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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혔던 과거, 다시 말 걸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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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단 선정 단체인 ‘프로젝트 이어’가 2018년 세 번째 기획공연으로 이보람 작가의 <네가 있던 풍경>을 12월 5일부터 16일까지 예술공간 혜화에서 상연한다. <소년 B가 사는 집>, <두 번째 시간> 등을 발표하며 최근 대학로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보람 작가의 작품을 토대로 공연될 이번 작품은 2015년 서울시극단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에 선정돼 약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올해 4월 초연됐으며 당시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네가 있던 풍경>은 기간제 교사로 모교에 부임한 주인공이 그동안 완전히 망각하고 있던 학창 시절의 사건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 사건과 그 사건 이후의 여파를 다루고 있다. 이보람 작가는 이 작품에서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 사건의 다층적 측면과 더불어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특유의 섬세하고 통찰력 있는 필치로 그려냈다.
과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묻다
“학교 폭력이나 성소수자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다기보다는 사건이 발생한지 14~15년이 흐른 후의 여파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건 자체를 넘어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를 대할 때 취할 수 있는 어떤 방식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담긴 작품이죠.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해정 연출가
극 중 인물인 자희는 현재 모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자희에게 어느 날 15년 전 같은 반 친구였던 영훈의 자살 사건과 관련, 영훈의 어머니가 자희를 찾아온다. 그제서야 비로소 자희는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영훈의 사건이 유족들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사건임을 깨닫게 된다.
극이 집중해 조명할 부분은 성소수자로서 학교 폭력을 당해 자살했던 영훈에 대한 기억을 쫓아가다 자희가 어느 순간 변환점을 맞게 된다는 대목이다.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는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다. 자희는 현재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는 까닭에 영훈의 과거가 다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영훈이 죽은 것에 대해 타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던 자희는 어느 순간에 이르러 최초로 ‘아, 나도 가해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해결되지 않은 과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결정의 순간을 맞게 된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다
“자희에게 과거의 일을 다시 맞닥뜨린 현재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 조금 더 나아가 무슨 이야기를 관객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또 15년이란 간격을 두고 시간을 가로지르는데 이 시간의 변화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진해정 연출가
당시 학창시절 친구들은 이제는 다 자라 결혼도 하고 취직을 하기도 한 상태다. 영훈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던 민수는 심지어 경찰이 돼 있다. 이들과 달리 영훈의 가족은 여전히 15년 전 과거의 기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살을 할 만큼 따돌림이 대단하지 않았다’는 판사,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선생 및 친구들의 반응과 당시 괴로운 심정을 고스란히 당은 영훈의 일기 사이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성소수자를 향한 학교 폭력을 넘어 사회의 구조적 문제까지 건드리는 이 작품을 다시 무대화하면서 진해정 연출가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은유로 비치게끔 무대를 연출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교실에서 떠올릴 수 있는 사각 틀의 이미지를 확장해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감옥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무대화할 예정이다. 이로써 억압의 상태를 가시화하고 그 가운데 15년이란 시간 변화를 표현해냄으로써 해결되지 않은 과거가 이들을 계속해서 억압하고 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는 방침이다.
진해정 연출가와 프로젝트 이어는 그간 <퀴어한 낭독극장> 시리즈 등으로 소수자들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준 바 있어, 이보람 작가의 작품이 담고 있는 세계를 한층 더 깊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극과 영화, TV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명신을 비롯해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활동해온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 헤어나지 못한 과거와 이로 인해 고통 받는 현재의 삶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프로젝트 이어 제공]

일시
12월 5~16일 평일 8시, 주말 4시
장소
예술공간 혜화
이보람
연출
진해정
출연
고윤희, 박명신, 이주협, 강정윤, 박경찬, 이종민, 임지현, 김민아, 주예진
문의
카카오톡 @프로젝트이어

태그 김나볏,네가있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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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호   2018-12-0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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