려 했던 점도 이 공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지점에선 청년예술단으로도 활동 중인 음악감독 이상욱의 공이 컸다. 연극적으로 효과가 더 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 연출가가 제안하면 이상욱 감독은 그 아이디어를 음악적 측면에서 고려해 다시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서로 다른 장르에 강점을 지닌 이들이 모여 협업한 덕분에 예술가 글렌 굴드의 개성 강하고도 외로웠던 삶뿐만 아니라 그가 펼쳐보였던, 펼쳐내고자 했던 음악 그 자체에까지 집중할 수 있는 공연이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이상욱 제공]

일시
10월 19~28일 평일 8시, 토 7시, 일 4시, 월 쉼
장소
삼일로창고극장
공동구성
연출
윤혜숙
음악감독
이상욱
출연
노기용
문의
플레이포라이프 010-2069-7202

태그 김나볏,래빗홀씨어터,아리아다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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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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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호   2018-10-1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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