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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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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철공소 주변에는 쇠붙이를 담금질하는 소리와 온갖 기계음이 선명하다. 분주한 노동은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다. 작은 공장들이 그날의 작업을 마칠 때면 다른 공간들이 밤을 준비한다. 지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모여 목을 축일 곳들이 영업을 시작하고, 종일 고요하던 주거 공간에 생기가 돈다. 그리고 관객을 기다리는 공연장들이 간판에 불을 밝힌다. 문래역의 낮과 밤에는 각기 다른 풍경이 있다.
철공소 골목 안쪽, 종합철재상가 3층에 있는 극장에도 조명이 켜진다. ‘스튜디오 QDA’는 한국과 일본에서 ‘비눗방울’을 중심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오쿠다 마사시는 창작촌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한적한 공간을 찾아 문래역에 자리를 잡았다. 본인의 공연, <달에 내리는 비>를 올리기 위해 거주 목적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무대로 개조하면서 스튜디오를 열게 되었다. 지금은 오쿠다 마사시와 함께 뜻을 함께하는 한국 마임이스트 김준영, 류성국, 최정산 배우가 스튜디오 운영과 공연 기획을 함께 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부엌 개수대와 밥솥 등이 통로에 놓여있다.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평소에는 휴식 공간이자 공연 때는 매표소가 되는 작은 로비가 나온다. 오쿠다 마사시가 철공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바퀴 모양 조각들이 설치되어 관객을 맞이한다. 덧문을 열면 마임을 위한 아늑한 무대가 나온다. 핀 조명이 무대 중앙으로 떨어지고, 무대와 객석은 바닥 색으로 구분된다. 공연자 대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은 예전에 오쿠다 마사시가 실제로 살던 곳이다. 객석은 스무 명 남짓의 관객들만을 허락한다. 1인극 혹은 2인극의 작은 규모의 공연을 중심으로 하던 공연장은 현재 마임에 집중해서 공연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한 대표 레퍼토리 ‘철공소에 핀 극장’을 준비하고 있는 김준영, 최정산 배우를 만나서 공간과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 배우는 처음 공연으로 ‘스튜디오 QDA’와 연을 맺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대학로에 수많은 극장이 있지만, 마임을 전문으로 하는 공간은 드물기에 지속해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이곳은 소중하다. 현실적으로 짧은 마임 공연의 경우, 극장을 찾기 어려운데 같이 마임을 하는 배우들과 함께 ‘철공소에 핀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연을 올릴 수 있어서 서로 의지되고, 더 많은 관객을 만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맞닿아있는 공간은 가끔 두려운 마음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까이서 관객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객들은 보다 공연을 가깝게 느끼고, 배우들에게 많은 질문과 관심으로 호응한다.
김준영 배우는 이번 ‘철공소 핀 극장’에서 세 작품을 공연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시간에 쫓기는 남자>, <시간에 쫓기는 여자>는 쫓기듯 살아가는 남자와 갑작스러운 애인의 방문에 분주한 여자의 모습을 각각 그려내고, 원작 에띠엔느 드크루를 각색한 <장난스러운 악마>를 통해 김민정 배우와 함께 보이지 않는 악마가 고민하는 사람을 살펴보는 익살스러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최정산 배우는 본인이 서울에 와서 겪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공연을 선보인다. 버스를 타는 분주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버스정류장>과 홍대에서 우연히 돈을 주웠던 에피소드를 새롭게 풀어낸 <마당쓸다가>,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이와 더불어 류성국 배우의 <엄마>, <걸음을 멈추고>, 이두성 배우의 <하모니카>, 오민경·김준영 배우의 <보이지 않는 사랑>, 이현수 배우의 <요가 교실>, <마임과 시>, <트라우마>, 임하경·강경선 배우의 <숨바꼭질>, 홍윤경 배우의 <당신의 소리를 찾아드립니다>, <길 위에서>까지 열 명의 마임이스트가 펼치는 열다섯 개의 공연이 스튜디오 QDA에서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스튜디오 QDA’에서는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철공소에 핀 극장’ 뿐만 아니라 매주 첫째 주 수요일에 ‘수요 마임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고, 배우들이 자신들이 직접 기획한 공연을 올리기도 한다. 내년에는 일본, 대만 등 외국 공연자들과 연계한 작은 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다. 배우들은 스튜디오와 오래 함께 하기 위한 방법들을 꾸준히 찾아가고 있다.
마임은 ‘모방하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Mimos에 기원을 두며 실생활을 주제로 얼굴과 몸의 움직임만으로 극과 감정을 전달한다. 마임이스트들은 사람들의 표정과 동작 그리고 일상을 세심히 관찰한다. 아담한 극장은 말 없는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를 가깝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고, 극장 주변의 크고 작은 철공소들은 착실한 활기를 전한다.
주변 공장과 가게에서 일하는 이웃들은 공연은 잘 모른다며 손사래 치면서도 공연이 있을 때면 조용히 앉아 보고 가기도 하고, 동료들과 마시라며 맥주 한 박스를 후원해주기도 한다. 모든 무대가 끝나면 공연장과 로비는 뒤풀이 공간이 된다. 복도에 있는 살림살이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공연과 마임에 대해 오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그 공간에서 다음 작품을 기획하고, 연습하고, 무대를 올린다. 일상과 예술이 밀접하게 뒤섞이는 공간, ‘스튜디오 QDA’에서 마임이 뭉근하게 피어난다.
스튜디오 QD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tudioQDA/
[사진: 김민범]

태그 말 없이 전하는 마음,스튜디오 QDA,김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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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범

김민범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거리와 공간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관해 관심이 있다.
mar621@naver.com
제171호   2019-11-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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