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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이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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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간판 밑에는 현재 진행 중인 ‘제3회 페미니즘 연극제’ 현수막이 걸려있다 ⓒ유혜영
모든 예술을 지향한다
신촌역부터 연대 앞으로 이어지는 골목 다발 중간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만화방이었다(현재 간판 옆에 흔적이 남아있다). 겹겹이 쌓여있던 내벽 인테리어를 걷어내기도 쉽지 않았을 법한 공간은 높이가 4m에 면적이 약 12 x 11m로 기대보다 훨씬 높고 넓었다. 지하로 통하는 두 개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3면이 다 제각각이라 재밌기도 하다. 흰 페인트로 마감한 벽, 회색 벽돌이 그대로 드러난 벽, 공간 로고가 크게 칠해진 벽. 그 사이로 듬성듬성 4개의 기둥이 있다. 극장이라기보다는 역시 스페이스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처음 공간을 기획할 때는 연극을 포함한 공연 예술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극장’이라고 이름 붙이면 왠지 선 긋기를 하는 것 같아 고민이 됐다고 했다. 공간에 담을 수 있는 예술의 경계를 더 넓히고 확장해가고 싶었다. 내부를 굳이 검은색으로 칠하지 않은 것도 같은 목적이다. 예술작업이라 불릴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좋은, 자기 것을 창작하는 누구에게라도 열린 공간.

2019년 11월 오픈한 1M SPACE는 강수훈, 홍수현, 라희진 세 명으로 구성된 예비 사회적기업 ‘(주)옐로우클립’이 운영하는 예술 공간이다. 세 명의 ‘동업자’는 의외로 대학로에서 놀다가 우연히 건너 알게 된 사이다. 각자 방식은 달라도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일치했기에 서로에게 공감하며 결국 한 팀이 되었다. 셋은 예술가들이 부담 없이 스스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낼, 거친 사유라도 우선 내밀어 볼 수 있는 공간을 열기로 했다. 완성된 작품을 기대하고 또 지원하는 곳은 많지만, 예술가들이 실험하고, 파티하고, 모임하는 ‘쉬운’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잘 맞았다. 그런 공간에서의 발언과 교류의 기회가 예술가들이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것이라 믿고 있다.
1M SPACE 내부 사진
예술가의 무게를 함께 지고 싶다
공간 대관이 이들의 수익 모델이라면, 예술가들에 대한 애정과 비전은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스포트라이트’와 곧 1회를 맞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제’ 공모로 가늠할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월 1회 공모를 통해 선정된 1팀에게 공간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원 양식은 별도로 없고 공간이 필요한 모든 예술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어떤 창작자든 ‘아, 해보고 싶다!’라고 했을 때, 채워내야만 하는 두꺼운 기획서와 만만치 않은 비용의 무게에 좌절하지 않고, 바로 지원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의도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주춤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미 네 차례나 공모와 선정이 이루어졌다. 최근 지원자가 훨씬 많아졌는데, 떠오르는 생각을 워드에 그냥 줄줄이 적어내는 지원자가 생겼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라고 했다.

운영진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작품의 영상 기록을 남긴다든지, 창작자와 작업을 주제로 한 매거진을 발행하는 등 1M SPACE를 사용한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주는 지원도 함께 기획 중이다. 공연예술은 특히나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기록에 대한 욕구와 요구가 모두 높으면서도 창작자가 기록까지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공공 지원을 통해 작품이 기록될 기회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기록된 결과물은 쉽게 기관의 성과나 자산으로 편입되어 버리기도 한다.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여 창작자들의 것으로 돌려주고 싶은 이들의 계획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다.

현재 ㈜옐로우클립의 중요한 후원기관은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이다. 창업한다는 마인드로 공간 운영을 시작했다는 대표 강수훈은 학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혁신’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에도 힘과 마음을 쓰고 있다. 예술가를 지지하고 지원할 또 다른 통로를 모색하는 젊은 기업가들의 모습은 왠지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스포트라이트(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제(우) 포스터
그냥 이 공간을 써주면 좋겠다
1M SPACE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M’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설명이 몇 가지 나온다. 관객과의 거리 1m, 예술가를 소개한다는 의미의 I’m 등이다. 필자는 자연스럽게 ‘일미터스페이스’라고 읽었는데, 운영진들은 ‘원엠스페이스’라고 부르고 있었다. 다양한 의미를 위해 오히려 의미를 지우는 호명으로 느껴졌다. ㈜옐로우클립은 예술가의 존재를 먼저 규정해버리지 않는, 최대한 의미 없는 이름이고 싶었다고 했다. 혹시 공간을 사용하는(할) 예술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 공간을 잘 써주면 좋겠다”고 담백하게 답한다. 무엇이든 먼저 제안하는 창작자가 있다면 그 또한 환영이라고.

차차 1M이 갖게 될 이름들이 궁금해진다.

*공간 대관 및 프로그램 관련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 참조
https://yellowclip.space/1M-SPACE
[사진 제공: ㈜옐로우클립]

태그 1M SPACE, 옐로우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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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영

유혜영
본지 편집에디터. 공연이 일어나는 공간을 좋아하고, 기록하는 일과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에 관심이 있다.
yoohy_87@naver.com
제183호   2020-07-2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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