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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세월을 견뎌낸 땅, 그곳에 핀 꽃 중의 꽃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놀땅 <브루스니까 숲>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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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E.H.Carr)라고 했던가. 역사는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할 이어지는 세월의 근간이지만, 너무도 쉽게 잊거나 애써 잊으려하거나 때로 굳이 꺼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현재가 있다는 것으로 이미 증명되고 있기 때문에 부인할 수는 없을 터. 연극 <브루스니까 숲>은 우리 시대, 현대사의 아픈 현실을 그렇게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아직까지도 똑같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이야기를 눈보라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브루스니까 숲 속에서 기억해내려 한다.

극단 놀땅
  • 브루스니까 숲

    1945년 8월 어느 날,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직후의 사할린 어느 마을. 낯선 이국에서 전쟁통에 고아가 된 소녀가 쓰레기더미에 갓난아기를 버린다. 아기는 쓰레기더미를 놀이터 삼아 의붓아버지 밑에서 소년이 되고 한 집에서 자란 소녀 따냐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아버지를 죽게 한 청년은 마지막 선택으로 북한으로 가는 배를 탄다. 30여 년 세월이 흐르고 북으로 넘어 갔던 청년은 사할린의 그 마을로 따냐를 찾아 돌아온다.

    사할린 디아스포라Diaspora, 흩어짐, 이산(離散)의 역사를 한 편의 동화처럼 들춰보는 연극 <브루스니까 숲>은 작가 김민정이 실제로 2개월간 사할린에 머물면서 구상한 작품으로 상처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 냈다. 1990년대 초부터 일제 해방기인 1945년까지 사할린과 일본, 북한 그리고 한국 등을 오가며 인물들의 시간별 구성을 통해 전쟁과 상처의 굴레 너머에 있는 인간의 보편적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각장에서 자란 소년이 겪게 되는 비참한 인생과 그 베어진 살점을 꿰매고 살아가는 따냐, 패전군인과 미친 엄마의 노래 등 연극은 1940년대 일제 강점기, 한국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동화처럼 바라본다.

    한국말로 ‘월귤 나무’를 뜻하는 ‘브루스니까’는 눈보라 속에서도 빨간 열매를 피우며 잘 견뎌내는 식물이다. 추위에서 견디는 신비의 식물 브루스니까는 끈질기게 그 맥을 이어가는 디아스포라를 상징한다. 연극은 전쟁 중 수많은 한국인들이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자신의 조국을 등지고 낯선 땅으로 이주했던 역사 속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우리 이웃들의 패인 삶과 상처를 되돌아보고 있다. 들여다보기에 너무 아파 눈 감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 하지만 현재에도 존속하고 있는 가슴 아픈 진실. 작가 김민정의 멈춘 시선이 최진아 연출의 섬세한 인물 읽기와 어떻게 만날까? 반복적인 일상을 탈피해 새로운 희망을 찾으며 떠났던 여행, 그 공간적 개념 너머에 있던 인물의 내면적 자아를 발견케 하고, 낯선 공간의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잔잔한 정서로 담았던 연극 <예기치 않은>처럼 연극 <브루스니까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의 삶의 궁금해진다.

    [사진제공] 극단 놀땅

  • 브루스니까 숲
  • 일시 : 11월15일~12월1일 평일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3시
    ※11월19일(월), 11월27일(화) 공연 없음
    장소 : 선돌극장
    작 : 김민정
    연출 : 최진아
    출연 : 김영진, 김혜영, 이준영, 유성주, 박재현, 유재명
    문의 : 070-7658-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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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니까 숲>

태그 브루스니까숲, 극단놀땅, 김민정, 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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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1호   2012-11-0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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