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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부는 광야에서 유기노인수용소로 간 리어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LG아트센터 <리어외전>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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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막에 폭풍이 분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리어의 절규가 비바람 속의 번개처럼 가슴을 파고들고, 뒤늦은 후회를 하는 리어왕의 마지막 절규는 처절한 비장미를 남긴다.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의 명장면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기억은 잠시 접어두자. 여기 고선웅이 새롭게 각색한 <리어왕>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캐릭터와 상황으로 원작을 재구성한 유쾌한 비극 <리어외전>이다.




  • <리어왕>은 감언이설에 속아 처절한 비극을 맞이한 리어의 비극적 삶을 그린 작품이다. 두 딸의 배신에 의해 광증에 빠져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황야에서 헤매며 자기분열의 고통 속에서 서 있는 리어. 그제서야 가식과 허위에 눈이 가려졌음을 깨닫게 되는 리어를 통해 셰익스피어는 진실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대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인간의 장대하고 비극적인 세계를 그렸다. 그 비극은 <리어왕>의 또 다른 이야기 축인 글로스터의 삶 속에서도 발견된다. 마치 리어가 광야에서 방황했을 때야 깨닫게 된 것처럼, 두 눈을 뽑히고 맹인이 되어서야 적자인 에드거의 효심을 알게 되는 글로스터의 삶을 통해서다. 이처럼 <리어왕>은 리어와 글로스터의 비극적 삶뿐만 아니라 선과 악의 동시적인 파멸을 그리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처절하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그리고 지금, 2012년 12월, 그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리어가 탄생했다. 바로 고선웅 연출이 각색한 <리어외전>이다.

    유기노인수용소에서 리어카를 끄는 리어왕이 있다. 딸들과 수족들의 배신에 복수를 다짐하고 몸짱이 되어 복수를 다짐하는 에너지 넘치는 그는 더 이상 실성해 광야를 돌아다니다 죽음을 맞이한 힘없고 나약한 늙은 왕이 아니다. 그가 뿌려놓은 죄의 속성을 스스로 해결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고선웅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연극적 재미로 중무장하여 '재밌는 비극'으로 탈바꿈한 유쾌한 리어왕을 선보인다.



    400년 전에 쓰여 진 작품을 원작 그대로 옮기는 것은'재미없다'고 생각한 고선웅 연출은 16세기 영국의 배경을 현대적 연극공간으로 옮겨왔다.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는 리어왕과 글로스터로 압축하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을 보다 명확하게 구체화시켜 드라마적 재미를 강화시켰다. 실성한 듯 보이는 리어는 젊고 에너지 넘치는 인물로, 착하고 여린 코딜리어는 맹랑하고 톡톡 튀는 캐릭터로 바꿨다. 맏사위인 올바니는 티벳의 성자를 꿈꾸는 음유시인으로, 둘째 사위 콘월은 무지막지한 깡패에 가깝다. 드라마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추가된 캐릭터 왕고를 비롯해 글로스터, 에드거, 에드먼드, 오스왈드 등의 인물들 역시 원작과는 구별되는 독특하고 다양한 개성을 선보인다. 원작에 없던 9명의 코러스를 등장시켜 극적 박진감과 장면전환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추가했고, 선문답을 일삼는 어릿광대를 과감히 삭제했다. 무엇보다 리어왕이 광야에서 방황하는 대신, 유기노인수용소에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이 뿌린 씨앗들의 잘못을 정리한다. 거너릴, 리건, 콘월을 죽이고 자살한다는 설정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결말은<리어외전>의 가장 큰 볼거리다. 스스로 '오락비극'이라고 설명할 만큼 <리어외전>은 비극적 상황 속에 유쾌함과 오락적이고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 담긴 독특한 작품으로 재구성됐다. 마방진 배우들로 포진한 무대의 파워풀한 움직임과 속사포처럼 빠른 대사, 비극마저도 통쾌하게 그려내는 고선웅 연출의 재밌는 연극이 다시 시작된다.

    [사진제공] LG아트센터

  • 일시 : 12월12일(수)~12월 28일(금)
    평일 8시/ 토 3시, 7시30분/ 일 3시
    (*24일 8시/ 25일 3시/ 18, 19, 26일 공연없음)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셰익스피어 각색/연출 : 고선웅
    출연 : 이승철, 추귀정, 박주연, 이경미, 선종남,
    유병훈, 호산, 이정훈, 이명행, 조영규 외
    문의 :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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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셰익스피어, 고선웅, 리어외전, 리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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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3호   2012-12-0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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