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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우리가 공연을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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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극장에 가면 종종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띈다. 이상한 건 분명 익숙한 얼굴인데도 그들과 나 사이에 개인적으로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아는 창작자도 아니고 평론가나 기자는 더더욱 아닌 사람들. 그들은 바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는 ‘관객’들이다. 일주일에 적게는 두 번에서 많게는 그 이상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많다 보니 이제는 극장에서 그들의 존재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최근 각 기관이나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로 4회 차에 접어든 권리장전 역시 관객들을 위한 ‘관객수다’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을 시작했던 첫해부터 ‘관객수다’를 함께 운영했으니 벌써 4년째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20대에서 50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 14명이 관객수다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고 이들의 공식적인 활동은 매주 목요일에 공연 후 개최되는 관객수다의 참여와 각 공연에 대한 관람평 작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종종 관객수다 모임은 그 이후의 뒤풀이 모임으로 길게 이어지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매주 공연을 보고 관객수다 모임에 참여하고, 일주일에 하나씩 관람평을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의 자발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관객수다’를 들여다보면 연극을 함께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관객의 자리는 어디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2018.07.19. 관객수다

‘함께’ 공연을 보는 것
권리장전이 처음 시작되었던 무렵에 대한 기억은 암울하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블랙리스트와 검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가 짐작했던 것보다 검열의 감시망은 더 넓게 퍼져있었다. 이에 분노한 연극인들은 거리에서 시위를 이어갔고 여러 극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작품을 통해 발언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것이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의 시작이었다.
‘정치극’이라는 페스티벌의 성격은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의 성향이나 관객수다 멤버의 참여 동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가령 관객수다에 여러 차례 참여하고 있는 한 멤버는 분노가 만연하던 때에 연극인들이 만든 ‘공론의 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권리장전 페스티벌을 찾았다고 회고한다. 마찬가지로 그가 관객수다에 참여한 계기 역시 이 시대에 대한 고민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물론 공연을 보고 자신이 궁금했던 점을 창작자들 혹은 다른 관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일차적인 흥미 요소였지만 동시에 페스티벌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 역시 이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던 셈이다.
특히나 분단, 해방, 원조적폐로 문제의식이 확장되면서 관객들 사이의 소통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의 폭과 그 시대를 실제로 경험했던 세대의 그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대화 자리는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된다. 이런 대화 자리를 통해 20대에서 50대까지 이어지는 여러 연령대의 관객들이 연령, 직업, 성별, 사회적 지위 등 다양한 조건들과 관계없이 공통 관심사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게 되고, 이것은 곧 ‘관객’이라는 커다란 집단의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곧 이전에는 극장을 찾는 관객 개인이었지만 이제는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라는 커다란 집단 속의 일원으로 자신을 정체화하게 되는 셈이다.

2019.06.06. 관객수다

소통의 경직성 뛰어넘기
이런 관객집단은 스스로를 공연을 함께 만드는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권리장전의 창작자들은 목요일에 개최되는 관객수다와 매주 업데이트되는 관객수다 멤버들의 관람평을 통해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관객과 직접 소통을 할 기회를 얻는다. 사실 일반적인 공연의 경우 공연에 대한 평을 듣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관객수다의 경우 공연 리뷰를 올리는 기한을 일주일로 제한을 둠으로써 창작자들은 여느 때보다도 더 빨리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관람평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가 되기 때문에 창작자, 일반 관객들까지도 관람평을 자유롭게 읽고 여기에 의견을 덧붙일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의 과정이 공연을 만드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대개의 공연 메커니즘 속에서는 관객과 창작자들의 소통이란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인 양상을 띨 수밖에 없는데, 관객 참여 프로그램은 이 소극성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에 참여한 관객수다의 참가자들은 관객참여프로그램의 효과를 결정짓는 요소 중의 하나로 담당자들의 역할을 꼽기도 했다. 권리장전 ‘관객수다’의 경우에는 매년 담당자 한 명이 관객수다 멤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모임을 주선하며 관극의 과정을 이끌어나간다. 따라서 담당자의 존재유무, 역량에 따라 관객프로그램의 활성화 정도, 실질적인 효과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몇 년에 걸쳐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멤버가 있다는 것은 관객수다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른 기관이나 페스티벌에서 운영되는 관객 참여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리뷰’에 치우쳐져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아마도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점, 블로그나 SNS에 게재되는 관람평이 또 다른 홍보 효과를 가져 온다는 점, ‘관객참여’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프로그램이라는 점 등에 기인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극히 운영하는 측의 입장이 반영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리장전 관객수다의 경우 관객수다 모임과 관람평을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관람평보다는 공연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대화의 장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소통이 훨씬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인터뷰에 참여한 멤버들 역시 관람평보다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통을 훨씬 흥미로운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살짝 고민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관객들이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관성적으로 운영되는 다른 프로그램들도 능동적으로 공연에 참여하고자 하는 관객들의 요구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 * 권리장전의 ‘관객수다’는 매주 목요일 공연 후에 개최되며, 관객수다의 멤버 외에 일반 관객들에게도 열려있습니다.
  • * 본 원고는 2019권리장전_원조적폐 관객수다 멤버인 김규완, 여지은 관객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 관객수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groups/right.project
[사진제공: 2019권리장전]

태그 권리장전,관객수다,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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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김태희
한국연극사를 공부하고 있고 연극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shykth@hanmail.net
제163호   2019-07-1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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