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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숙, 연기인생 50년 기념공연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연희단거리패 <어머니>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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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으나 마음으로 믿고 싶은 신(神)의 존재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또다른 존재가 있다. 늘 가까운 곳에서 함께 있을 때는 익숙하여 인식하지 못하다가, 조금 멀어진 듯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얼굴, 어머니다. 인간으로서 더 없이 깊고 넓은 품을 지닌 그의 곁이 그리워지는 세상, 참혹한 현대사회의 죽음과 절망 앞에, 더 이상 상처를 보듬어낼 큰마음이 사라져가는 지금, 일생을 오롯이 몸과 마음으로 견뎌내며 세상을 보듬어왔던 우리시대의 어머니, 배우 손숙의 <어머니>다.

  •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니는 드라마 작가인 아들에게 과거 영화에 나오는 연애담을 자기 것인 양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는 신주단지를 꺼내오면서 본격화 된다. 어머니는 첫사랑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가난한 돌이(죽은 남편)에게 시집을 간다. '일순'이라는 어머니의 본명을 남편은 한자로 ‘두리’라 지어주고, 순천 기생이었던 시어머니와의 고된 시집살이가 시작된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지만 아들은 학질로 죽고, 어머니는 그 아들이 뷸륜으로 얻은 자식이었음 고백하면서 오열한다. 어둠속에서 죽은 아들을 불러내는 구음과 무당의 초망자굿동해안 지역 오구굿에서 망자를 청하는 굿거리이 이어지고, 어머니는 손녀에게 배운 ‘황일순’이라는 본인의 이름을 유리창에 쓰고 저 세상으로 떠난다.

    어머니(배우 손숙)의 회상과 독백으로 진행, 웃음과 눈물, 궁핍과 저항, 전쟁과 평화에의 희구 등이 다양한 노래와 이미지로 형상화된 연희단 거리패의 <어머니>는 1999년 정동극장에 초연되었던 작품이다. 이후 2000년과 2001년 예술의전당, 2004년 코엑스 아트홀 개관 기념 공연, 2009년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개관기념 등으로 수없이 공연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넘나드는 사이 남편의 바람기, 혹독한 시집살이,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강한 생명력을 지닌 ‘우리 시대의 어머니 상’을 보여주는 작품.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전개되는 말맛과 유머감각, 잔잔한 애절함을 느낄 수 있는 연극 <어머니>는 배우 손숙과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앙상블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여느 연극과 다른 극 구성이다. 이윤택 연출의 작품을 재미없다고 말하면서 그의 어머니가 들려줬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려진 연극 <어머니>는 1인칭 구전연극으로 구성되었다.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근대사를 엿볼 수 있는 서사적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현실과 희망, 이승과 저승, 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울려 전개되는 이중적 구조 속에서 한 여인의 '살'과 ‘한풀이’로 풀어낸다. 글공부도 하지 못해 본인의 이름조차 쓸 수 없고, 첫사랑과는 헤어진 채 진행된 억지 결혼, 불륜 속에 태어난 첫 아기, 남편의 바람기 등 개인적 비극은 징용 간 첫사랑의 죽음, 분단, 전쟁 등의 역사적 비극으로 확장된다. 한 개인의 가족사가 한 시대의 축소판일 수 있으며, 이런 한 개인의 이야기가 한 편의 연극으로 수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잃어버렸던 본명을 되찾아가는 어머니의 이야기, 그 속에 연희단거리패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작품의 재미를 더했다.

    [사진제공] 연희단거리패

  • 포스터
  • 일시 : 2월1일(금)~17일(일) 평일 8시 / 토 3시7시 / 일, 공휴일 4시 / 월쉼
    수요일 3시 특별공연 / 설 연휴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작/연출 : 이윤택
    출연 : 손숙, 하용부, 윤정섭, 김미숙, 김철영, 김해선, 박정무,
    조영근, 강국희, 손청강, 박혜린, 변정원, 배보람, 홍민수,
    오동석, 이민아, 이예선, 이혜민, 황인택
    문의 : 02-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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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손숙,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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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6호   2013-01-1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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