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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둘러싼 이슈를 관객들과 나누는 방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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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회 아비뇽페스티벌이 지난 7월 23일 막을 내렸다. 프랑스의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올리비에 피(Olivier Py)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2013년 이후, 아비뇽 페스티벌은 매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여러 민감한 이슈들을 축제의 주제로 삼고 이와 관련된 작품과 예술가들을 축제에 초청하고 있다. 올해, 올리비에 피는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논쟁적 사안 중 하나인 난민 문제를 축제의 주제로 선택했다. 축제의 관객들은 공식초청작 중 다수의 작품에서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바다를 건너 서구의 땅을 밟게 된, 그러나 차갑고 아득했던 망망대해보다도 더 매섭고 무자비한 서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 난민들의 모습을 연신 목격해야만 했다.
올해 축제가 끝난 뒤, 프랑스의 주요 매체와 비평가들은 축제의 작품들이 서구 사회에 만연한 제국주의적 태도나 도덕성의 결여 상태 등을 (그것이 아무리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해도) 단지 폭로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예술 작품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작품의 의도만큼이나 예술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더불어, 관객들에게 논쟁이나 사유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정치적 의견이 이미 합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들에 대해, 그리고 이 작품들을 한데 불러놓은 축제의 장(場)에 대해 과연 ‘정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극장의 바깥에서, 축제가 해당 주제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다양한 논의를 하고자 했음이 엿보인 프로그램도 있었다.
2014년부터 시작되어 이후 매년 진행되고 있는 ‘생각의 아틀리에(Les ateliers de la pensée)’는 축제에서 소개된 특정 작품이나 축제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관객들이 보다 면밀하고 심도 있게 접근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진 관객 프로그램이다. ‘생각의 아틀리에’는 주제나 주최에 따라 포럼, 컨퍼런스, 토론, 예술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이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지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축제 기간 20일 중, ‘생각의 아틀리에’는 총 12일 동안 쉬는 날 없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각기 다른 주제와 형식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이 아틀리에는 아비뇽대학의 루이 파스퇴르 쉬프라뮈로 라는 장소에 위치한 커다란 정원에서 이뤄졌다. ‘생각의 아틀리에’는 아비뇽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페스티벌과 협력 관계에 있는 여러 기관이나 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운영 주최에 따라 낭독, 공개토론, 포럼, 인터뷰, 예술가와의 만남 등의 형식이 결정된다. 올해는 크게 여덟 개의 기관 및 단체와 다수의 개별 전문가들에 의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섹션마다 명확한 컨셉과 주제를 가지고 관객들을 만난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생각의 아틀리에’는 축제의 주제를 보다 더 세분화하여 다각적인 시선으로 주제를 바라보게끔 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예를 들면, 올해의 축제 주제인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아틀리에의 파트너들은 각각 세부적인 주제를 정하고 아틀리에 기간 동안 그 주제를 심화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이번 ‘생각의 아틀리에’에서 가장 자주,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프로그램은 프랑스 언론사 크리외르(Crieur) 매거진과 메디아파르트(Mediapart), 앙트르-떵(Entre-temps)이 공동 주최한 ‘시험대에 오른 프랑스의 세계사’와 르몽드(Le monde)지가 주최한 ‘세계의 논쟁들’이었다.‘시험대에 오른 프랑스의 세계사’는 2017년에 발간된 책 『프랑스 세계사(L'Histoire mondiale de la France)』1)에 수록된 122개의 글 중 여덟 개의 글을 8일 동안 관객들과 함께 읽고, 낭독 이후 각 글의 저자와 관객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선택된 글들은 서구 사회, 특히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야망이 드러났던 사건을 되짚거나 역사적 사건 속에서 미처 기록되지 못한 민중과 학살된 민족에 관해 이야기 한다. 결국, 프랑스가 세계 속에서 정치적 위엄을 달성해 가는 동안 그 반대편에서 희생되어야만 했던 존재가 있었고, 따라서 그 사건들의 누적이 오늘날의 불평등과 연관이 있음을 지난 역사를 통해 반증해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르몽드지의 ‘세계의 논쟁들’은 이론가, 철학가, 역사학자 등을 패널로 초대해 현대 사회 에서 다양성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문화, 인종, 언어의 다양성을 어떠한 태도로 수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포럼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보다 쉽게 개념에 접근하면서 동시에 각각의 주제가 던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자연스레 유도된다.
위의 두 프로그램은 아비뇽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작품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언급되고 있었던 사회문제를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이론적 배경을 보다 구체화 시키고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한편, 주말 동안 열린 프로그램인 ‘보호의 공화국을 위한 주말’은 앞서 언급한 두 프로그램과는 상이한 성격을 보였다. 우선, 프로그램이 국제앰네스티, 지중해 구조단, 인종차별과 반유대인주의에 반대하는 국제연맹(LICRA)의 공동 주최로 이뤄진 만큼 난민 구조와 보호에 관한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포럼에 초대된 패널들도 난민 전문기자, 구조대원, 국제 판사, 국제엠네스티 활동가, 전쟁 사진기자 등으로 난민 문제를 직접 목격하고 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로 이뤄졌다. 관객들은 이들의 증언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관람한 연극의 장면들이 결코 연극적 과장이 아님을, 오히려 그보다 더한 잔혹함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생각의 아틀리에’는 축제의 중심 주제를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밀도 있게 들여다보고, 이를 단지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사유하기를 권유한다. 이러한 접근은 공연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작품 속의 세계를 현실로 확장하는 데에도 충분한 역할을 하게 된다. 글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프로그램들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아틀리에 프로그램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의 만남도 있었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에서 진행한 예술가 인터뷰에서는 작품의 의도, 창작 과정, 에피소드 등을 들을 수 있었고, 예술교육협회(CEMEA)에서 주최한 예술가·관객과의 만남에서는 각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비평을 공유하고 작품에 관해 예술가들과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예술가·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프로덕션의 모든 멤버가 이 자리에 참석하여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었다. 이 외에, 드라마비평가협회가 주최한 비평 아틀리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국제학술연구기구(ANR)와 국제사회과학센터(CNRS)의 공동 주최 프로그램 등도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총 12일 동안 51개의 프로그램이 ‘생각의 아틀리에’에서 진행되었고, 축제 측의 추산에 의하면 약 만 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아틀리에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비뇽페스티벌의 관람객이 십만 명을 조금 넘으니, 대략 열 명 중 한 명은 이 아틀리에를 방문한 셈이다. 아비뇽페스티벌은 올리비에 피가 수장을 맡은 이후로 매년 극단적인 호평과 혹평을 번갈아 가며 받는 중이지만, 적어도 ‘생각의 아틀리에’는 그가 축제에서 이뤄낸 몇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되리라 생각한다. ‘생각의 아틀리에’는 관객들이 어두운 극장을 벗어나, 극장의 밖, 우리가 속한 세상 속에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태도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동시에 관객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아비뇽페스티벌 ⓒChristophe Raynaud De Lage]
  1. 파트릭 부쉐론(Patrick Boucheron)이 122명의 글을 엮어 출판한 『L'Histoire mondiale de la France(프랑스 세계사)』(Seuil, 2017)는 세계사의 몇몇 역사적인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며, 이 사건들이 현대 프랑스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언급한다. 122개의 글은 연대기별로 수록되었다.

태그 아비뇽페스티벌, 생각의 아틀리에, 박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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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솔

박다솔
예술경영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했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프로듀서였으며, 이 외에 여러 공연을 기획·제작한 바 있다. 연극과 무용 비평을 포함해 공연예술 전반에 관한 글을 쓴다.
belle.dadasol@gmail.com
제165호   2019-08-0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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