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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퀴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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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페스티벌은 한 달 남짓한 기간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여 팀들의 공연이 짧은 기간 내에 몰려 있는 것이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거나 극장 대관과 같은 행정적인 문제를 처리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행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페스티벌이 있다. 장장 일 년이라는 시간이 투여되는, 처음 연극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는 전무후무한 페스티벌. 그 주인공은 올해 4회 차에 접어든 ‘퀴어연극제’다.
퀴어연극제 운영팀(올리, 으네, 저기)의 일 년 스케줄은 숨 가쁘게 진행된다. 매년 12월에 참가자 모집이 이루어지고 1월부터 오리엔테이션, 팀 구성, 라인업 선정 후,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주말에 공연이 이어진다. 한 해 동안 퀴어연극제에 참여하는 지원자들은 90여 명으로, 이들과 함께 팀을 꾸리는 일에서부터 실질적인 공연 연습 일정 조율과 직접 참여하는 일까지 퀴여연극제 운영팀의 업무는 어마어마하다. 운영팀의 표현에 따르면 일 년 중 단 하루도 퀴어연극제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인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2019년 퀴어연극제의 공식적인 마지막 공연 날 극장을 찾았다.
자유, 연극이 줄 수 있는 것
퀴어연극제의 가장 큰 특징은 퀴어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드는 연극제라는 점이다. 세 명의 운영팀을 제외하고는 (여러 번 참여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매년 참가자들이 달라지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의 결은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연극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고, 정말 처음 무대에 서는 사람들도 있다. 비단 배우뿐만이 아니다. 작가, 스태프까지 모두 지원자들로 채워지는 시스템이다.
운영팀은 퀴어연극제의 매력에 대해 퀴어라는 주제성과 연극 형식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극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무대를 통해 발화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주는 해방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작품들이나 미디어에서 퀴어를 다룰 때, 퀴어성 외에는 다른 게 보이지 않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지나치게 동화처럼 아름답게만 그린다고 지적했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퀴어는 특이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퀴어연극제의 작품들은 퀴어성에도 주목을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매력적이다. 퀴어연극제의 무대 위에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재단되는 ‘나’ 대신 그 자체로 존재하는 ‘나’만 있을 뿐이다.
물론 연극에 처음 참여하는 참가자들도 있기 때문에 기존의 잣대로는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문적으로 연극을 하는 창작자들의 작품과는 다르게 퀴어연극제의 공연은 매회 완성도가 다르기도 하고 대사 표현이 서툴거나 기술적인 미숙함이 드러나는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퀴어연극을 하고 싶어서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의 진심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 매끄러운 것보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가 무대 위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목격할 수 있는 것, 그것 역시 퀴어연극제만의 매력이다.
세밀하게, 꾸준하게
퀴어연극제도 처음에는 다른 연극제처럼 짧은 기간에 진행됐었다. 하지만 한 달만 진행하기에는 아쉬워서 공연 기간과 참가작 수를 늘리기로 했고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정착했다고 한다. 이렇게 3년을 지낸 셈이니 지칠 법도 한데, 운영팀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고 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생긴 변화는 퀴어연극제에 참여하는 이들의 문제의식과 감각이 더 세밀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그전에도 서로의 퀴어성에 관해 묻지 않거나 재단하지 않는 기본적인 약속은 있었지만 이제는 참여자들 스스로가 서로 다른 퀴어성에 대한 무지가 낳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 내적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문제의식들은 곧 작품에도 반영이 되어서 올해 퀴어연극제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령 퀴어성을 배제하는 페미니즘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쓰까페미>나 고정된 성관념을 주입하는 성교육을 비판했던 <성북마을성교육전문학교 : 여름방학 단기속성편>은,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금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퀴어연극제가 일 년 내내 공연을 올리고 있고 제법 고정적으로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도 생겨났지만 여전히 퀴어들의 이야기는 굳이 찾아야지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퀴어가 등장하기만 하면 모든 장르 앞에 ‘퀴어’가 붙는 현상, 이를테면 ‘퀴어로맨스’, ‘퀴어SF’, ‘퀴어의학드라마’와 같은 분류도 이들에게는 이상할 따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굳이 찾지 않아도 언제라도 자연스럽게 퀴어연극을 볼 수 있게 될 때까지 지속하는 것, 그것이 퀴어연극제 운영팀의 목표다.
퀴어연극제 운영팀의 또 다른 바람은 연극제의 규모가 확장된 만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다. 아직은 구상 단계라 명확한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작업의 방식은 다른 단체와의 협력 작업일 수도 있고 특정 이슈나 운동에 대한 연대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계획을 소개하는 운영팀의 에너지는 이제 막 일 년 동안 진행된 연극제의 막을 내린 사람들 같지 않았다.
퀴어연극제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12월부터 진행되는 제5회 퀴어연극제의 일정을 따라가며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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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퀴어연극제]

태그 퀴어연극제,김태희,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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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김태희
한국연극사를 공부하고 있고 연극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shykth@hanmail.net
제173호   2019-12-05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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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