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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앓아야 했던 상처를 꺼낸 두 여자 이야기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전망 & 극단 사개탐사 <그 집 여자>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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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가 그러하듯 비극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무방비상태에서 베인 상처가 더 깊게 패이듯,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던 공간에서 가해지는 폭력의 결과는 비단 한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이 ‘가정’에서 이뤄지는 폭력과 상처다. 누구에게도 쉽게 그 상처를 꺼내놓지 못하고 가슴으로 앓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곪아 터진 상처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아물지 못하는 상처가 드러나는 곳. 여기 또 하나의 ‘그 집’이 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여느 집과 다르지 않은 그 집, 여자들의 이야기다.

  • 그 집 여자
  • 하나뿐인 손자와의 여행을 떠나는 것에 들뜬 시어머니는 여행 준비에 한창이다. 그리고 ‘여자’는 꼼꼼히 그 둘의 채비를 돕는다. 그 사이 시어머니는 ‘여자’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시어머니는 출발을 자꾸만 미루면서 대화를 시도하고, 대화를 나누던 두 여자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면서 ‘가정폭력’이라는 공통적인 상처가 드러난다. 과거, 시어머니는 지금의 ‘여자’처럼 남편의 학대와 폭력에 못 견뎌 아들을 두고 집을 나갔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돌아왔지만 아들은 자신의 남편과 같은 ‘괴물’이 되어있던 것. 시어머니는 ‘여자’를 설득하기 위해 스스로의 상처를 남김없이 드러내지만 현재,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는 말할 수 없는 불안함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들을 지키기 위한 그의 모성애는 더욱더 깊어진다. 잠시 후 ‘여자’의 남편이 집에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여자’의 생각을 바꾸려는 시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설득하려는 ‘여자’의 갈등이 시작된다. 그때부터다. 그 집, 그 두 여자의 집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두 여자의 대화로 전개되는 2인극 <그 집 여자>는 ‘매 맞는 아내’, 즉 가정폭력을 소재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상처와 분노가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연극은 가정폭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끄집어내, 폭력을 통해 바라본 사회제도의 모순과 타인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쉬이 다루기 어려운 소재인 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만연해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상처다. 제 3자의 관점에서 들여다 볼 뿐 타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그것. 연극 <그 집 여자>가 풀어내는 이야기 역시 불편하고 아프다.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감정을 이입하지 못할 만큼 연극이 지닌 무게감 역시 녹록치 않다. 연극 <그 집 여자>는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이라는 테두리에서 가해지는 폭력을 통해 사회의 폭력과 억압, 불합리한 권력 구조, 권력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이야기를 확장시켜 개인의 고통과 사회제도의 모순을 바라보게 한다.

    전작 <3월의 눈>애서 내면의 깊은 울림을 묵직하게 보여준 배우 박혜진이 시어머니로, <억울한 여자> <숲 속의 잠자는 옥희>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이지하가 ‘여자’로 분했다. 외부에 대한 불신과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 사이에 서 있는 두 여자의 갈등을 그려낸 <그 집 여자>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두 여자의 상처를 과하지 않은 감정표현과 솔직하고 진진한 감성을 견지하며 관객과의 교감을 차분하게 이어가며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우리시대의 비극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사진제공 [극단 전망&극단 사개탐사]

  • 포스터
  • 일시 : 2월15일∼2월24일(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쉬는 날 없음)
    장소 :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 이난영
    연출 : 박혜선
    출연 : 박혜진, 이지하
    문의 : 02-2001-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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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그집여자, 극단 전망, 극단 사개탐사, 이난영, 박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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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7호   2013-02-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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