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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모시는 사람들 <숙영낭자전을 읽다>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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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공연만은 아니다. 하지만 낭독공연이기도 하다. 모시는사람들의 연극 <숙영낭자전을 읽다>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한글소설 「숙영낭자전」은 세종 때 양반가정을 배경으로 백선군과 숙영낭자의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 연극은 80분의 공연시간 중 30분 동안 이 소설을 직접 읽으며 들려준다. 연극 속 또 다른 이야기, 옛 연애소설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작품. 지금은 사라진 문화, 어디서도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우리에게, 그리 멀지 않은 옛날 ‘글 읽는 문화’의 또 다른 발견도 신선한 즐거움이다.

  • 숙영낭자전을 읽다
숙영낭자전을 읽다
  • 규방의 밤. 여인들이 모여 바느질을 한다. 아씨의 혼수 준비, 깨진 바가지 꿰매기 등 여인들의 끝나지 않는 밤은 등잔불 아래 바느질 손끝에서 깊어간다. 이 때, 여인들의 고단함을 풀어 주는 명약이 있으니 바로 향금아씨가 읽어주는「숙영낭자전」이다. 들을수록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 수도 없이 듣고 또 들어 이제는 외울 지경이지만 함께 모여 앉아 듣는 이야기는 놀이가 되고 꿈이 되어, 여인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가슴속 깊이 묻어 둔 상처와 뼈아픈 설움을 토해 내는 것이다. 규방의 밤은 깊어 가고, 밤새 소리도 잠들면, 이야기도 끝이 나고, 여인들의 오늘 하루도, 이야기 속으로 풀어져 내일로 흘러간다.
    <숙영낭자전을 읽다>는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으로 소시민들의 일상과 삶의 애환을 재밌게 그려낸 극단 모시는사람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극이다. 김정숙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창작극으로 조선시대 규방을 무대로 진행된다. 아씨가 읽어주는 「숙영낭자전」을 듣는 여인들의 삶을 중심으로 연극적 상상력을 확장시킨 작품. 여기에 배우들의 생생한 우리소리와 몸짓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극 <숙영낭자전을 읽다>는 말과 글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오감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어둠속 화로에 불빛이 피어나고 방안이 밝혀지면 극이 시작된다. 밝아진 규방에서는 여인들이 아씨의 혼수준비를 하고 있다. 바느질, 다듬이질은 물론이고, 부러진 바늘에 ‘조침문’을 외며 제사를 지내주는 모습 등 조선시대 규방여인들의 생활이 그대로 재현된다. 조선시대 혼례복인 활옷을 비롯하여, 여인들 한복의 색채미를 더했으며 이야기를 듣는 여인들이 맞추는 장단과 바느질감이 허공에서 춤을 추는 등 우리소리와 우리몸짓으로 이야기를 구체화시켰다. 이밖에도 규방 문학을 대표하는 허난설헌의 한시 ‘빈녀음貧女吟’을 읊고, 우리나라 대표 러브스토리인 춘향전의 ‘사랑가’ 등 다양한 문화를 연극 속에 함께 담아냈다. 이야기를 들으며 졸던 한 여인의 꿈에 소설 속 주인공인 백선군이 나타나 선비춤을 추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연극 <숙영낭자전을 읽다>는 액자구조로 구성된 이중구조로 연극적 상상력을 배가 시켰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사라진 현대.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감정을 직접 느끼지 못하는 말과 글이 난무하는 요즘, 김정숙 작가는 그 시선을 조선시대로 옮기고, 노래하듯 책을 읽는 ‘송서’라는 전통문화를 극 속에 가져왔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던 문화, 연극 <숙영낭자전을 읽다>는 ‘송서’를 통해 조선시대 여인들의 삶 속에 이야기가 미친 영향과 그 역할을 되짚어 본다. 또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와 소통의 진정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사진제공] 극단 모시는 사람들

  • 포스터
  • 일시 : 1월24일(목)∼2월3일(일) 평일 8시 / 토일 4시 / 월쉼
    장소 : 설치극장 정미소
    작 : 김정숙
    연출
    : 권호성
    연기감독
    : 진남수
    출연 : 정연심, 문상희, 박지아, 박옥출, 송효주, 이재민, 서늘볕
    문의 : 02-507-6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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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극단 모시는 사람들, 숙영낭자전을 읽다,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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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6호   2013-01-1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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