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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로부터 소외되고 회복되는 삶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공작소 마방진 <영호와 리차드>

최윤우_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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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낭독공연으로 선보였던 <영호와 리차드>는 극공작소 마방진의 2013년 신작공연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들의 삶을 진지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리모콘> <사심(死心)없는 사람들> <춘성> 등 현실의 삶을 들여다보며 동시대의 사회상을 예리하게 담아 온 이진경이 작, 연출을 맡았다. 경쟁과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 현대사회, 점점 더 피폐해지는 관계 속에서 인간소외의 단면을 그렸다.

  • 영호와 리차드
-<영호와 리차드> 대사 중
  • 초고도 비만의 중년 남자 리차드가 있다. 그의 비만은 정상적인 부부관계까지 위협한다.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그녀의 가방에서 여성용 자위 도구를 발견한 리차드는 죽을 결심을 한다. 죽기 전 마지막 만찬을 시작하려는 순간, 영호가 그의 집에 들어온다. 무면허 대리운전 기사 영호는 지독한 가난으로 아내가 집을 나가버렸고,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와 함께 거리를 배회한다. 설상가상, 당뇨합병증으로 불편해진 눈 때문에 실직을 하게 되자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의 삶까지 마감하려고 한다.

    연극 <영호와 리차드>는 무면허 대리운전기사 영호, 돼지를 팔다가 돼지가 되어버린 리차드를 비롯해 아이를 낳기 위해 몸을 파는 정란, 울트라 캡숑 헤라클래스를 찾아 헤매는 연희, 아픈 과거의 기억을 망각해 버리고 살아가는 순분 등 상실과 불안함을 느끼며 각자의 삶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인물들을 통해 소외된 동시대 현대인들의 단상을 보여준다.

    연극은 경쟁과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 현대사회의 소외와 고립, 소통의 부재로 상실해가는 일상을 궁지에 몰린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적나라하게 투영시킴으로써 비정상적인 사회현상에 대해 꼬집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비단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것에 머물러 있지 않다. 한 공간에 모인 이들은 궁지에 몰린 쥐처럼 서로 노려보고 할퀴고 울고 웃는다. 영호를 떠났던 정란과 리차드를 절망으로 몰고 간 연희, 영호의 발목을 잡는 순분까지 가세해 이들은 한 판 파티를 벌이는 마지막 순간, 정란의 뱃속 아기가 꿈틀댄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울어댄다. 그것은 삶에 대한, 미미하지만 강력한 에너지다. 연극 <영호와 리차드>는 혼자 견뎌내야 했던 고통 속의 ‘오늘’이 타인에 의해 의미 있는 ‘오늘’이 되는 순간,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이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상의 소중함과 희망을 말하고 있다.

    <모래여자>를 시작으로 <들소의 달> <칼로막베스> <리어외전> 등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형식을 통해 역동적 에너지와 유쾌한 언어구사로 관객과 평단을 매료시켜왔던 극공작소 마방진의 신작 <영호와 리차드>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를 통해 이전과는 또 다른 색다른 무대를 만들어냈다.

    사진제공 [극공작소 마방진]

  • 포스터
  • 일시(1차) : 3월1일∼3월5일
    월~금 8시 / 토 3시, 7시 / 일, 공휴일 3시
    (3월1일 3시 공연)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일시(2차) : 3월8일~3월17일
    월~금 8시 / 토 3시, 7시 / 일, 공휴일 3시
    (11일 공연없음)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작/연출 : 이진경
    출연 : 조영규, 김명기, 손고명, 김민서, 이지현
    문의 : 02-889-3561, 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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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영호와 리차드, 극공작소 마방진,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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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8호   2013-02-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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