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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이 이름보다 별칭으로 더 자주 불린다. 별칭은 그 대상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대상을 그 자체로 호명하는 것이 어쩐지 꺼림칙하여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리’도 그런 단어 중 하나다. 학창시절 나와 친구들은 ‘그날’ 또는 ‘매직’이라는 이름으로 생리를 대신했다. 작은 파우치에 넣은 생리대를 최대한의 속도로 꺼내,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화장실로 향했었다. 불안한 걸음으로 종종. 혹여나 교복 치마에 묻진 않았을까.
이제 와 생리(生理)를 구성하는 한자를 살펴보니, 그날이나 매직 따위가 대체할 수 없는 본질을 담고 있다. 생명과 이치. 한자문화권에서 생리를 월경의 뜻으로 쓰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고는 하나, 그것이 지금 뭣이 중헌디. 그렇다. 생리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현상이 아니라, 사회의 생명과 이치를 구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는 연극이 있다. 작은극장H의 <[.]A Period 생리에 관하여>는 입에 담기 조심스러웠던 생리에 관해 속 시원한 질문으로 대화를 연다.
생리대는 왜 검은 봉지에 담아줄까?
<[.]A Period 생리에 관하여>는 주인공 이민아의 삶을 생리를 통해 들여다본다. 초경, 생리통, PMS(생리전증후군), 피임, 완경 등 그동안 쉬쉬하며 뒤에서만 했던 생리에 관한 이야기들이 2인극 속에서 알알이 펼쳐진다. “왜 생리대는 검은 봉지에 담아줄까?”는 감추고, 가려야 하는 것으로 생리를 인식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이 작품은 아직 생리가 낯선 청소년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청소년기에는 몸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 넘쳐난다. 하지만 학교를 위시로 하는 공교육 안에서 이런 고민과 질문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은 좀처럼 없다. 학교의 성교육은 실제 청소년들의 관심 밖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 청소년들이 체험하는 몸에 관한 고민은 훨씬 세세하고 복잡한 데 말이다.
갑자기 터진 생리가 교복 치마에 묻어 짜증나고 난처한 일, 체육 시간이나 수행 평가를 제대로 참여할 수 없게 된 일,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이후 생리가 늦어져 걱정하는 일, 몸에서 줄곧 피비린내가 날까 봐 예민해지는 일 등.
청소년들의 몸, 생리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듣고 나누기 위해 작은극장H는 학교에 찾아가 직접 청소년들을 만나왔다. 작년 12월에는 한성여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낭독공연을 진행했으며, 올해에는 전국 10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순회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생리는 우리를 말한다
생리로 인한 고생은 비청소년, 즉 성인이 되어도 계속된다. 처녀막에 대한 오해 때문에 탐폰이나 생리컵 사용을 반대하는 남자친구 이야기, 생리 휴가가 있긴 하지만 꾀병이라 생각하는 상사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이야기, 생리전증후군 때문에 감정과 컨디션이 오락가락하여 우울증약을 먹는 사연 등이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생리는 내가 하는데 판단은 타인이 하는 이 기이하고도 만연한 구조 속에 생리라는 현상이 놓여있다. 그 주체인 여성의 몸은 배제되고, 관리 대상으로만 남는다.
하지만 여성이 없는 공동체는 없다. 매번 알아차릴 순 없어도, 갑작스러운 생리로 급하게 생리대를 빌리는 청소년, 생리통 때문에 아프지만 말하지 못하는 직장인, 완경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겪는 어머니 등은 늘 우리 주위에 있다. <[.]A Period 생리에 관하여>는 함께 생활하는 가족, 동료, 친구가 ‘생리’로 인해 어떤 변화를 겪는지, 그리고 그럴 때 이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공연이 줄 수 있는 ‘공감’의 마법을 통해 각자의 시각으로 ‘생리’를 경험하고, 이 경험이 이후에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품이다.
 

[사진: 작은극장H 제공]

일시
11월 21~25일 평일 8시, 토 3시6시, 일 3시
장소
예술공간 혜화
작/연출
한혜민
출연
이슬, 조성우
문의
010-2069-7202

태그 허영균,우리에관하여,작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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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균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 창작 작업과 함께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다.
byebanana26@gmail.com
제152호   2018-11-2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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