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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서 멀리, 야망에서 더 빨리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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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 지역공연예술비평플랫폼>(이하 <행진>) 1호에 실린, 한재섭 미술사학자의 기사 “반딧불은 소멸되었는가”에서 인용된 장정일의 시를 가만히 살펴본다. 시인은 그의 시 ‘<중앙>과 나(중앙을 흠모하는 타자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앙>이 어딘가?
<중앙>은 무엇이고 누구인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중앙>으로부터
임명을 받았다는 이 자의 정체는 또 무언가?
<중앙>을 들먹이는 그 때문에
자꾸 <중앙>이 두려워진다
학자가 시인의 시를 다시 되짚어 보는 이유는, 비평의 부재가 야기한 (중앙이 아닌) 지역의 무력함을 폭로하기 위해서 일 테다. 엄밀히 말하면, ‘중앙부처’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관료들, 자신의 독립성보다 ‘중앙에의 진입’이 더 중요해진 예술가들로부터 오는 무력감을 토로하고 싶었으리라.
‘지역’과 ‘공연예술’ 그리고 ‘비평’과 ‘플랫폼’이라는 키워드를 한 몸에 가진 <행진(ACTZINE)>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행진>을 책임지는 임인자 편집인(전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은 잡지의 발문에서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세월호 사태와 블랙리스트 사태, 그리고 미투 운동을 겪으며, “서울 중심의 한국 사회 구조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중앙’ 중심의 예술과 문화의 실체에 대해 재감각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중앙의) 일방적이고 주도적인 구조와 (지역의) 열악하고 어려운 상황, 공적 제도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지역 문화계, 기존 질서의 공고함을 저항하지 못하는 주변부 등에 대한 고민들이 도출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꺼낸 단어는 ‘고립’과 ‘고독’이었다. 실상,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의 개념은 - 마치, 새로운 생산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 어쩌면 현실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절감하는 당사자들의 연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고립감과 패배감에 빠져있지 않고, 자기 의제를 설정하여, 문제를 돌파해나가고자 하는 ‘소수’자들의 행동(ACT), 그 운동장이 플랫폼인 셈이다.

<행진>은 2019년 1월에 창간했지만, 제법 잘 갖추어진 웹페이지 (actzine.kr)가 있으며, 세 권의 잡지를 출간한 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 면면도 충실하고 뜨거운 이슈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지역 예술가들이 가진 고유한 슬픔의 고백, ‘광주’ 혹은 특정 지역이 중앙으로부터 예술적이라는 명목 하에 도구적으로 호명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 담론에서 소외된 지역의 소수자가 겪는 이중적인 배제에 대한 공론화 등의 기사가 눈에 띈다. 중앙의 예술 활동을 멋지게 포착한 (혹은 포장한) 서울의 현장 ‘사진’과는, 때깔은 다르지만, 지역의 활동들이 갖고 있는 개성과 고유한 색깔을 잘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움직여온 편집인의 관심사를 반영한 듯, 최근 지역자치단체의 문화헌장 운영조례와 지역 예술단체 인사문제에 대한 고발, 그리고 노동자 문제를 다룬 담론과 광장에 대한 기억까지 이어진다)
잡지를 보고 있노라면, 공공성과 예술성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중앙의 관료들, 순수예술과 생활예술을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단정했던 중앙 예술가들의 논쟁이 얼마나 관념적인지 자각하게 된다. 예술작업이 시민 행동이 되고 문화 활동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실로 존경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서울의 문제는 지역에서 더 잘 보일지도 모른다. (아! 이 또한 얼마나 서울중심적인 사고방식인가!) <행진>은 중앙에 진입하기를 원하는, ‘예술경영자’들이나 ‘예술야망가’들이 읽기엔 다소 맥이 빠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화예술의 시야를 폭넓게 익히고자 하는 분들에겐 매우 좋은 교재이다. 변방이나 독립, 자생과 주체성이라는 단어가 요원해지는 이때에, 여전히 예술계가 ‘좁은 우물’ 이 아니라 ‘광활한 우주’ 라고 여기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정기구독과 후원이라는 멋진 연대의 방식으로 행진의 동참이 가능하다. (온라인 신청서 링크 = https://goo.gl/forms/4putUQyNSLpbuH4I3)
<행진>에 대해 궁금한 점을 임인자 편집장에게 물어보았다.
질문_
<행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답_
서울을 벗어나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서울과의 문화 불균형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모든 자원이 서울에 몰려있다는 것을 늘 체감하게 됩니다. 지역은 창작, 유통, 향유에 이르는 예술 생태계가 함께 고민되기는 아직 열악한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창작하고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형식으로서의 <행진 : 지역 공연예술비평플랫폼>을 고안했습니다. 창작 중심의 생태계에서 고립된 지역 예술, 관주도의 문화예술 정책 일변도에서 어떻게 스스로 활력을 찾아야 할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질문_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답_
작품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바탕으로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비평의 관점을 또렷이 갖는 일이 여전히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날카로운 관점의 필진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았고, 현재는 자비 제작 상태여서 경제적인 여건도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질문_
<행진>은 언제 어떻게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답_
처음에는 매월 발행하는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여건과 능력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격월간으로 발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자비 제작 여건과 필자 발굴의 어려움으로 당분간은 무크지 형식으로 발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격월간으로 발행할 계획입니다. <행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발행됩니다.
질문_
앞으로 <행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편집장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_
지역에서 예술의 위치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역에서의 예술은 도시재생이나 지역 콘텐츠의 관점으로서 도구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혁신과 사회 변화의 계기로서의 예술, 그리고 모두를 위한 넒은 범위의 시민 참여 관점으로부터 인간의 감각을 파고드는 예술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작품 한편을 두고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있는 그런 장을 만들고 싶고요.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많은 분들이 필진으로 또 편집자로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정진세]

태그 행진,지역 공연예술 비평 플랫폼,정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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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정진세 본지 총괄에디터.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장,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공연예술 현장에서 창작과 비평 등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lilytulips@nate.com
제159호   2019-05-1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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